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_ 치유의 나한상을 찾아가 자신을 돌아보다
게시일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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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성은

국립중앙박물관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치유의 나한상을 찾아가 자신을 돌아보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의 여유가 얼마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넉넉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매우 한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만큼은 그 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되었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이하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가 그러하다. 이 전시는 지난 4월 29일 열렸지만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 포스터

[▲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 포스터 Ⓒ조재형]


창령사 터는 강원도 영월군에 있으며 이곳에서 나한상 371점이 발견되었다. 나한상은 16 나한상, 18 나한상, 500 나한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창령사 터에서는 317점이 발견돼서 본래는 오백나한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여 <창령사 터 오백나한>의 전시명이 붙게 되었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속박물관 중 하나인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작년에 열렸던 특별전이다. 이 전시는 내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한 해 동안 전국의 국립박물관 전시를 자체적으로 평가한 결과 ‘2018년 최우수 전시’로 선정되었다. 그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다시 관람객을 맞이하기로 결정되면서 이번 전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나한상, 현대작가와 협업하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는 일반적인 전시와 다르다. 기존의 전시는 과거 당시 상황에 가깝게 유물을 연구해서 역사적인 가치를 복원하고, 보여주는 방식으로,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박물관의 모습이다. 하지만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는 과거의 것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참여를 통한 전시를 목표로 삼았다.

 

웃고 있는 나한상

[▲ 웃고 있는 나한상 Ⓒ조재형]


이를 위해서는 전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힐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설치미술가 김승영 작가와의 협업을 결정했다. 결과물은 전시의 2부 ‘도시속의 나한’에서 스피커와 나한상의 만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한상은 역사 속에서 많이 만들어졌고, 남아 있는 것도 다수 존재하지만 영월 창령사 터의 나한상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나한상은 표면이 거칠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조명을 비추면 더욱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다른 나한상보다 더 감수성을 느끼게 되고 이런 감정을 극대화하여 더욱 풍부하게 관람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현대작가와 협업을 하였다.


이렇게 기존의 전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은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를 직접 보기 위해 기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전시는 1부 ‘자연속의 나한’과 2부 ‘도시속의 나한’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나를 온전히 돌아보는 시간


1부 ‘자연속의 나한’에 입장하면 매우 어둡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현대 미술품처럼 관람객과 작품을 1:1로 직면하게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전략이다. 그래서 1부에서는 나한상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그 나한상을 바라보는 자신에게도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학예연구사가 나한상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

[▲ 학예연구사가 나한상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 Ⓒ조재형]


<창령사 터 오백나한>은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의 전시와는 다르게 유물을 설명하는 글이 매우 적다. 입구에 큰 제목으로 적은, 전시의 전반적인 설명 이외 나머지는 모두 배제했다. 대신 전시설명은 전시장 밖의 영상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한상의 다양한 표정

[▲ 나한상의 다양한 표정 Ⓒ조재형]


우리가 생각하는 불상은 대부분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한상은 인간적 속성과 신적인 속성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표정이 드러난다. 나한상은 불교에서 이미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존재이나 부처처럼 열반*에 이르지는 않았고, 부처의 부탁으로 미륵불**이 올 때까지 중생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미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신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희노애락의 인간적인 속성이 나한상의 표정에서 잘 드러나는 것이다. 나한상을 보는 우리들이 공감을 얻게 되는 이유는 바로 나한상의 다양한 감정이 표정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며 이것이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의 매력이다.  

*열반: 불교 수행에서 말하는 최고의 경지

**미륵불: 미래에 나타나 중생을 구원하는 부처

 

벽돌에 새겨진 글씨 ‘동경’

[▲ 벽돌에 새겨진 글씨 ‘동경’ Ⓒ조재형]


1부 바닥에는 벽돌이 깔려져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벽돌마다 문장이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변에서 들리는 새 소리, 바람 소리는 벽돌에 새겨진 문구를 읽는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면서 편안하게 휴식하고 힐링한다는 느낌을 준다. 마치 숲속에서 나한상을 만나 그 나한상이 말을 한다면 벽돌에 새겨진 글씨처럼 이야기를 할 것 같다. 그 글은 문장일 수도, 단어일 수도 있지만 그 울림은 매우 크다. 자신만의 느낌과 울림을 찾기 위해 나한상과 벽돌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 1부의 큰 재미다.

 

스피커와 나한상의 만남

[▲ 스피커와 나한상의 만남 Ⓒ조재형]


2부 ‘도시속의 나한’에서는 스피커 사이사이에 공간 박스를 비치하고 그 안을 나한상으로 채우고 있다. 이것은 나한상을 보면서 우리들의 온전한 자아를 마주하고자 의도한 것이다.

