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통해 역사를 쓰다, 전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게시일
2018.01.17.
조회수
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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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성은

예술을 통해 역사를 쓰다, 전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예술을 통해 역사를 쓰다, 전시<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 국립현대미술관]

 

최근 영화 <강철비>와 <련희와 연희가> 동시 개봉했다. 이 두 영화는 ‘분단’이란 주제는 공유하고 있으나 서로 다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처럼 ‘분단’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이자 부인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전쟁과 분단의 현실은 사람들에게 때로는 막연한 두려움을, 때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로부터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그 당시 사람들의 삶 속에서는 어떻게 작용했을지 우리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18년 4월 8일까지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 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이 열린다. 이 전시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의 하나로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자동차와 함께 한국 중진 작가를 지원하는 연례 프로젝트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를 맡은 임흥순 작가는 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영화감독으로, 영화, 전시, 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전시는 그 어떤 전시보다 깊이 있고 풍부하게 주제를 다룬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영화스틸 2017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영화스틸 2017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은 크게 두 개의 전시실과 복도공간으로 나뉜다.

5전시실에서는 임흥순 작가의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 상영된다. 이 영상은 약 40분가량 네 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3채널로 담는다. 영상 속 할머니들은 각각 일제 강점기 내 독립운동,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을 겪은 세대이며 임흥순 작가는 할머니 혹은 지인들의 입을 빌려 전쟁과 분단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어떠한 형태로 남아있는지 이야기한다.

임흥순 작가는 계곡, 배, 망루, 고목, 가옥 등 영상 속 상징적인 장소나 물품을 실물로 재현 5전시실 곳곳에 배치했다. 그리고 영상에 맞춰 실물로 재현된 장소나 물품들을 조명 집중적으로 비다. 그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관객이 마치 과거의 한 장면에 온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5전시실 설치전경1 

[5전시실 설치전경1 ©국립현대미술관]

 

5전시실 설치전경 

[5전시실 설치전경2 ©국립현대미술관]

 

영상실 뒤편에는 영상의 주인공인 4명의 할머니의 소품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는 할머니들이 직접 사용하신 옷, 신발부터 돋보기, 책, 뜨개질까지 진열돼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물건들로 할머니 한 개인의 일상을 더욱 더 가까이서 바라보는 기회가 된다. 특히, 현재 고인이 되신 김동일 할머니의 유품은 전시 기간 후 나눔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할머니들의 소품 전시 공간1 

[할머니들의 소품 전시 공간1©김찬미]

 

할머니들의 소품 전시 공간2 

[할머니들의 소품 전시 공간2©김찬미]

 

전시 종료 후 나눔 행사 

[전시 종료 후 나눔 행사©김찬미]

 

할머니가 직접 하신 뜨개질 

[할머니가 직접 하신 뜨개질©김찬미]

 

할머니가 직접 입으셨던 옷들과 설명책자 

[할머니가 직접 입으셨던 옷들과 설명책자©김찬미]

 

임흥순 작가는 ‘전쟁과 분단’을 단순히 한반도 내의 이야기로만 여기지 않으며 그 범위를 세계로 확장한 모습을 7전시실에서 보여준다. 7전시실에서는 20여 분짜리의 영상 두 개를 동시에 상영한다. 오른편 영상은 베트남전쟁 피해 여성들과 관련한 것이며 다른 편 영상은 이란-이라크 전쟁 전사자 어머니들의 이야기다. 이때 마주 보는 스크린 사이에 관람객이 위치하도록 만든 구조는 매우 독특하다. 이는 관람객이 이란과 베트남 사이 혹은 전쟁과 전쟁 사이에 서 있도록 해 영상 속 내용이 관람객과 연결 선상에 있음을 시사한다.

 

7전시실 복도 옆 사진전시 

[7전시실 복도 옆 사진전시©김찬미]

 

7전시실 내 영상실은 ‘미디어랩’과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임흥순 작가가 영상 제작을 위하여 사전 준비를 하던 과정부터 인터뷰 녹취록, 참고문헌, 무대 연출 도안, 취재를 위하여 간 나라들의 출입국 기록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임흥순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은 물론이며 그동안 예술가로서 얼마나 많은 도전과 고민을 했는지 느낄 수 있어 전시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그가 제작한 책과 짧은 영상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임흥순작가의 작품 내 장면(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영화스틸) 

[임흥순작가의 작품 내 장면(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영화스틸)©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 복도 벽면에는 인터뷰한 할머니들 삶의 주요 행적을 정리한 ‘시나리오 그래프’와 사진들이 있다. 시나리오 그래프를 자세히 읽어본다면, 영상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복도 시나리오 그래프 

[복도 시나리오 그래프©김찬미]

 

시나리오 그래프 내용 

[시나리오 그래프 내용©김찬미]

 

전시는 임흥순 작가만의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오가는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영상과 영화 간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 차이는 전시를 통해 직접 느껴보길 추천한다. 덧붙여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곧 영화로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업 방식만큼이나 눈에 띄었던 것은 ‘전쟁과 분단’을 물리적 차원이 아닌 추상적 개념으로 설명하고자 했던 점이다. 이때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물리적 고통을 경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전쟁과 분단의 원인과 그 여파를 믿음, 배신, 증오, 유령 등의 단어로 설명하는 방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에서 다룬 제주 4∙3 사건, 항일 독립운동, 한국전쟁, 빨치산, 베트남전쟁 등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나라의 역사이며 그로부터의 아픔은 현재도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 속 몇 문장으로 그 모든 사건을 알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사건의 유무가 아닌 그 근원적 문제와 그로부터 훼손된 당시 사람들의 ‘내일’이며 나아가 이를 극복한 그들의 모습이다. 또한, 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은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경험하는 단어로 우리 삶과 사회의 모습이다. 따라서 그 의미를 되새기며 이 전시를 관람하길 추천한다.

 

김찬미 숙명여자대학교/경제학과 kimchanmi950@naver.com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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