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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 차가운 바닷가에 우두커니 홀로 서 있는 주인공 M은 무언가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아무것도 끌어내지 못한 채 마음대로 파도를 만들어내는 바다를 보며 이런저런 고민에 빠진다. ‘저 반대편에 누군가 서 있을까?’, ‘나처럼 지금 혼자일까?’, ‘걔네 엄마는 그 아이를 사랑할까?’. M의 질문들은 청소년 시기,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외로움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섬세한 스케치를 통해 바다를 데이지 꽃밭처럼 빛나게 표현한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빛바랜 추억들이 떠오른다. 감정이 요동치던 그 시절, 괜한 외로움에 닿지도 못할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생각을 흘려보냈던 나날, 다 큰 어른이 된 것만 같던 그때를 떠올리면 M의 성장통에 공감할 수 있다. 이 책은 명확한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섬세한 감정과 그림의 흐름으로 독자를 이끈다. 독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M을 이해하고,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에 스며든다. 눈을 감고 바다를 떠올리는 장면에서처럼,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바다를 머릿속에 그려보게 한다. 그렇게 『바다에서 M』은 모두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같은 푸른색을 지녔지만 금빛 꽃밭처럼 느껴지는 바다와 왠지 쓸쓸해 보이는 M의 푸른 눈동자는 무슨 차이를 가지고 있는 걸까? 이 책은 질풍노도의 한가운데 서 있는 청소년은 물론, 어른이 된 독자에게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이다.
세 명의 10대 주인공 ‘설’, ‘광민’, ‘여름’이 북한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의 여정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자신의 의지대로 앞날을 선택하고자 한 세 청소년의 성장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자유롭게 살기를 꿈꾸던 세 주인공은 마침내 처음으로 바다에 도착한다. 바다를 향해 힘껏 달려가는 세 아이의 뒷모습을 담은 표지는 바다를 보고 싶어 했던 주인공들의 간절한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쪽’도 ‘남쪽’도 아닌 ‘바다’를 자신들의 나라로 선택하는 주인공의 주체적인 목소리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세 친구의 여정에 동행하다 보면 경계 너머 낯선 집단 속의 ‘개인’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어느덧 그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바다에서 다시 시작하는 세 주인공의 남은 이야기가 기대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작가가 13년 동안 100여 명에 달하는 탈북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이 소설을 집필했다. 이러한 현장감은 작품에 깊은 리얼리티를 더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고 있을 모든 청소년들을 위한 성장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이해와 공감을 통해 낯선 것들과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한다.
바다에 직접 들어가 해양 생물들과 함께 바닷속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바다, 어디까지 내려가 봤니?』는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며 간접적으로 바다 탐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바다의 깊이에 따라 표해수대부터 초심해저대까지 다섯 층으로 나누어 층별 특징을 설명하고 각 층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소개한다. 책장을 한 장씩 위로 넘길 때마다 바다 아래로 점점 내려가며 78종의 해양 생물을 만날 수 있다. 책의 각 페이지에 바다 깊이가 미터로 표시되어 있어 해양 생물이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있고, 푸른색으로 시작하여 심해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바다의 실제 모습을 잘 표현했다. 책을 읽다 보면 진짜 바다 아래 깊이 내려가 탐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다랑어, 대왕오징어 같은 바닷속 생물뿐만 아니라 더 깊은 심해에 살고 있는 귀신고기, 알루미늄 새우 같은 새로운 생물도 배울 수 있다. 또한 엄청난 수압과 절대적인 어둠이 존재하여 먹이조차 없을 듯한 심해저대에도 생명이 살아 숨 쉰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깊은 해저는 인간에게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다. 이 책은 어린이들의 바닷속 궁금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새로운 호기심을 심어주는 신비한 바다 도감이다.
