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F vs SIDance : 2015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막을 내리다
게시일
2015.11.26.
조회수
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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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희

2015 SPAF : 베를린 앙상블 <셰익스피어 소네트>

 ▲ 2015 SPAF : 베를린 앙상블 <셰익스피어 소네트> ⒸSang-hoon Ok


 눈 깜짝할 새에 10월이 지나갔다. 10월 한 달, 대학로를 들썩이게 했던 2015 서울국제공연예술제도 막을 내렸다. 국내초청작 10개와 해외초청작 7개, 총 17개의 작품이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이번에는 해외초청작의 수를 대폭 줄이고, 대신 그 질에 투자를 더 많이 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2015 SPAF(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와 함께 한 대학로의 문화의 달(10월)을 돌아보자.

 

2015 SPAF 개막작 :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 <아 루에>

 ▲ 2015 SPAF 개막작 :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 <아 루에> ⒸSang-hoon Ok


무용 :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 <실화에 따르면>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는 작품을 두 개 가지고 한국을 방문했다. <사키난>과 <실화에 따르면>이 그것이다. 모두 안무가인 크리스티앙 리조에게서 나온 작품인데, 2015년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의 새로운 대표로 발탁된 인물이다.

 크리스티앙 리조는 다재다능한 안무가다. 안무가라는 틀 안에 가두어놓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그의 활동과 경험의 범위가 넓다. 록 가수와 사운드 디자이너로 쌓은 음악적 소양이 있고, 시각예술을 공부하고 설치미술 작업을 하면서 익힌 미술적 감각이 있다. 무엇보다 교육자로, 안무가로 인정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그의 커다란 발판, 무용이 중심에 있다. 그의 독특한 이력 덕분일까, 그는 작품에서도 소품의 사용이나 음악적 효과에 특유의 세련된 안목을 부여한다. <실화에 따르면>은 그의 음악적 감각이 안무에 활력을 불어넣어 완성한 작품이다.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 <실화에 따르면> 중에서. 무대 뒤의 드럼이 눈에 띈다.

▲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 <실화에 따르면> 중에서. 무대 뒤의 드럼이 눈에 띈다.

ⒸSang-hoon Ok


 무대의 한구석에 드럼이 있었다. 무대에 오르는 예술가는 무용수와 드러머, 두 종류로 구분되었다. 특별한 장식이 없는 무대는 미니멀리즘의 분위기를 풍겼고, 깔끔한 일상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해체와 결합을 반복하는 동작은 그 분위기를 더욱 강화했다.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음악의 리듬이다. 즉석에서 연주되는 드럼의 리듬과 그 리듬에 맡겨지는 춤이 흥을 일으켰다. <실화에 따르면>은 안무가 크리스티앙 리조가 이스탄불의 전통적인 남성 춤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따라서 어떤 의식의 현장과 같은 신성성과 전통성을 작품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주최 측은 설명한다. 이처럼 의식적 분위기로 작품을 이끈 가장 주된 요소가 바로 리듬이었다. 반복되는 리듬은 초월적 순간이나 황홀경으로의 길을 트는 일종의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반복 속에서 틀을 깨는 변주를 발견할 때, 관객은 짜릿함을 느낀다. <실화에 따르면>은 그런 짜릿함을 노리는 작품이었다. 음악적이었고, 묘한 흥을 불러일으켰으며, 반복과 변주 그리고 조화와 흩어짐을 반복했다. 리듬은 폭발적이라기보다는 집요했는데, 어느 정도의 긴장을 놓지 않은 채 55분을 채웠다.

 

2015 SPAF :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 <실화에 따르면>

 ▲ 2015 SPAF :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 <실화에 따르면> ⒸSang-hoon Ok


 안무에서는 다양한 군무의 형태를 탐구한 흔적이 보였다. 타인과 춤추는 법, 여럿이 춤추는 법, 다수가 만들어낼 수 있는 동작과 변화와 베리에이션 등에 관해. 무용수들은 한 명대 다수의 관계가 되기도 하고, 두 사람끼리 짝을 짓거나, 모두가 하나로 움직이기도 했다. 어깨동무나, 두 손을 잡기, 서로 접촉즉흥하며 체중 나누기 등 무용수들은 다양한 움직임 방법으로 관계를 형성했다. 각자의 몸은 음악을 그대로 느끼며 자유롭게 흔들거리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형태에서는 균형미나 조형미 같은 것이 돋보였다.

