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국제도서전, 시인 신달자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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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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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희

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 2016 서울국제 도서전 시인 신달자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를 만나다 

 

“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


경북 칠곡에서 온 소화자 할머니는 2016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자신의 시, ‘시가 뭐고’를 낭독하는 시인이 되어있었다. 짬짬이 한글 교실을 다니며 담은 할머니의 하루와 소박하고 정감 있는 단어들을 듣다 보니, ‘책으로 소통하며 미래를 디자인하다’라는 이번 도서전의 슬로건이 다시 눈에 보였다.


2016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책은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다’라는 시인 에몬스의 말을 인용하며, ‘책을 통해 소통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함께 미래를 구상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는 축사와 함께 서울국제도서전의 개막을 알렸다.

 

칠곡에서 온 시인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 등 

[▲ 칠곡에서 온 시인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신달자 시인 Ⓒ여장천]

 

세계 17개국 378개의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가한 이번 도서전에는 모두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풍성한 볼거리들이 있었다. 세계의 책과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특별행사인 프랑스의 ‘컬쳐 포커스(Culture Focus)’와 이탈리아의 ‘스포트라이트 컨트리(Spotlight Country)’, 이번 주제인 '책과 디자인'과 연관되어 일러스트와 캘리그라피를 소개하는 ‘디자인 북 월(Design Book Wall)’ 같은 프로그램들을 천천히 관람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자세한 프로그램 내용은 아래 주소를 참고하자.


2016 서울국제도서전 누리집

- http://2016.sibf.or.kr/

2016 서울국제도서전/ 디지털북페어코리아 미리 보기

- http://blog.naver.com/mcstkorea/220731002491

 

 2016 서울국제도서전 모습  

[▲ 2016 서울국제도서전 모습 Ⓒ여장천]

 

‘소통’이라는 말 때문인지 이번 도서전의 프로그램 중에서 특히 ‘책 만남관’이 가장 눈에 띄었다. 문학, 인문학, 예술, 북멘토를 주제로 각각 <2016 문학살롱>, <인문학, 상상만개를 펴다>, <예술가의 서재>, <북멘토에게 묻다>의 구성으로, 독자들이 저자와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게끔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첫날, 올해의 주목할 저자로 선정된 ‘신달자 시인’과 최근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올해의 주목할 저자, 시인 신달자

신달자 시인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신달자 시인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여장천]

 

어떤 분들은 산에서 내려올 건데 왜 올라가냐고 말하곤 하죠. 저도 그와 비슷하게 게으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게으르지만 의식은 어딘가 올라가고 있어야 한다.”


Q1. 어떻게 시를 시작하게 되었나?

A1. 저는 답답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가슴에 무엇인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중학교에서 시작해 여고생이 되었을 때, 내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누군가에게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강렬했습니다. ‘전달’에 대한 생각을 꿈꾸다가 글을 생각했고, 글을 생각하다가 조금 압축해서 짧게 전달할 순 없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 ‘시’였습니다.


Q2. 본인의 시집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집이 있다면?

A2.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종이’라는 시집입니다. 이번 국제도서전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네요.

 어느 날, 조간신문의 문화면에 “종이가 사라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또 다른 신문에서 “종이가 죽었다.”라는 기사가 또 났습니다. 그때 한참 동안 그 기사를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종이가 죽었다는 것’과 ‘시’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 것 같았죠. ‘종이는 과연 시인에게 무엇이고, 종이는 인간에게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고, 2, 3년 매달려서 시집 한 권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 시집의 의미 때문인지 ‘종이’ 시집은 대산 문학상도 받고, 외국어(스페인어, 몽골어, 영어 등)로 다양하게 번역도 되어서 제게는 애착이 가는 시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달자 시집 [ 종이 ]의 ‘시인의 말’ 중에서

그런데 종이가 사라진다는 목소리가 커져 갔다. 종이가 죽었다는 말도 나왔다. 마음이 급해졌다. 문명은 나를 편안하게 했지만 그만큼 정신은 삭막해졌다. 나는 인간의 선한 본성, 그 아름다움에 종이라는 사물을 대면시켜 보고 싶었다. 따뜻함, 영원함, 영성적 노동, 가득함, 화합, 평화, 사랑, 모성, 순수, 고향, 우직함, 이런 충돌 없이 잘 섞이는

감정의 물질들을 하나의 원소로 종합한 것을 '종이'로 표현하고 싶었다.

 

Q3. 물론, 시가 한달음에 읽기 위한 것은 아니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겠지만, 요즘의 시들이 읽기 어려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3. 소위 말해서 ‘난해시’라는 것인데요. 사실은 저도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를 볼 때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시들이 있습니다. 가끔 그들에게 물어보면 “세상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우리의 시도 어려워진 것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 시들을 읽으면 마치 언덕을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젊은 작가들에게 그런 문턱 들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시를 사랑해주고 많은 관심을 둬 준다면, 이번 도서전의 ‘책으로 소통하자’라는 주제처럼 언덕이 낮아지면서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Q4. 작가가 되기 전에, 가장 영향을 준 책이나 작가는 누구인가?

