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 물씬 나는 사랑 이야기 <국립창극단 춘향>
게시일
2020.06.02.
조회수
1178
담당부서
디지털소통팀(044-203-2053)
담당자
정수림

'춘향' 물씬 나는 사랑 이야기

<국립창극단 '춘향'>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창극 춘향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2019-2020 2020.05.14-05.24 국립극장 달오름

[▲창극 '춘향' 포스터ⓒ국립극장]

‘춘향’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가? 미스 춘향부터, 열녀 춘향, 기생 춘향, 그리고 수많은 현대 춘향까지. 본디 춘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왔으므로 그 내용도, 출신도, 성격도 다양하다. 살아있는 사람처럼 다양한 면모를 가졌다. 춘향과 몽룡의 만남부터 마지막 재회까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2020년 우리는 또 다른 춘향을 만나게 된다.

배우진 및 연출진
[▲국립창극단 춘향 언론 시연회. 좌측순/ 춘향 역 김우정·이소연, 극본 및 연출 김명곤, 예술감독 및 작창 유수정, 작곡·음악감독·지휘 김성국, 몽룡 역 김준수 ⓒ국립극장]


‘춘향’은 창극단의 시작이었으며, 주요한 때에 늘 함께했다. 1962년 국립국극단(현 국립창극단) 창단 기념작이었고, 올해 국립극장 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역시 춘향이다. 2014년에는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으로 색다른 춘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춘향은 어떤 모습일까?


창극다운 창극: 극(劇)보다는 창(唱)


창극 <춘향>은 지난해 4월 부임한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선보이는 첫 신작이다. 그는 “창극은 동시대의 의식과 감성에 맞춰 변화하되 뿌리인 판소리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창극의 중심에 소리가 위치할 것을 강조한다. 만정제 춘향가를 완성한 만정 김소희의 애제자인 그는 이번에 직접 창을 지었다.

창극은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음악극으로 뮤지컬, 오페라 등과는 다르다. 이번 창극에서는 짧게는 10년부터 길게는 30~40년 동안 수련해 온, 내로라하는 소리꾼들과 함께 소리의 본질에 집중한다.

연출진
[▲김명곤 연출(좌)과 유수정 감독(우)ⓒ국립극장]

 


새로운 춘향을 만나다


전통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마냥 고리타분하지는 않다. 영화 <서편제>부터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각본, 그리고 국립창극단 최초 완판장막창극 <춘향전> 대본에 이어 이번 창극 <춘향> 역시 김명곤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공연 사진
[▲그네 타는 춘향과 이를 보는 몽룡ⓒ국립극장]

이번 춘향은 전통 소리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나갔다. 극을 보는 도중 들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선율이 있다. 창극 <춘향>에서는 국악기(북·대금·피리·거문고·아쟁·가야금) 외에도 신시사이저, 피아노, 기타, 서브 타악기가 장단을 이끌어간다. 판소리 북 반주의 확장판이다. 악기들은 선율을 말하기보다는 배우들의 소리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대형 그네와 창극단 공연에서 단 한 번도 입은 적 없는 옷 빛깔도 봄 향기를 돋운다. 낯선 얼굴도 보인다. 지난 겨울 샛별 소리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공개 선발을 진행, 김우정 배우가 새로운 춘향에 뽑혔다.

춘향 역 김우정 배우
[▲춘향 역 김우정 배우ⓒ국립극장]

오늘날 관객이 아리송하거나 어려워할 부분은 과감하게 수정하고, 판소리 사설의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내 처음 듣는 이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서울말의 비중을 늘렸다. 전부 전라도 방언으로 구성된 고전 춘향과 달리, 서울 출신 몽룡과 변학도는 서울말을 쓴다. 남원 출신 춘향은 전라도 방언을 사용하지만, 어머니 월매 세대보다는 누그러진 억양을 보인다. 도창*은 이야기 속에 녹아들었다. 설명해주기보다는 음악과 연출을 통해 드러낸다.

  *도창(導唱): 창극에서 연기자가 아닌 제삼자가 무대 뒤나 옆에서 극의 전개를 창으로 해설하는 것을 말한다.

이웃집에 사는 춘향과 몽룡

춘향과 몽룡은 오늘날 우리와 닮았다. 춘향은 주체적이고 당차다. 한낱 종이에 불과한 혼인서약서는 가볍게 찢어버린다. 그거 하나 믿고 평생을 살아온 엄마 월매와는 대조된다. 대신 몽룡의 맹세를, 그의 마음을 믿는다.