 타악기 특유의 심장을 뛰게 하는 리듬, 그리고 그에 맞춘 무용수들의 흥겨운 춤. 자유로움 속의 균형과 조화가 매력적인 작품,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의 <실화에 따르면>이다.

 

2015 SPAF :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 <실화에 따르면>

 ▲ 2015 SPAF :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 <실화에 따르면> ⒸSang-hoon Ok


연극 :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국립극단 <폭주기관차>

 <폭주기관차>는 폴란드의 극작가 S.I.비트키에비치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음악극이다. 국립‘극단’이 공연하는 작품이지만 단순히 ‘연극’이 아닌 ‘음악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데는 그 이유가 있다. 배우들은 무대 중앙에 있는 마이크에 대고 콘서트를 하듯 소리치고, 독백한다. 가장 중요한 소품은 피아노 두 대인데, 주인공 두 사람이 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데에 피아노 연주가 커다란 몫을 한다. 같은 음계를 속도에 변화를 주며 연주해 기관차의 속력을 암시하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를 음악이 보조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는 배우들이 내면 연기를 통해 심리를 표현한다기보다 보조 장치들로 심리 묘사를 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2015 SPAF :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국립극단 <폭주기관차> 중, 두 주인공의 모습.

▲ 2015 SPAF :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국립극단 <폭주기관차> 중, 두 주인공의 모습.

 ⒸSang-hoon Ok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이름만 대면 그 자리에서 체포될 만한 전과를 가진 범죄자 두 사람이 기관차에 함께 탄다. 둘은 기관차의 속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여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다른 기관차와의 충돌을 계획한다. 이러한 행위의 목적은, 우주적 차원에서의 심판, 신의 심판,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존재의 미스터리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탄 기관차에 그들의 애인, 부인, 또 다른 승객들이 함께 몸을 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혼란에 빠진다. 광기에 찬 두 사람과 맞은편 기관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광기는 전염되고, 기차 안은 대혼란으로 치닫는다. 결국, 반대편 기관차의 긴급 대처로 대형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기차 안의 광기는 여전하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았으나 미치광이가 되었다.

 

2015 SPAF :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국립극단 <폭주기관차>

▲ 2015 SPAF :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국립극단 <폭주기관차> ⒸSang-hoon Ok


 2015 SPAF의 폐막작이었고, 새로운 형태의 전개 방식이었으며, 실험성을 내건 작품이었기에 많은 관객의 기대가 쏠렸다. 공연이 시작되기 약 3주 전, 총 2회 진행되는 공연이 매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90분가량의 공연을 보고 난 후, 우리가 지나치게 부푼 기대를 안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와 마이크를 사용한 표현 방식은 시도는 새로웠으나 제구실을 썩 잘 해내지는 못했다. 마이크를 통해 배우가 외친 소리는 스피커를 찢고 나와 관객의 귀를 자극했다. 자막이 공연장 양옆에 보이기는 했으나,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작품의 흐름과 잘 어울리지 않는 어조나 분위기로 듣는다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만약 작품에의 몰입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에 관한 설명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관객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운 90분이었다. 큰 소리(기관차가 출발할 때 내는 신호음, 화부가 삽을 석탄에 내리칠 때 나는 캥캥거리는 충돌음 등)나,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담배 연기(한 배우가 무대 위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밀폐된 공간이므로 금방 공연장 안에 연기가 퍼진다) 등 사전에 공지된 바 없는 불편한 자극이 많았고, 작품이 일반적으로 서사를 따라 전개되는 연극과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기도 힘들었다.

