한시 러브레터

한시 러브레터

저/역자
강혜선
출판사
북멘토
출판일
2015.03.23.
총페이지
240쪽
추천자
서지문(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도서안내

조선의 ‘사대부’들을 그려볼라치면 유교적인 엄격함과 고루함이 먼저 떠올라서 사사로운 정리나 인간적인 따스함이나 섬세한 인간미가 몹시 결여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강혜선 교수가 고르고 번역하고 해설한 『한시 러브레터』는 우리 선대 사대부들이 우리보다도 훨씬 풍부한 정감과 멋, 여린 마음의 소유자였음을 보여준다. 조선시대에는 사대부 계층에서 청춘 남녀의 ‘구애’가 가능하지 않았으므로 현대적인 개념의 ‘러브레터’는 없다. 그러나 남녀 간의 애정이 억압되어서인지 친구 사이의 우정은 참으로 따스하고 깊다. 친구가 보내 준 황초를 켜고 감격스러워하며 면학을 다짐하는 권근, 친구 김뉴에게서 바둑을 두러 오라고 초대하는 시를 받고 고금의 저명 문사들의 바둑 버릇을 언급하며 응락하는 답시를 보낸 서거정, 사랑하는 친구를 장사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새벽 꾀꼬리의 울음에 흐느낀 권필 등 남성들의 우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애틋할 수 있고 풍류와 위트가 풍성했었는지를 보여주는 시들이 많다. 가족애가 흐뭇하지만 그 정황으로 인해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애처로운 편지도 많다. 술잔을 대하고 늘 술잔을 주고받던 아내가 먼저 떠난 것을 슬퍼하는 박은의 시, 궁핍하기 그지없었던 유배생활 도중에 아들이 보낸 밤을 한 톨 먹으려다가 ‘서글피 먼 하늘을 바라보는’ 정약용의 시, 아비는 귀양 가고 어미는 자결해서 일곱 살에 고아가 된 딸에게 몸을 정갈하게 가꾸고 집안일도 부지런히 배우고 글공부를 하도록 세심하게 당부하는 이광사의 시 등은 가슴을 저민다. 학문이 깊은 사대부들은 물론, 선비와 아내들도 시를 주고받을 때 받은 시의 운(韻)을 따서 답시를 지어 보냈다. 학문이 시심을 북돋는 것이 옛 선비의 면학이었던 듯하다. 저자의 정감 있는 번역과 인물·상황 해설이 어려운 한시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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