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건 [ 1 / 1쪽 ]

시간이란 무엇일까? 이 근원적 질문은 고대부터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이 '바다로 흘러가는 강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직선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믿었다. 반면 마야, 잉카 문명에서는 계절이 반복되듯 순환하는 '원형의 시간'을 상상했다. 이 책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다양하게 해석되어 온 시간의 다층적인 개념과 과학적 탐구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단순히 시간을 철학적, 과학적 관점에서만 논하는 것을 넘어, 백과사전처럼 폭넓은 영역으로 아우른다. 미술관의 ‘뜨개질하는 시계’부터 ‘코끼리가 등에 짊어지고 다녔던 물시계’, 심지어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알람과 동시에 차까지 끓여 주는 시계’ 등 역사 속에서 시간을 측정하고 활용했던 기상천외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물론 시간에 대한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추상적 사고가 조금은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난해한 개념들을 여러 학설과 대비하여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풍부한 그림 자료와 함께 보여줌으로써 시간을 보다 다각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싶거나, 시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고 싶을 때, 평소 흘려보내던 시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하루하루 그냥 흘러가던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 볼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단 12초의 시간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중2병’에도 백신이 필요할까? 이제 막 중2가 된 설주와 친구들은 담임 선생님의 제안으로 신설 동아리 '질병관리밴드'에서 1년간 '중2병'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다. 징크스와 괴담을 믿으며 혼자 품고 있기 벅찬 비밀을 간직한 소심한 아이 설주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피비에게 편지를 쓰며 말하고 싶지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일기로 기록한다. 청소년기의 고민과 외로움 속에서 설주는 스스로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설주와 친구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질문하며 각자의 무게를 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자라난다. 수평선, 지평선과 달리 시간의 경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선명하게 나누는 '시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소중한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붙잡아 두는 이야기로, 이해하기 어려워서 차라리 ‘중2병’이라고 단순하게 명명해 부르는 청소년 시기의 어려움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중2병’이라는 통과의례의 시기를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한 항체와 면역력을 기르고 단련하는 시기라는 걸 알려준다면 그 헤맴의 시간을 지나는 모두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서 ‘무엇’을 바꿀까?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만한 달콤한 상상이다. 주인공 채윤은 우연히 도서관에서 ‘시간 여행자의 책’을 발견하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모험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보너스 시간을 얻게 된 것 같은 기쁨에 학원 시험 성적을 높이고, 친구를 돕는 등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 여행자의 책을 활용한다. 그러나 곧 멀지않은 미래에 소중한 것을 잃는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부터 채윤은 되돌리고 싶은 단 하나의 순간으로 돌아가 불행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애쓴다. 그 과정에서 마찬가지로 과거를 되돌리고 싶어 하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과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둘은 함께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살다 보면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바꾸고 싶은 순간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책은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 채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한 소재를 통해 현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허물어진 폐가에서 할머니 쥐와 단 둘이 사는 망망이. 망망이는 토끼만큼 긴 귀와 강아지처럼 망망 짖는 평범하지 않은 생쥐다. 어느 날 망망이는 남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를 위해 시간을 모아 선물하겠다고 결심하고 때마침 시간을 모을 수 있는 수첩과 자루를 발견한다. 시간을 모으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 망망이는 책읽기가 싫은 친구의 시간, 연습이 힘든 아이돌 연습생 누나의 시간, 육아에 지친 엄마의 시간,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의 시간을 차곡차곡 모아간다. 어렵게 모은 시간을 할머니에게 드리는 망망이. 할머니는 망망이의 기특한 선물을 기쁘게 받으셨을까?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망망이에게 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이 이야기는 산해경에 나오는 신화 속 동물 ‘이서(耳鼠, 귀쥐)’를 모티브로 삼았다. 망망이가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은 오롯이 각자의 몫임을 일깨워준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그저 빨리 가기만을 바라는 인물들과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알차게 보내는 대모 할머니, 약속 시간을 안 지키는 것은 남의 시간을 훔치는 것이라고 말하는 솔이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모아야 할 것은 시간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성실히 살아내는 태도’임을 알려준다. 