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이자람과 함께, 우리 음악의 매력에 풍덩!
게시일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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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희
 

소리꾼 이자람과 함께 우리 음악의 매력에 풍덩! 손범수, 진양혜의 토크 & 콘서트

▲ 손범수, 진양혜의 Talk & Concert Ⓒ예술의전당


 반가운 단비가 종일 마른 땅을 적시는 날이었다. 부드럽게 땅에 닿는 빗소리를 들으며, 우산을 쓴 사람들이 예술의전당 음악당에 모였다.

 

손범수, 진양혜의 Talk & Concert, 6월의 손님 소리꾼 이자람

 ▲ 손범수, 진양혜 아나운서 Ⓒ예술의전당


 무대가 환하게 밝혀지고, talk concert의 든든한 사회자. 손범수, 진양혜 아나운서 부부가 등장했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관객이 20분 정도밖에 안 오실 줄 알았다.”며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talk concert는 2010년에 시작해 올해까지 5년째 진행 중인 예술의전당의 기획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5년간 공연을 올리며 소리꾼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전에 초청한 가야금 연주자를 제외하면, 이자람이 talk concert의 최초 한국음악 예술가다.

 

<손범수, 진양혜의 Talk & Concert> 포스터

 ▲ <손범수, 진양혜의 Talk & Concert> 포스터 Ⓒ한채현

 

 진양혜 아나운서는 그녀를 국악인으로 인정하기에는 가진 것이 많다며 ‘아티스트’나 ‘이자람씨’로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소리는 기본으로 하고, 대본 작업에 작창, 음악감독, 배우의 역할까지 모든 것을 잘 해내는 다재다능한 그녀다.


마이크 없이 생생하게 듣는 이자람의 소리

 이자람은 다소곳한 자세로 ‘반갑고 감사합니다.’라 말하며 무대에 섰다. 이번 talk concert에서 이자람은 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생 소리’ 그대로 관객을 만났다. 극장 문화가 발달하면서 소리꾼도 극장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마이크를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원래의 판소리는 극장 좌석이 아닌 바닥에 앉아서 감상하고, 소리꾼도 자기 목소리 그대로를 뽑아내던 것. IBK 챔버홀은 현대식 무대인데도 울림이 매우 좋아서 이자람은 자기 목소리 그대로 관객을 만나겠노라 했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은 울림이 좋게 설계되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많은 음악가가 선호한다. 그 장점이 우리 음악에도 이렇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소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해보겠습니다.’라고 부드러우면서도 당차게 말하는 그녀의 에너지가 객석에 잘 전달되었다.

 

<춘향가> 중 어사 상봉 대목을 선보이는 이자람

▲ <춘향가> 중 어사 상봉 대목을 선보이는 이자람 Ⓒ예술의전당


 이자람이 처음 선보인 대목은 전통판소리 <춘향가> 중 어사 상봉 대목이었다. 손에 든 부채는 그녀가 다양한 인물을 소화하는 것을 돕는 중요한 도구였는데, 부채를 탁하고 펴는 순간 그녀는 구수한 이야기꾼에서 암행어사 이몽룡으로 순식간에 변신해 있었다. 실감 나는 표정 연기와 정교한 움직임 표현에서 ‘아 이 사람이 어떤 인물이구나.’라고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소리꾼 이자람과 이향하 고수

 ▲ 소리꾼 이자람과 이향하 고수 Ⓒ예술의전당


 판소리에서 소리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이 바로 고수다. 이자람의 무대에는 이향하 고수가 함께했는데, 고수는 남자일 거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여자 고수였다.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해 호흡이 잘 맞는 연주자라 했다. 이향하 고수는 대목이 진행되는 내내 소리꾼 이자람에게서 시선을 놓치지 않으며 북소리로 극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1 고수 2 명창’이라고 해서, 고수 한 사람이 무대를 잘 다스려주면 소리꾼은 마음껏 춤출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자람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예솔이가 소리꾼 이자람이 되기까지

