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현대 희곡을 되돌아보다 : 국립극단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게시일
2016.04.14.
조회수
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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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고금희

국립극단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국립극단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  Ⓒ강민성]


‘우리는 늘 왜 한국에 희곡이 없다고 말하며 근대의 작품을 외면하나’

지속적으로 공연되는 서양 고전에 비해 우리의 희곡은 무대화 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국립극단은 위와 같은 물음을 던지며, 2014년부터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기획·상영해오고 있다. 올해 역시 세 편의 근현대곡이 해당 시리즈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는데, 그 중 지난 4월 6일 가장 먼저 막을 올린 이근삼의 작품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를 만나보자.


우리 희곡을 재조명하다,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2016년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 2016년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는 무관심으로 고통 받던, 심지어는 사장의 위기에 놓여있던 우리 희곡을 재조명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특히 단기간에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며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짚어보고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인과적으로 직시할 수 있는 연극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해당 시리즈는 시의성을 고려하여 매 해 새로운 기획 주제(2016년 기획 주제 : 진정한 자기 성찰을 통해 해방 된 자만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도전’을 시도한다)를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작품을 상영하며 국립극단의 대표적인 기획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국물 있사옵니다>를 필두로 김영수의 <혈맥>, 함세덕의 <산허구리>가 연이어 개봉될 예정이다.


뛰어난 언어와 서사의 정수,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국물 있사옵니다’ 포스터

[▲ ‘국물 있사옵니다’ 포스터 Ⓒ국립극단]


지난 4월 6일 막을 올린 이근삼의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는 우리의 옛 희곡은 고리타분할 것만 같다는 우려를 단번에 깨뜨린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저런 친구들의 상식, 즉 내가 ‘새 상식’이라고 부르는 상식으로 살아갈 생각입니다.”

 

국립극단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 ▲  Ⓒ국립극단]


어느 날, 늘 타인을 배려하며 손해를 보고 살아온 주인공 김상범은 편법과 술수로 뒤덮인 ‘새로운 상식’을 장착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를 기점으로 그는 거침없는 출세 길에 오르는 듯 했지만, 결국 자신의 눈앞에 놓인 것은 사랑 없는 결혼과 회사의 일하는 부품이 되어버린 비극적인 운명임을 깨닫고 절망의 심연에 빠지게 된다.

 

국립극단 연극 < 국물 있사옵니다 >

[▲ Ⓒ국립극단]


50년 전에 쓰인 작품의 주인공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입체적이고 논리적인 김상범의 인물성은 극의 흥미를 한껏 돋운다. 서충식 연출가는 중첩되는 장면 외에는 최대한 원작의 대사와 유머러스한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원작에 충실하게 연출된 신분이 한 계단 한 계단 상승할 때 마다 껑충 튀는 상범의 엽기적인 동작, 전형적인 인물들이 뱉어내는 사실적인 대사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이 쓰인 당시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려는 연출가의 노력은 연극의 제목에도 묻어나있다. 이근삼 원작의 제목은 <엽총>이지만 당대의 분위기를 더욱 실감나게 전달하고 유머러스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작품이 쓰인 시기에 유행하던 ‘국물도 없다’는 말을 비튼 ‘국물 있사옵니다’로 바꾼 점이 바로 그러하다.

 

국립극단 연극 < 국물 있사옵니다 >

[▲ Ⓒ국립극단]


아버지 환갑잔치를 위해 ‘3만원’을 마련할 궁리를 하는 상범네 형제들의 모습처럼 작품에 등장하는 화폐 액수도 바꾸지 않고 당대의 음악, 소품을 세심하게 재현한 점도 돋보인다. 뛰어난 인물과 언어를 기반으로 한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는 유머러스함과 당대의 분위기를 일관성 있게 이어가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통하는 유쾌한 서사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50년이 흘러도 여전히 통하는 희극과 통찰, ‘당신의 상식은 안녕하십니까?’

 

국립극단 연극 < 국물 있사옵니다 >

[▲ Ⓒ국립극단]

        

엽총은 상범을 처음 회사 사장의 눈에 들게 하였으며, 얼떨결에 자신과 공모한 ‘탱크’를 죽인 도구로 그의 끝없는 출세를 상징하는 장치이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김상범은 눈보라가 치는 날, 좌절과 괴로움의 끝에서 엽총을 마구 쏘아댄다. 부산으로 떠나는 기차에서 탄탄대로의 삶을 이끌 수 있으리라 믿었던 ‘새 상식’은 사실 껍데기만 화려한 삶을 가져다주었음에 환멸을 느낀다. 그러나 그 때는 상범이 ‘새 상식’을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그것에 젖어든 후였고 상범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한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층계 형식의 무대를 끊임없이 오르고 오르는 김상범이지만, 결국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가장 높은 지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계단에 두발을 딛고 선 채로 괴로워한다. 이렇듯 시각적으로 ‘출세’와 ‘몰락’을 한눈에 보여주는 무대 장치와 더불어 주인공이면서도 해설자의 역할을 하는 상범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극을 풍부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립극단 연극 < 국물 있사옵니다 >

[▲ Ⓒ국립극단]


배금주의에 젖어들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 출세, 출세!’를 부르짖으며 세속적인 야욕을 위해 내달리는 상범의 모습은 한때 그렇게 살아왔던,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앞으로 그렇게 살아갈 객석의 많은 김상범들을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 ‘더 이상 손해를 보고 살면 안 되겠다’고 각성하는 계기는 보통의 우리들을 이미 찾아왔을 수도 있으며 혹은 반드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가 가지는 의미는 그 무엇보다 깊다. 반세기의 세월을 거슬러, 작가는 2016년을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던진다. 당신네들의 ‘상식’은 과연 안녕하시냐고. 당신의 곁에 만연한 ‘상식’의 실체는 무엇이냐고.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 공연 정보

공연일시 : 2016년 4월 6일(수) ~ 4월 24일(일)

                월, 수, 목, 금 7:30pm / 주말 및 공휴일 3:00pm / 화 쉼

장소 : 백성희장민호극장

주최·제작 : (재)국립극단

관람료 : 전석 3만원

관람연령 : 만 13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문의 및 예매 : 국립극단(1644-2003, www.ntck.or.kr)

                     인터파크(1544-1555, www.ticketpark.com)

                     예스24(1544-6399, ticket.yes24.com)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를 더 알아보고 싶다면?

- 국립극단에서는 <국물 있사옵니다>의 공연 종료 전까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패키지를 판매한다. <국물 있사옵니다>, <혈맥>, <산허구리> 세 작품의 공연 티켓(혈맥 R석 포함)과 각 공연 프로그램 북을 증정하는 패키지가 7만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의미있는 우리 희곡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예매 : ticket.interpark.com, 문의 1544-1555)


- ‘근현대극 심포지엄 ‘90분 토론’ -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를 말한다!‘ 가 2016.4.23.(토) <혈맥> 공연종료 후 실시된다고 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국립극단 홈페이지(www.ntck.or.kr) 또는 국립극단 콜센터(1644-2003)에서 신청할 수 있다.

 

문체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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