망망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시간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는 1초, 1분, 1시간, 그리고 1년은 과연 어떤 시간일까? 자연의 동식물과 광대한 우주에서는 이 시간이 어떤 의미로 흐르고 있을까? 이 책은 1분에서 100년에 이르는 시간의 스펙트럼을 다양한 생명의 장면 속에 세밀한 삽화로 담아내며,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인 세계로 끌어온다. 등굣길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1분 동안 우리의 심장은 60~100번을 뛴다. 지금 우리의 얼굴을 비추는 햇빛은 태양이 8분 전에 보낸 것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들여다보자면, 사과나무의 열매가 맺히기까지는 최소 1년, 길게는 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해저 깊숙한 곳에서 펼쳐지는 산호초의 장관은 사람으로 치면 갓난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무려 25년에 걸친 기다림의 결과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심장이 뛰고 빛이 날아오고 산호가 자라는 모든 시간을 자신의 삶 안에 품은 채 100년을 살아간다. 생명들이 견디고 쌓아 올린 시간의 층위를 차근차근 보여 주며, ‘기다림’이야말로 생명이 살아가는 방식임을 일깨운다.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시간의 개념을 설명하면서도, 그 안에 깃든 생명들의 분투와 고요한 성장을 포착해 낸 점이 인상적이다.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자연과 생명이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내는 그 시간을 향해 경외와 존중의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매일 같은 시간에 등교하는 일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생이 많고, 각종 영상과 게임의 유혹 속에서 아이들의 일상은 점점 엉망이 되어 간다. 도훈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이 흘렀지만 매일 지각하며, 준비물은 챙기지도 못한다. 숙제는 내일로 미루는 것이 당연한 여덟 살이다. 헐레벌떡 지각으로 시작한 엉망진창 하루를 보낸 도훈이에게 방과 후 수업을 같이 듣는 4학년 하연 누나가 말을 걸어온다. “도훈아, 너 오늘 지각하고 준비물도 못 챙겼지? 내가 1학년 때 딱 그랬는데! 좀 도와줄까?” 하연 누나는 이 모든 일이 ‘시간 관리’를 몰라서 그런 거라며 시계 보는 법, 달력 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도훈이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 관리 모습을 엿보며 계획을 세우는 방법도 배우고 계획은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낭비된 시간을 찾고 활용하는 법과 미디어 사용이 시간 관리에 미치는 영향도 배우게 된다. 과연 도훈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며, 가만히 있어도 없어지는 소중한 시간! 이 책을 통해 여덟 살 어린이들이 스스로 시간 관리하는 법을 배우면 어떨까? 여덟 살은 첫 습관이 잡히는 중요한 시기고, 시간 관리는 앞으로 살아가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처음 시계 보는 법을 배울 때, 시침과 분침이 헷갈려 한참 울었던 기억이 있다. 작은 바늘 하나를 이해하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날의 서툶과 답답함은 지금도 선명하다. <시계탑 삼 형제>는 처음 시계를 배우던 그 때를 떠올리게 하며 시간 속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마을에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탑에는 삼 형제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막내 초침이가 쉼 없이 한 바퀴를 달리면 둘째 분침이는 겨우 한 걸음을 가고, 분침이가 60걸음으로 한바퀴 돌면 첫째 시침이는 천천히 다섯 걸음 걷는다. 그사이 초침이는 무려 60바퀴나 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을사람들은 시침이와 분침이만 보며 두 형제의 위치에 따라 일어나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초침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에게는 닿지 않아 서운함을 느끼고 모두가 잠든 밤 시계탑을 내려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다음날 초침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분침이과 시침이는 언제 움직여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게 되고 사람들 역시 시간이 맞지 않아 혼란에 빠진다. 마을사람들은 숨어버린 초침이를 찾아나선다. 이 책은 시간의 구조를 쉽고 친근하게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내는 귀중함도 알려준다, 초침이의 작은 표정 변화에 집중하며 읽어보자. 이야기의 감정선이 더 또렷하게 다가와 그림책을 보는 재미가 더해질 것이다.

이 그림책은 무엇이든 ‘빨리빨리’를 외치는 부모와 언제나 ‘천천히’ 하라고 일러주는 조부모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아이가 자신의 리듬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엄마 아빠의 재촉은 피로한 일상의 풍경이다. 쉼 없이 움직이는 엄마 아빠의 속도에 맞춰야 하는 아이의 표정엔 웃음기가 없다. 그런데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면 세상은 전혀 다른 속도로 흐른다. 밥도 천천히 먹어야 맛을 음미할 수 있고, 걸음도 느리게 걸어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는 두 분에게서는 삶의 여유와 느긋함이 느껴진다. 숲길을 걸으며 사계절의 풍경을 들려주는 할아버지 곁에서 아이는 여유로운 세계를 맛보지만, 이내 그 느긋함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두 세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시골에 머물며 또 다른 장면을 마주한다. 늘 ‘빨리’를 외치던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는 오히려 천천히 하라고 말하는 것. 속도의 기준은 상황과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는 비로소 자기만의 시간 리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시간이 아닌, 자신의 리듬을 따라 움직이는 아이의 모습에 자신감과 행복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