 이자람이 이날 무대에서 선보인 네 개 대목은 그녀의 스승이 관객을 만날 때 가장 많이 했던 대목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이렇게 선정한 이유는 첫째, 관객과 소통이 그만큼 잘 되었던 대목이라는 뜻이고, 둘째, 그녀의 ‘스승님이 아끼셨던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자람은 유독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녀의 첫 스승인 은희진 소리꾼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이자람은 많은 어른에게 ‘예솔이’로 더욱 잘 기억된다. 80년대에 어린 이자람은 꼬마 가수였는데, TV 프로그램에서 꼬마 가수 예솔이가 판소리를 배워보는 내용이 있어 그것을 계기로 판소리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당시 분장실에서 스승 은희진을 만나 판소리를 한 번 배워본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지금은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과 독창적인 창조 정신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꾼이지만, ‘예솔이’였던 이자람은 처음 판소리를 배울 때 그 소리가 싫어 입도 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녀를 스승 은희진은 한 시간 동안 어르고 달래 입을 열게 했고, 그 순간 어린 이자람은 자기도 모르게 선생님의 매력에 빠져 제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녀는 어린이같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그때를 회상했다.

 

어릴 적 이야기를 풀어 놓는 이자람

▲ 어릴 적 이야기를 풀어 놓는 이자람 Ⓒ예술의전당


 이자람의 초등학교 때 별명은 부채 도사였다. 매우 싫어하는 별명이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남학생들에게 ‘기생’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단다. 국악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싫어, 국악 하는 학생이 아닌 척 “나 노래해.” 하고 둘러댄 적도 있다. 누군가에게 내가 국악을 한다고 말할 수 없었고, 심지어 소리를 하기 싫다고까지 생각했다고 하니, 관객으로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만약 그때 이자람이 소리를 관뒀다면, 한국은 이렇게 훌륭한 예술가 한 명을 잃었을 것이 아닌가. 국악중학교를 졸업한 이자람은 으레 진학하는 국악고에 가기가 싫었다. 무대에 서는 화려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어 부모님께 예고에 가겠다고 말씀드렸으나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국악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이어 서울대학교 국악과에 진학해 계속해서 소리꾼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심청가> 중 젖동냥 대목

▲ <심청가> 중 젖동냥 대목 Ⓒ예술의전


전통판소리 <심청가> 중 젖동냥 대목

 보통 소리를 배우는 학생들은 춘향가의 맨 앞 대목이나 사랑가를 입문 과정처럼 배우게 되는데, 이자람의 스승 은희진은 심청가의 젖동냥 대목을 먼저 가르쳤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목을 첫 제자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선생의 마음이었다. 매우 어려운 대목이지만 어린 이자람은 열심히 따라 하고 배웠다고 한다.


 판소리는 약속이 많은 예술이다. 젖동냥 대목에서 이자람의 부채는 심봉사의 지팡이가 되기도, 아내의 죽음 앞에 피운 향이 되기도 했다. 팔에는 정말 아기가 있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보이지 않는 아기를 안았다. 소리꾼 한 사람이 이야기꾼과 등장인물을 넘나드는데, 사람들은 그 인물을 모두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한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약속이 담긴 함축적 예술 형태였다.

 

소리꾼 이자람의 열정적인 무대

 ▲ 소리꾼 이자람의 열정적인 무대 Ⓒ예술의전당

 

8시간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이자람은 8시간 동안 완창을 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녀는 완창은 해내는 것의 중요성보다,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의 어려움이 더 크다고 한다. 남들 앞에서 내가 전통을 잘 이어받았는지를 시험받는 것이며, 무대 위에서 완창을 하는 것보다 그 과정이 더욱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자람은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배우는 모든 소리를 완창했다.

