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나와 밖의 네가 손잡을 때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게시일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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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안의 나와 밖의 네가 손잡을 때

<한민족디아스포라전>

 

  안의 나와 밖의 네가 손잡을 때 <한민족디아스포라전> 

[Ⓒ최다원]

 

디아스포라는 본디 팔레스타인을 떠나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이제는 고국을 떠나 사는 모든 이들을 의미한다. 이민, 교포, 재외국민 같은 단어들도 어느새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된 만큼, 누군가에게 오늘날은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공연 일정 

[▲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공연 일정 Ⓒ국립극단]

 

바로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위로하고자 하는 연극 축제가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5명의 한인작가들의 작품이 6월 1일부터 7월 23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에서 상연된다. 5편의 연극들은 공연 시작일을 기준으로 <용비어천가>,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가지>, <널 위한 날 위한 너>, <김씨네 편의점>으로 이뤄져있다.

 

<용비어천가> 포스터 

[▲ <용비어천가> 포스터 Ⓒ국립극단]

 

가장 먼저 관객들과 만난 <용비어천가>는 작가 영진 리의 작품으로 한국계 미국인, 한국인, 그리고 한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바지를 입은 미국인과 한복을 어설프게 두른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뱉어내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동안, 도도하게 차려입은 한국인 커플은 뜬금없이 나타나 가식적인 담론을 펼친다.

 

네 명의 한국인 여성과 한국계 미국인 여성, <용비어천가> 

[▲ 네 명의 한국인 여성과 한국계 미국인 여성, <용비어천가> Ⓒ국립극단]

 

연극은 온통 ‘불편함’과 ‘불쾌감’으로 얼룩져있다. 조명이 꺼지면 작가인 영진 리가 보이지 않는 이에게 자진해서 뺨을 맞는 영상이 재생되고, 관객들은 졸지에 가해자 입장에 서게 된다. 그리고 등장하는 한국계 미국인 ‘신록’과 네 명의 한국인 여성들은 아시아인을 신랄하게 조롱한다. 이러한 혼란을 깨고 갑자기 등장하는 한 커플은 연인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엉뚱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기괴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비하하는 한국인 여성들, <용비어천가> 

[▲ 기괴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비하하는 한국인 여성들, <용비어천가> Ⓒ국립극단]

 

작가인 영진 리는 만일 관객이 찝찝함을 느끼며 객석을 나간다면 자신의 의도가 훌륭히 전달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연극을 통해 인종차별의 가해자는 물론이고, 그러한 문제에 무관심했던 사람, 심지어는 인종차별에 익숙해져 더 이상 문제시하지 않았던 이들에게까지 세계의 인종차별을 고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누나 미소와 남동생 한솜,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 누나 미소와 남동생 한솜,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국립극단]

 

이어지는 <한민족디아스포라전> 시리즈 역시 <용비어천가>와 마찬가지로 타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정체성과 삶을 이야기한다.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는 2살 때 영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영국인 인숙 차펠의 작품으로, 25년 전 누나 미소의 영국 입양으로 헤어졌던 남매의 재회를 다룬다. 인숙 차펠은 실제로 자신 또한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했었고, 그 당시 방문했던 고아원에서 만난 아이를 소재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한민족디아스포라전> 포스터 

[▲ <한민족디아스포라전> 포스터 Ⓒ최다원]

 

<가지>는 ‘고향의 음식’을 주제로 재미교포 가정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이제껏 생각의 차이로 가까워지지 못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요리사인 아들은 뒤늦게나마 한 끼 식사로 자신과 아버지의 거리를 좁히고자한다.

 

<널 위한 날 위한 너>는 북한과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탈북을 시도하는 중에 우물에 빠져버린 언니 민희와 가까스로 뉴욕에 닿은 동생 준희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장 가까운 혈육이면서 가장 높은 벽을 쌓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김씨네 편의점>은 영국에서 소박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민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많은 세월을 타국에서 보냈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피가 끓는 미스터 킴이,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입주를 피해 편의점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장 앞 푸드트럭 

[▲ 극장 앞 푸드트럭 Ⓒ최다원]

 

국립극단은 이러한 두 달간의 연극 축제를 관객들이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공연기간 중 <한국을 이끌어 갈 예술인 52/2017> 전시를 운영하며, 7월 15일에는 한국과 세계에 대해 논하는 <한국인의 초상> 심포지엄도 마련한다. 더불어 심야 공연이 진행되는 금요일과 주말에는 관객들이 저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푸드트럭도 설치된다.

 

연극이지만 누군가의 자서전일 수도 있는 <한민족디아스포라전>. 연극의 축제인 동시에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묵직한 고민거리를 던지는 무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최다원  연세대학교/경영학과 dw0824@naver.com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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