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집 위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쓰다 <근현대희곡의 재발견-가족>
게시일
2017.04.28.
조회수
3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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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집 위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쓰다

<근현대희곡의 재발견-가족>

 

기울어진 집 위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쓰다 <근현대희곡의 재발견-가족 /> 

[Ⓒ최다원]

 

“이야기는 기울어진 집을 밟고 흐른다. 어딘지 불안정하게 기울어진 집 위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해방을 외친다.”

 

 포스터 

[▲ 「가족」포스터 Ⓒ국립극단]

 

2017년 4월 21일부터 5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가족」을 선보인다.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은 한국의 명작을 통해 우리네 삶에 질문을 던지는 시리즈로서, 2014년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시작으로 2016년에는 평균객석점유율 90%를 달성하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작품으로 선정된 이용찬의 희곡 「가족」은 명동예술극장과 인연이 깊다. 바로 제1회 국립극장 장막희곡 당선작으로, 1958년 당시 명동예술극장이었던 국립극단의 시공관에서 초연을 올렸기 때문이다.

 

 아버지. 어머니. 종달. 애리. 종수(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 아버지. 어머니. 종달. 애리. 종수(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립극단]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와 맏아들 종달 

[▲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와 맏아들 종달 Ⓒ국립극단]

 

「가족」은 국가와 사회, 가족 심지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해방 직후와 한국전쟁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 상류층 가족의 불편한 삶을 그린다.

아버지 박기철은 해방 전 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재력가다. 사랑할수록 엄하게 대해야한다는 잘못된 양육관을 가진 그의 밑에서, 맏아들 종달은 주체성이 결여된 인간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철옹성 같았던 기철의 기세는 해방 후 그가 정치에 뛰어들면서 급격히 꺾이게 되고, 가세 또한 가파르게 기운다. 그 후 한국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종달의 집엔 이빨 빠진 사자 같은 아버지 기철과 여전히 세속적인 어머니, 그리고 중매 결혼한 아내와 미국으로 유학 간 막내 여동생 애리만이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기철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고리대금업자 임봉우가 술집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사망하고, 수사의 화살은 기철을 향하게 된다.

 

 집모양의 무대 바닥과 그 위에 서 있는 인물들 

[▲ 집모양의 무대 바닥과 그 위에 서 있는 인물들 Ⓒ국립극단]

 

연극의 가장 핵심적인 무대장치는 비스듬히 기울어진 집모양의 바닥이다.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 장치 위를, 등장인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밟아대며 악을 쓴다. 이러한 구성은 급격한 한국사회의 변화 속에서 곯아버린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종달의 집은 분명 1950년대로서는 신가족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가족구성원수가 적고, 세 자녀 모두 대학을 나왔으며, 무엇보다도 상류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제가 고착화한 가부장제의 잔재는 씻기지 않은 채 남아있다. 호주제에 의해 아버지 기철은 집안의 최고 권력자이며, 맏아들 종달은 어쩔 수 없이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만 한다. 하지만 종달의 대사처럼 가부장적인 기철 밑에서 종달은 한없이 의존적이고 순종적인 존재가 되어 자신의 직장마저도 선뜻 정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서구를 동경하며 춤을 추고 있는 어머니와 막내딸 애리 

[▲ 서구를 동경하며 춤을 추고 있는 어머니와 막내딸 애리 Ⓒ국립극단]

 

고리대금업자 앞에 고개 숙인 아버지를 지켜보는 맏아들 종달 

[▲ 고리대금업자 앞에 고개 숙인 아버지를 지켜보는 맏아들 종달 Ⓒ국립극단]

 

권위적인 아버지, 며느리를 속박하는 어머니, 그러한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따르는 맏아들, 시부모와 남편에 순종적인 며느리, 서구문화를 열망하는 막내딸. 이들 모두가 해방과 한국전쟁을 즈음하여 나타난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가족을 대표한다. 우리나라의 파괴와 복구의 과정 속에서 가부장제와 발전주의는 다양한 갈등을 낳는 가족구조를 생산해냈다. 억압된 사회 민주주의는 사회 체계의 미시단위로서의 가족 내에서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을 일으켰으며 신분상승을 위한 성공을 강요했다. 그 어느 곳보다도 안정과 위로를 구할 수 있어야하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오히려 인간을 속박하는 족쇄로 변질돼 버린 것이다.

 

 연극 커튼콜이자 마지막 장면 

[▲ 연극 커튼콜이자 마지막 장면 Ⓒ최다원]

 

이 작품이 탄생한 1958년과 2017년 지금 극의 내용을 이해하는 감상은 분명 다를 것이다. 1958년의 「가족」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자전적인 이야기였을 테지만, 오늘날 기철과 종달 부자의 모습은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에도 여전한 사회문제인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오늘 당신의 가정은 안녕하냐고 말이다.

 

<근현대희곡의 재발견>은 이러한 질문에 같이 고민하고 답하기 위해 두 번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첫 번째는 지난 4월 26일 진행된 ‘공연읽기 : <가족>을 통한 가족주의 읽기’였으며, 두 번째는 4월 30일에 예정되어있는 ‘예술가와의 대화’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공연 종료 후 1시간가량 별도의 참가비 없이 참여할 수 있다.

 

 포스터 

[▲ 제향날 포스터 Ⓒ국립극단]

 

오는 10월에는 <근현대희곡의 재발견>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으로 채만식 작의 제향날도 예정되어있다. 우리 삶에 물음을 던지고 성찰하게 하는 근현대희곡을 통해 일상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최다원 연세대학교/경영학과 dw0824@naver.com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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