A4. 시인이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만난 분들이 서정주 선생님, 박목월 선생님이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특강을 오시기도 했어요. 당시에 제겐 거의 신같이 보였었죠.

 제가 결혼 이후에 박목월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면서, 다시 시 공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교과서에 박목월 선생님의 ‘나그네’라는 시가 계속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선생님께 “선생님 대표작은 나그네이죠?”라고 물었었어요. 저는 당연히 “그럼, 그렇지”라고 대답해주실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내 대표작은 오늘 밤에 써야지.”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제게 굉장히 긴 여운을 주었습니다. 저런 분도 겸손하게 대표작이 아직 없다고 말을 하는 것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죠.


Q5. 시인 신달자에게 시란 어떤 것인가.

A5. 시인으로 등단해서 시를 써온 것이 50년이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앞에 있는 이 페트병을 50년간 만들었으면 저는 ‘장인’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1등이 아닙니다. 물론 외국에서는 더더욱 아니죠. 저는 그래서 시가 좋습니다. 그래서 시에 무릎을 꿇습니다. 50년을 해도 일류가 되지 못하고, 최고의 시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시가 좋습니다. 저를 끝없이 겸허하게 만들어주는 ‘시’기 때문입니다.


맨부커상의 또 다른 주인공,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데보라 스미스가 자신이 번역한 ‘채식주의자’ 책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 데보라 스미스가 자신이 번역한 ‘채식주의자’ 책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여장천]

 

Q1. 맨부커 국제상 수상에 대한 소감.

A1. 저는 제가 상을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번역이나 한국 문학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이라는 것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수상했다고 해서 한국어를 번역하는 다른 뛰어난 번역가들보다 제가 더 나은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제 번역이 인정받은 것은 기쁘지만, 맨부커상은 공동의 작업이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많은 분의 도움과 행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서 문학을 번역하는 활동을 언어능력만큼이나 문학적 감수성이 중요한 ‘창조적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게 지금껏 싸워온 일련의 번역가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바로 이분들이 원저자와 번역가를 동등하게 인정하는 현재의 맨부커 국제상을 만든 것입니다.

(중략)

 ‘채식주의자’에 대한 제 번역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성’은 번역가들이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실수를 완전히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오역을 할 때면 좌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나아갈 수 있죠. 제 경우에는, 제 한국어 실력이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던 2013년 이후로 더 좋아졌고, 만약 번역에 오류가 있더라 하더라도 독자들의 읽는 즐거움과 작품의 의미를 저해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저는 부나 명예를 위해 번역가가 된 것이 아니라 제가 사랑하는 작품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번역가가 되었습니다. 놀라운 소설 기법상의 성취이자 방대한 인문학적 예술 작품으로 제게 다가온 “채식주의자”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한강 작가 작품의 치밀한 구조, 강렬한 이미지, 시적인 문장에 주목해 언어를 막론하고 세계에서 뛰어난 작가로 인정했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Q2. 번역가로서 문화해석이나 문화개념을 다른 문화에 전달하는 것에 민감할 것 같은데, 한국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자기교열을 어떻게 하는가?

A2. 상황이나 현상에 대해서 잘 모를 때 한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혹은 인터넷과 책을 통해 스스로 확인을 하는 혼자만의 작업이 많습니다. 문화적인 현상이나 개념을 다른 나라에 전달하는 것에 민감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나 영국 독자들이 한국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제가 번역한 책이 그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한국문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저는 ‘소주’나 ‘만화’, ‘선생님’ 같은 표현들을 그대로 썼었는데, 편집자들이 맥락 속에서 무엇인지 알 수 있더라도 외국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 독자들의 흥미가 조금 떨어지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예로, 소주를 코리안 보드카로, 만화를 코리안 망가로 표현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저는 하나의 단어가 마치 다른 국가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으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단어를 그대로 쓰게 되었습니다.


Q3. 한국에서 ‘채식주의자’와 다른 작품들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3. 사실 저는 한국에서 노벨상에 관심이 많은 것에 대해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쓰고 독자가 그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게 되면, 그것만으로 작가에게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상은 상일뿐인 것 같습니다.


Q4.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걸림돌 있나? 있다면 그것의 극복방안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A4. 걸림돌이 있다기보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우수한 직원들이 있는 한국의 여러 기관일 것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 같은 한국의 기관들이 현재 해외기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져가고 있으므로, 번역 계에 종사자로서 한국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은 앞으로도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여장천 대학생기자 성균관대학교/유학동양학과 happyzxcv746@naver.com 문체부 대학생 기자단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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