 

부처상으로 추정되는 석상

[▲ 부처상으로 추정되는 석상 Ⓒ조재형]


2부의 다양한 나한상 중에서 조금 다른 불상을 볼 수 있다. 나한상은 두건이나 민머리를 한 모습으로 승려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에 있는 불상은 부처님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창령사 터에서는 317점의 나한상 외에 부처상도 출토되었다. 나한상을 모시는 전각을 응진전이라고 한다. 응진전 안에는 석가삼존을 모시고 그 주변을 나한상으로 채운다. 창령사 터에 나한상과 함께 발견된 또 다른 모습의 석상은 부처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2부의 중심에 이 불상을 배치하고 그 밑에는 수조를 놓았다. 그 이유는 주변에 나오는 소리는 도시의 백색소음인데 이러한 소음 속에서 온전한 자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습을 비출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수조의 이름도 ‘마음’이다.

 

수행의 길 안내판

[▲ 수행의 길 안내판 Ⓒ조재형]


스피커의 뒷면은 ‘수행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스피커의 뒷면을 걷다 보면 빗자루 쓰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에 집중하면 마음의 근심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빗자루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으며 소리에 집중해보기를 추천한다.

 

희로애락을 나타내는 나한상

[▲ 희로애락을 나타내는 나한상 Ⓒ조재형]


‘수행의 길’이 끝나는 곳에는 희로애락을 나타내는 나한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1부에도 나한상이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있지만 2부의 나한상은 서로가 모여 있다는 점에서 1부와 다르다. 모여 있는 나한상은 서로가 대화를 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희로애락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전시 연계 아트토크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는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전시와 연계된 아트토크를 준비하여 관람객에게 오백나한의 의미와 전시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장을 마련하였다. 4월 30일 화요일부터 시작하여 5월 21일까지 총 4차례의 아트토크가 열린다. 아트토크와 창령사 터 오백나한을 직접 준비한 이야기를 국립중앙박물관 박경은 학예연구사를 만나서 들을 수 있었다.


Q : 전시 연계 아트토크에 대한 소개해주세요.

아트토크는 소규모 관람객들과 함께 친밀감 있고, 관심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입니다. 청중과 더 쉬운 형태의 교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게 되었습니다. 아트토크에서 작가, 담당 큐레이터, 기획자 등 전시의 다양한 관점을 들으며 입체적으로 전시를 이해하고 풍부한 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 이번 전시는 국립춘천박물관에서 한차례 열린 전시인데, 그때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1부의 내용은 두 곳이 동일합니다. 국립춘천박물관의 2부 전시는 나한상의 정보전달 측면에서 구성했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도시 속의 나한이라는 주제로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1부도 주제는 동일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전시공간의 가로 폭을 넓혀서 조금 더 웅장한 규모로 보여준다는 점이 다릅니다.


Q : 현대인에게 나한은 어떠한 점에서 공감을 얻게 되고, 힐링을 줄 수 있을까요?

나한은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존재인데 열반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열반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신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열반에 들지 않고 자신과 같은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존재가 나한입니다. 인간적인 속성과 신적인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더욱 가깝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보통 불상은 정해진 형태대로 조각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나한상은 얽매이지 않고, 굉장히 다양하며 인간적이어서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 점이 공감도 되고, 힐링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보에 쌓인 나한상

[▲ 강보에 쌓인 나한상 Ⓒ조재형]


Q : 전시 중에서 이것만은 꼭 관람하길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여러 작품 중에 강보에 쌓인 나한이 인상적입니다. 보통의 나한이 신체를 온전히 나타내고 있지만 강보에 쌓인 나한은 신체의 일부분인 얼굴만 드러나 있고 나머지는 천으로 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보에 쌓인 나한은 그 얼굴에 드러난 표정만으로 사람과 같다는 동질감을 보이면서 공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2부에서는 두상만 나온 나한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얼굴에서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큰 울림을 느꼈고, 그래서 관람객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Q : 나한상을 통해 관람객들이 울림을 느끼길 바란다고 5월 7일의 아트토크에서 애기하였는데 학예연구사님이 느끼는 울림은 무엇이었나요?

우리 안에 작은 소우주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도 있고, 사람의 마음을 올곧게 하면 다양한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와 닮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의 1부에 들어서면 심연에 펼쳐지는 무한한 우주에서 나한상 각각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한상을 바라보면 저의 마음을 두드리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나한상이 온전한 자신을 마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는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나한상의 표정과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면서 내면을 온전히 그리고 천천히 둘러보면 그뿐이다. 자신이 느끼는 만큼, 해석하는 만큼만 가지고 돌아가면 된다. 바로 그것이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가 관람객을 맞이하는 방법이다. 전시는 6월 13일까지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4기 wogud2255@naver.com 동국대학교 국사학과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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