새콤한 감귤, 백록담과 한라산, 구수한 고기국수, 높고 낮은 오름들, 끝없이 이어지는 올레길과 바다… 우리나라의 섬 제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여기, 제주도를 조금 특별하게 여행한 가족이 있다. 『제주도를 지키는 착한 여행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섬 제주를 건강하게 여행하는 방법을 은지네 가족의 여행기로 풀어냈다. 이 책은 환경, 음식, 역사 등 9개의 주제로 제주도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미래를 맞이할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주바다에서 파란고리문어 같은 독성이 강한 열대성 어류가 발견되고 있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용머리해안의 산책로도 돌을 쌓아 계속 높이고 있기에 렌터카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대규모 숙박시설 건설로 인한 도내 물 부족, 과잉 관광으로 인한 오름의 파괴, 사라지는 몽돌 등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제주가 처한 문제를 알려주며 스노클링 대신 ‘플로깅’에 참여한 은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알뜨르 비행장과 진지동굴, 그리고 4‧3사건 등 역사적 장소로서의 제주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빙떡’ 만들기 대회 에피소드는 고소한 메밀과 무채의 조화를 궁금하게 만든다. 여행 전,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제주도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제주도를 지키는 착한 여행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떨까? 더욱 유익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 대왕고래. 거대한 대왕고래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종종 대왕고래가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은 있지만, 주로 바닷속에서 유유히 유영하는 웅장한 모습의 살아있는 대왕고래였다. 그렇지만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죽음은 대왕고래도 피할 수 없다. 커다란 고래가 죽으면, 그 큰 몸체는 과연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대왕고래의 마지막 노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세밀한 글과 그림으로 자세히 설명한다. '웨일 폴(Whale fall)'은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고래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100년 가까이 바다를 헤엄치던 대왕고래가 죽어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의미한다. ‘웨일 폴’은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깊은 바닷속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 책은 거대한 대왕고래가 죽고 뼈만 남기까지 수백 년 동안 벌어지는 과정을 4단계로 구분해 보여준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생명체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치열한 생명의 흐름과 에너지의 순환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또한 이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사실에 근거하여 쓴 책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한 편의 영화를 본 것과 같은 경이로움과 함께 생명의 숭고함에 감동하게 된다.
‘바다’하면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푸른 바다를 떠올릴 것이다. 한편, 바닷 마을 사람들에게 바다는 고기를 잡고 양식을 할 수 있는 논밭과도 같은 삶의 터전이다.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 대형 크레인을 실은 부선과 20만 톤급 대형 유조선이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뉴스에 연일 보도되던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 모래사장, 자갈밭, 그리고 갈매기 떼 모습. 그 충격적인 장면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곳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겐 더욱 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덮인 날』의 도환이네 마을 사람들은 하루종일 바다로 나가 기름을 걷어 내고 애써 눈물을 감추며 한숨을 쉰다. 도환이도 친구들과 함께 자갈밭의 돌멩이를 닦아내며 힘을 내지만 검은 바다의 공포에 악몽까지 꾼다. 태안은 특별재난지역이 되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온다. 너도나도 한마음이 되어 기름을 걷어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빠른 속도로 ‘태안의 기적’이 일어난다. 병든 바다가 깨어나고 아픈 동물들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도와주는 모습, 힘을 모아 소중한 바다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따뜻한 그림과 함께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바다’를 생각하면 대부분 파란 물결, 하얀 파도, 해변에서의 여유로운 휴식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 『바다』는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바다의 모습에서 살짝 벗어나, 다르지만 또 어딘가 친숙한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책 속의 바다는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그 안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표현한다. 짜그락거리는 자갈, 분주히 움직이는 소라게, 춤추듯 헤엄치는 가리비, 수초 사이를 누비는 물고기들. 이들의 움직임과 소리가 켜켜이 쌓여 생동감 넘치는 ‘바다’라는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리고 그 세계는 따뜻한 햇살과 달빛을 먹으며 익어간다. 그렇게 ‘소금 눈’이 내릴 즈음,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이 모든 묘사가 바로 ‘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평범했던 바다는 반전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인 ‘김’으로 변신하며 친근하게 다가간다. “아, 바다가 김이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책장을 처음부터 다시 넘기면, 표현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구운 김을 자를 때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갈매기로 표현한 점이 재미있다. 바다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은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일상의 사물을 신선한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 준다.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마른 김을 굽다가 김도 바다의 일부였다는 생각에 『바다』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신선하고 기발한 책이다.
우리는 여름이면 무더위를 피해 바다를 찾는다. 모래사장에서 뛰어놀고,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거나 윈드서핑을 즐기다 보면 일상을 벗어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바다가 삶의 터전인 해양 생물들은 어떨까? 장준영 작가의 『반짝이는 섬』은 바다에 사는 작은 생명체인 꼬마 소라게의 시선에서 바라본 바다를 담고 있다. 새로운 껍데기가 필요한 꼬마 소라게는 페트병 뚜껑을 껍데기처럼 쓴 소라게가 멋져 보인다. 페트병 소라게를 따라 빈껍데기를 찾아 나선 길에는 깡통, 깨진 유리병, 비닐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폐타이어와 유리병 속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게들이 수북하다. 위험하다는 털게의 만류에도 멋진 껍데기를 찾기 위해 나선 꼬마 소라게는 결국 바다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우리는 바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바다가 전부인 해양 생물들은 정체 모를 쓰레기로 평온한 일상을 뺏기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편의를 위해 무분별하게 쓰고 버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좌우될 만큼 심각한 일이라는, 무심코 외면하고 있던 상황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름을 맞아 바다로 떠날 계획이 있다면 온 가족이 함께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아름다운 바다가 오래도록 아름다울 수 있도록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실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