 

2015 SPAF :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국립극단 <폭주기관차>

▲ 2015 SPAF :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국립극단 <폭주기관차> ⒸSang-hoon Ok


 그러나 기관차 한 대를 무대에 세트로 세우지 않고 무대 자체를 기관차로 상징한 것과 그러한 상징을 효과적으로 관객과 공유하기 위해 배우들이 무대 위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기관차 안과 밖을 표현한 것. 즉석 피아노 연주를 통한 분위기 구현을 시도한 것은 좋았다. 다만 부연 설명이 필요한 작품에서 너무 적은 정보를 주었을 때 그것이 관객에게 ‘불친절’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앞으로 더욱 많은 관객의 이해와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15 SPAF :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 <리빙 룸>

 ▲ 2015 SPAF :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 <리빙 룸> ⒸSang-hoon Ok


콘퍼런스 : 토마스 리차드 콘퍼런스 <워크센터의 30년을 회고하다>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의 이번 내한공연 <리빙 룸>은 2015 SPAF의 모든 공연 중에서 가장 먼저 매진이 되었다. 한국에 처음 공연을 온 것이기도 했고, 늘 비밀스럽게 작업을 해 오던 단체가 굳게 닫았던 문을 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10월 25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렸던 토마스 리차드 콘퍼런스 <워크센터의 30년을 회고하다>에서는 워크센터에서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작업 이야기를 토마스 리차드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에 관한 설명

▲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에 관한 설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 누리집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라고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나열하는 이유는, 토마스 리차드가 예지 그로토프스키의 예술을 계승하고 그다음 세대로 이어 가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지 그로토프스키는 1999년 세상을 떠나, 지금은 토마스 리차드에게서만 그가 평생을 다해 연구했던 ‘수단으로서의 예술’을 접할 수 있다.

 콘퍼런스에서는 워크센터의 다양한 작업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영상 속 작업들은 관객이나 대중을 겨냥한 공연 연습이라기보다, 어떤 의식이나 종교적인 느낌이 강했다. ‘연극’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연극처럼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고, 민족성을 고스란히 담은 오래된 민요 등을 끊임없이 반복 노래한다. 그리고 그 리듬에 몸을 맡기며 다 같이 춤을 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되는 그 현장의 분위기는 다분히 집단적 제의의 느낌을 준다. 실제로 많은 감상자가 그들의 작품 활동이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느냐고 묻기도 한단다. 그러나 토마스 리차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아니요.” 심지어 이러한 의혹들을 일축하려고 일부러 이단 종교의식의 현장처럼 한 작품을 연출해 관객을 골탕먹이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토마스 리차드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수단으로서의 예술’ 이론을 안다면 이해가 더욱 수월해진다.

 ‘수단으로서의 예술’은 조직화한 일단의 액션과 노래를 통해 예민한 경험의 측면을 일깨운다. 이를 통해 공연 예술이 예술가의 인식과 현존을 변환시키는 ‘수단’이 되는 방식이다. 직접적으로 공연을 위한 작업이라기보다는, 예술가를 훈련하는 데에 특정한 예술 행위를 사용하고, 그에 따라 훈련된 예술가들이 그들의 훈련된 에너지를 관객과 공유하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훈련’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만큼, 이는 수행과 같은 작업이며 배우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그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2015 SPAF :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 <리빙 룸> 중에서

▲ 2015 SPAF :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 <리빙 룸> 중에서

 토마스 리차드의 모습 ⒸSang-hoon Ok


 콘퍼런스 현장에서 토마스 리차드를 향한 관심은 뜨거웠고, 토마스 리차드는 그보다 더한 뜨거움으로 참석자들을 대했다. 공연 의상도 아니고, 콘퍼런스를 위해 정장을 잘 차려입은 그였지만 그의 에너지는 현장을 점잖은 강의실이 아닌 무대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근 20년간 의자에 궁둥이를 꾹 붙이고 공부만 하던 그가 어떻게 해서 예지 그로토프스키와 작업을 함께하게 되었는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에 작업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 토마스 리차드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콘퍼런스의 매력 중 하나였다. 그뿐인가, 예지 그로토프스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했던 제자이자 동지로서 그가 연구한 연극의 방향, 그 역사를 하나하나 소개해 줄 수 있는 사람도 토마스 리차드가 유일하다. 그만큼 귀한 시간이었다.

