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조선여인들, 민예의 미를 찾아서
게시일
2010.07.02.
조회수
9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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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관(02-3704-9048)
담당자
조수빈

 보나 장신구박물관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박물관이 위치한 인사동은 소문난 전통, 예술 동네다. 종로 일대에는 미술관과 작은 전시실이 밀집되어 있어 다양한 전시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조금 깊숙이 들어가면 조선시대를 재현해 놓은 듯한 한옥이 즐비하다. 예술 하는 사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 관심 있는 사람, 심지어 일반인과 외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곳이기에 어느 정도 분위기를 예상하고 찾아갔다. 하지만 박물관의 입장료가 '만 원!' 뜻밖에 비싼 입장료가 의아하다. 잘 알려진 작가나 외국의 대형 기획전시도 아닌데 말이다. 도대체 어떤 특이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길래?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었다.

민예


<옛 생활 속 민예의 미, The Beauty of Traditional Folk Art>전시는 조선시대 민예품과 전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안내를 전한다.


“민예품은 일상의 쓰임에 불구하던 것들이 고유의 형태, 색채, 선의 미학을 통해 조형미와 균형미, 조화미를 지니며 하나의 예술품으로 승화되었다. 우리네 삶 속에서 은은한 멋과 향기를 지니며 삶의 일부분으로 융화되어 같이 호흡하며 살아왔던 옛 것들의 숨결을 되살려 편안함 속에 배어있는 지극한 미와 멋을 알리고자 한다.”

<보나 장신구 박물관 홈페이지 참조, www.bonamuseum.com>


조심스럽게 들어선 전시장에는 아담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무게감을 지닌 조선시대의 가구들이 있었다. 1층에는 주로 여인들이 방에서 사용했을 법한 일상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각함, 좌경, 끽연도구, 도장함 등을 접할 수 있다. 좌식생활을 했기에 그들의 신체에 맞게 높이가 낮다. 전체적으로 좁은 한옥의 방 크기에 맞춰 수납함도 작고 아담하다. 2층에는 여러 민화와 장신구 등이 고색의 빛을 발하고 있다. 3층에 올라가면 오랜 세월을 머금은 나무의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조선인들의 수준 높은 목칠 공예가 유감없이 드러난 장, 궤, 함 등이 전시되어 있다. 목공예가 발달한 이유는 조선 반도의 북쪽에서부터 남쪽까지 퍼져있는 풍부한 산림 때문이란다.



조선여인의 노리개, 출처: 보나 장신구 박물관 홈페이지

조선여인의 노리개, 출처: 보나 장신구 박물관 홈페이지


익숙할 것 같은 한국 문화이지만, 막상 전시장을 들어서면 조선시대의 가구들이 낯설게 다가온다. 몇 백 년 가까이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레 생활양식과 취향이 변한 결과다. 그럼에도 기억을 더듬어서 어머니 세대, 할머니 세대의 집안 가구를 살펴보면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가 보이기도 한다. 기자의 할머니 댁에는 나전 (조개 껍질의 속 면을 떼어 조각조각 붙여가며 모양을 내는 공예)으로 장식 된 장롱이 있다. 무릉도원을 나타내는 10개의 동물들과 버드나무가 반짝이는 나전으로 꾸며져 있다. 어린 시절 오묘하게 반짝이는 나전의 색감에 갖가지 상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한국적인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전해지고 있을까? 그 느낌이 어린 세대에게도 전해지고 있을까? 재료가 다양해지고 해외의 생활양식도 쉽게 바라볼 수 있는 요즘은 방안에 놓을 가구의 폭이 넓어졌다. 디자인 잡지는 일본의 젠 양식에 대해,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양식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 점점 한국 고유의 양식이 설 자리가 줄고 있다. 전통을 잇고 유지하는 공방과 장인들도 줄어듦도 당연하다. 오늘날 현대인과 조선시대의 민예의 조우가 낯설 수밖에 없었으리라.



머릿장, 주칠좌경, 주칠 머릿장/출처:목칠공예, 박영규, 김동우지음, 솔출판사

머릿장, 주칠좌경, 주칠 머릿장/출처:목칠공예, 박영규, 김동우지음, 솔출판사


1층에서 뜸들이며 관람하던 중 보나 박물관의 김명희 관장님께서 내려오셨다. 하도 오랫동안 관람하길래 누구인가 싶어 궁금하셨다고. 무지한 기자에게 여러 가지 조선시대 민예품과 이번 전시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이 박물관에 대해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비싼 관람료에 놀라지 않았는지, 무엇을 알고 싶어 이 전시를 보게 되었는지, 젊은 관람객이 마냥 신기하셨던 모양이다.