몽룡은 수줍은 마음을 연애편지로 고백하며, 받아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순애보를 보여준다. 새로 추가된 ‘권학문’ 장면도 흥미롭다. 몽룡은 단순히 글 좀 읽는, 사랑에 눈이 먼 소년이 아니라 사회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봄을 떠나보내야 했다.

몽룡과 춘향
[▲춘향과 몽룡ⓒ국립극장]

현대로 넘어와도 열여섯, 스물의 풋풋한 설렘은 여전하다. 엄마 몰래 놀러 나가기 위해 꾸미는 춘향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고전 춘향에서 몽룡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과 달리, 창극 ‘춘향’에서는 춘향이 극을 연다. 대뜸 처음 보는 사람이 마음에 든다고 하는 걸, 아무리 양반이래도 춘향은 순순히 받아주질 않는다. 쾌자를 벗고 속이 비치는 옷차림으로 무대를 거니는 둘은 가히 파격적이다. 생각해보면 편지 한 장 없는 임을, 모진 고문을 당해가며 기다린다는 설정은 고리타분하다. 이번 창극 ‘춘향’에서 춘향과 몽룡은 봄에 처음 만나고, 그해 가을 재회한다.


옆자리에 사람이 없어요

‘객석 띄어 앉기’


코로나 19의 여파로 한동안 무대가 멈췄다. 배우들도 공연이 진행될지 아예 취소될지 확실하게 알지 못했고, 10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는 지침에 한동안은 장면을 짜깁기해 연습했다고 한다. 몽룡 역의 김준수 배우와 춘향 역의 이소연 배우는 그리웠던 무대의 소중함과 초심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객석 띄어 앉기 시행 중 ㅣ 착석 할 수 없는 좌석입니다. 관객 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객석 띄어 앉기ⓒ장세희]


국립 극장 앞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 꼭 기억해야 할 행동수칙 안내물 사진
[▲국립극장 앞 코로나19 행동수칙 안내물 ⓒ장세희]

이번 공연은 관객 간의 거리를 넓히기 위해 ‘객석 띄어 앉기’로 진행된다. 극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발열 확인을 하고, 인적사항을 적은 후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평소보다 여유롭게 일찍 도착하는 걸 추천한다.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출발하는 무료 순환 버스도 손 소독을 한 후, 한 명씩 창가에 붙어 앉아야 한다. 객석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봄 향기가 퍼지는 사랑


연출가 김명곤은 ‘춘향가’에 담긴 사랑의 힘은 '세상을 바꾸는 용기'라 말한다. 비단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 같진 않다. 춘향을 험담하는 이가 있으면 혼내는 남원 사람들을 보면, 이번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사랑’이 무언지 조금은 알 듯하다.

‘사랑가’, ‘이별가’, ‘옥중가’, ‘어사 출두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창극 ‘춘향’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중점으로 보면 색다른 춘향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관객들과 함께, 때로는 무대와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손뼉 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막에서는 새로운 춘향과 몽룡의 모습에, 2막에서는 영상과 볼거리를 중점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 관객석에 앉으면, 눈앞에 꽃 한 송이가 보인다. 특히 1막과 2부 사이, 그 변화에 집중하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춘향 무대 위 꽃
[▲국립창극단 춘향 무대 위 꽃ⓒ장세희]


기자에게는 ‘춘향’이 첫 번째 창극이었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는 많이 봐왔지만, 막상 창극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소리 가락이 낯설었다. 흔히 들어온 선율과는 달리 그 힘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판소리만큼 춘향을 잘 보여주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유수정 감독은 배우들에게 보이지 않는 소리의 흐름까지 신경 쓰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극장을 꽉 채운 배우들의 열정에, 잠시나마 답답한 마음이 풀렸다.

여름을 눈앞에 두고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는데, 이제야 봄이 찾아온 듯하다.

국립창극단 ‘춘향’(Chunhyang) 공연 안내

 

■ 일시: 2020년 5월 14일(목)~5월 24일(일)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일요일 오후 3시

■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관람료: R석 50,000원, S석 35,000원, A석 20,000원

■ 공연시간: 150분(중간휴식 15분 포함)

■ 예매: 국립극장(☎02-2280-4114) 또는 누리집


대학생기자단 울림 15기 장세희 기자 petitisehee@naver.com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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