 완창은 소리꾼도 힘들지만, 객석에 앉은 사람도 힘들다. ‘판소리는 무대 위에 있는 사람에게 밥을 주고 싶게 하는 예술 장르’라며, 관객은 그 판이 존재하게 하는, 판을 벌일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의 완성 단추 같은 존재라고 이자람은 설명했다. 소리꾼이 무대에 스며든 관객의 에너지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완창할 때 소리꾼에게 힘을 주기 위해 관객은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함께 하곤 한다. 이자람이 8시간 완창을 했을 때 20분의 중간휴식을 두 번 가졌는데, 이때 관객들도 식사할 수 있도록 공연장 밖에 음식을 차려놓았다. 그런데 관객들이 무대를 비우지 않기 위해 눈치껏 교대로 밥을 먹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참 고마웠노라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창작판소리 <사천가> 中

 ▲ 창작판소리 <사천가> 中 Ⓒ예술의전당


이자람의 창작판소리 <사천가>

 이자람이 다음으로 공연한 작품은 바로 사천가. 그녀를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에서 주목하는 소리꾼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자람은 <사천가>에서 대본, 작창, 연기, 음악감독, 소리꾼 역할을 모두 소화했다. 희곡 공부를 하던 중 브레히트의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읽고 주인공 셴테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판소리로 만들어 줄 작가를 찾아다녔는데,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당시 연출을 맡아 주었던 남인우 연출가가 “판소리 언어는 네 안에 있다”며 직접 대본 작업을 해 보도록 권유했고, 그것이 사천가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창작 판소리 작업이기에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판소리에서 아무 음이나 사용해서는 안 되므로 그 안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스스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대본 쓰는 일은 그렇지 않았다.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고, ‘내 안의 까불이가 가장 많이 발현되었다’고 이자람은 말한다. 작품을 완성해 수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 다음 작품에 관한 제의를 받는 것이 가장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한다.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도록 누군가 찾아와주는 것이 대박”이라며 대박을 이룬 그녀가 말했다.

 

창작판소리 <사천가>에서 연주되는 다양한 악기

▲ 창작판소리 <사천가>에서 연주되는 다양한 악기 Ⓒ예술의전당


 사천가는 2시간 반으로 공연 시간이 꽤 길다. 전통 판소리와 다르게 23개의 타악기에 드럼과 기타까지 등장해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고, 요즘의 말을 대사(가사)로 사용했다. 확실히 앞서 들었던 전통 판소리보다 이야기를 알아듣기가 수월해서 한결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다양한 악기와 함께 그녀의 움직임도 더욱 적극적이고 동적으로 변했다. 극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명동처럼 사람 많은 곳에 가서 ‘어떤 몸집의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와 같은 행동 특성이나, 표정을 관찰했다고 한다. 이자람은 실감 나고 재미있게 모든 배역을 혼자서 소화하고, 서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풍부한 표현력을 발휘해 관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녀는 대단한 소리꾼인 동시에, 이야기꾼이었다. 사람들을 그녀의 주변으로 모여들게 하고, 귀를 기울이게 하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연애주의자다’

 이자람은 자칭 연애주의자다. 토크쇼에서 질문받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관객의 흥미는 극대화하는 짓궂은 주제, 연애. 이자람은 7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고, 다음 작품인 국립극단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연애를 통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순간을 살아내면서 자신을 알게 된다는 그녀다. 한 인물로 연기하는 것이 처음이라며 차기작 <문제적 인간 연산>에 대한 설렘을 밝히기도 했다.

 

전통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가 맹인잔치에 가는 장면

▲ 전통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가 맹인잔치에 가는 장면 Ⓒ예술의전당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마지막으로, 이자람은 공연을 마쳤다. (관객의 아쉬운 마음에 화답하며 앙코르곡으로 ‘사랑가’를 들려주기도 했지만)

 “하던 일을 계속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자람의 마지막 인사말이었다. 거창하지도 장황하지도 않은 소박한 인사에는 진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또 어떤 ‘하던 일’로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울릴까. 마이크 없이 부채 하나 들고 어디서든 공연하고 싶다는 이자람. 전통과 창작을 넘나들며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그녀의 소리가, 그녀의 작업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4월),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5월), 소리꾼 이자람(6월)이 <손범수, 진양혜의 Talk & Concert>를 빛냈다. 다가올 10월에는 바리톤 김동규 성악가가 무대에 설 예정이다. 11월에는 신수정 피아니스트를, 12월에는 오페라 갈라를 만나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채현 대학생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sparkling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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