이층농, 이층농, 나전삼층장/출처:목칠공예, 박영규, 김동우지음, 솔출판사

이층농, 이층농, 나전삼층장/출처:목칠공예, 박영규, 김동우지음, 솔출판사


“이번 전시에는 정말 보기 힘든 조선시대의 민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국립박물관에서도 보기 힘든 고가구들이고, 정말 그 가치가 뛰어난 것들이기에 전시관람료가 비싼 것이랍니다. 학생 입장에서 조금 부담스러웠을 텐데 사립 박물관에 후원하는 것으로 받아드렸으면 합니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의 사대부, 특히 여인들이 썼던 민예품들이 주를 이루며 그 장식성과 화려함, 견고함이 뛰어나 가치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관장님은 마치 조선시대 여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듯한 표정으로 말씀을 이으셨다.


“조선시대 여인들이 얼마나 세련됐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기에 조선시대 여인들은 천대받고 괄시당하고 늘 숨어 지냈으리라 생각하지만, 여인들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미적인 눈을 높이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민예와 공예가 발달하게 되었지요. 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방안 분위기를 밝히는 아름답고 화사한 색의 가구가 요구되었습니다." 세련된 조선의 여인들! 얼핏 상상인 가지 않는 것은 아마 미디어에서 보곤 했던 흰 옷, 무채색 옷의 서민 여인들이 더 기억에 남기 때문일 것이다. 서민 여인들은 어떠했을까?


“평민들도 굉장히 높은 미적 감각을 지녔음을 알 수 있는 유물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수를 보면 어머니로부터 배웠을 자수며, 문양이며, 색감이 정말 아름다워요. 먹고 살기 바쁘면 어쩔 수 없었지만 평화로운 시절이 지속된 적이 많았지요. 특별히 미술 교육을 배우지 않고, 바깥 활동이 더 제한적이었던 서민이었음에도 그들이 다루고 익힌 솜씨는 현대의 예술 하는 사람들도 우러러 볼 정도입니다.”


조선시대의 민예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는 기자에게 관장님께서 황금 같은 조언을 거듭 당부하셨다.


“저는 세계의 유명한 나라를 다 가보았어요. 유럽의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프랑스며, 스위스를 돌았고 현대 미술의 중심인 뉴욕에서도 살았답니다. 각 도시를 돌면서, 세계의 유명한 유산들을 보면서 결론은 확실해져 갔어요. 한국의 것이 정말 귀하다는 것이지요. 한국적인 것을 알아야 세계의 것을 이해합니다. 가장 먼저 알고 익혀야 하는 것인데도, 현대인들은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정말 아쉬워요. 심지어 고 가구의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가격만 치르려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부자보다도 이 소중한 고가구를 바라보는 자세와 존경하는 마음, 한 마디로 안목 있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관장님은 당연하다는 듯 말씀하셨다.


“많이 보고 많이 다니세요. 아직 젊잖아요. 한국의 미를 찾고 공부하세요. 요즘 인터넷만 치면 정보는 수없이 얻을 수 있습니다. 이대(이화여자대학교), 숙대(숙명여자대학교)에 가면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무료로 말이죠. 직접 발로 뛰어야지만 세계에 널리 알릴 한국의 미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방법은 직접 보고 느끼고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정보를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막상 검색할 키워드를 모르는 현대인이 아닌가 싶었다. 그 키워드를 찾으려면? 거리를 나서서 스스로 안목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전통, 민예에 대한 이런 저런 궁금증, 키워드를 가득 안은 채 인사동 거리를 걸으면서 점점 상업화 되고 현대화되는 인사동 거리가 마냥 아쉽게 느껴졌다. 어느 대기업의 녹차 브랜드 가게가 크게 지어져 있었다. 전통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린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익숙함을 느끼면서도 아까 엿본 조선의 목공예와 자연스레 비교해보게 된다. 넓은 공간, 밝은 조명, 큰 부피의 가구, 심지어 나무의 스티커를 붙인 합판들에 익숙해진 현대인. 마냥 익숙하던 것들을 새삼 새롭게 바라본다. 짧은 시간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던 소박하고도 정겨운 조선시대 민예의 숨결이 남아서인가 보다.


<보나 장신구 박물관 가는 길>


보나 장신구 박물관 가는 길


글/서신영(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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