 예정된 콘퍼런스 시간은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으나, 현장의 뜨거운 열기가 도무지 식지 않아 결국 5시가 넘어서야 종료가 되었다. 특히, 청중 질의‧응답 시간에 움직임에 관한 질문이 나왔는데, 답변을 위해 그 자리에서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어 던지며 몸소 보여주고자 하던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그를 어떻게 막고, 그만하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통역자가 다 해석해주기도 전에 한국어 질문을 빨리 알아듣고 싶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의 모습도, 모든 질문에 충실히 답변해주고자 마음을 다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2015 SPAF :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 <리빙 룸>.

▲ 2015 SPAF :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 <리빙 룸>.

<리빙 룸>은 프로시니엄 무대가 아닌, 토탈미술관에서 공연되었다. ⒸSang-hoon Ok


 이 모든 강연이 SPAF의 부대 행사로, 사전에 빠르게 신청만 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 2016년에도 이렇게 알차고, 마음 따뜻해지는 정성스러운 콘퍼런스가 준비되기를 바란다. 많은 관객이 무대를 벗어난 공간에서 예술가를 만나고, 그들만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획득하기를 바란다.

 

2015 SPAF : 무브먼트 당당 <벗어난 원리들 ver.2 우는 사람들> 중에서.

▲ 2015 SPAF : 무브먼트 당당 <벗어난 원리들 ver.2 우는 사람들> 중에서.

무대를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관객들. Ⓒ2015 SPAF


 매년 공연예술계에서 ‘핫한’ 작품들을 선물 보따리처럼 묶어 관객에게 전하는 SPAF. 벌써 2015년의 10월도 가고, 2015 SPAF도 막을 내렸다.


 제15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각 공연에 관한 사전 설명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이다. SPAF에서는 각 공연의 티저 영상을 제공하고, 간단한 단체 소개와 작품 소개를 남겼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었고, 영상 자료와 관련해 접근성이 좋은 매체인 유튜브에서도 자료 확인이 가능해 정보 찾기의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이를 보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그들의 기대와 얼마나 일치하는 작품을 보았을지는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티저 영상의 몇 배 길이가 되는 본 공연이 기대와 다를 수 있고, 관객의 기대와 다른 것이 주최 측의 불찰이라 하기도 어렵다.

 분량이 긴 영상을 사전에 내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텍스트는 그것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이 어느 정도 작품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그 정도 분량이나 수준의 글이어야 하지 않을까. 자유가 없이는 예술이 죽은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예술 활동에서 자유는 중요한 정신이다. 하지만 공연 티켓을 사고 시간을 내서 공연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소비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취미 활동으로든, 본인의 심미안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든, 그 어떤 이유에서든 일정한 지출을 감내하고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이다. 예술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숭고함이나, 비일상적임, 기존 규범들을 무너뜨리는 것의 허용 등을 인정한다. 그러나 소비자로서의 관객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없다면, 불친절을 정당화하기 위해 예술의 속성을 무리하게 끌어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2015 SPAF : 베를린 앙상블 <셰익스피어 소네트>

▲ 2015 SPAF : 베를린 앙상블 <셰익스피어 소네트> ⒸSang-hoon Ok


 발전을 위해 성찰은 필수다. 뒤돌아봄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은 빠른 전진을 가능케 할 수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2016년, 제1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개막하기까지 다시 일 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다수의 사랑과 주목을 받는 대상은 그만큼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하고, 때로는 비판을 수용해야 할 때도 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자랑스러운 한국 대표 공연예술 축제다. 그 명성에 걸맞게 지킬 것은 지키고, 수정‧보완할 부분에는 손을 써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한채현 대학생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sparkling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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