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렸던 단 하나의 목적지, <1945>
게시일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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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우리가 그렸던 단 하나의 목적지, <1945 >

 

우리가 그렸던 단 하나의 목적지, <1945> 

ⓒ윤지연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 연극 <1945 >가 7월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이 극은 해방직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와 여러 문헌들을 통해 그동안 흩어져있던 기억의 조각들을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그 기억 속에 자리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욕망들로 맞추어져 무대 위에 재현다.

   

 명동예술극장 <1945> 

▲명동예술극장 <1945 > ⓒ윤지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중심 사건 또는 유명한 위인이 아닌, 자신의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갔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이 특별하다. 극에 등장하는 대사들과 함께 연극 <1945 >의 핵심을 살펴보자.

 

1945년, “사람이 아니야, 물건이야. 버린 물건.”

 

해방 직후, 패전국 일본에 대한 만주인들의 분노는 조선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과 비난으로 번진다. 만주에 살던 조선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얻기 위해 전재민 구제소로 모이지만, 오고가는 기차는 소련군을 태워갈 뿐 조선인들은 위한 기차는 보이지 않는다.

 

 1945 2017 7.5 - 7.30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 <1945> 포스터 

▲<1945 > 포스터 ⓒ국립극단

 

하염없는 기다림과 함께 찾아온 질병, 가난 그리고 범죄의 위협까지, 구제소의 조선인들은 해방과 동시에 또 다른 전쟁을 마주한다. 머나먼 타국 땅에서 그 어떤 지붕도 없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1945년의 생생함이 연극 <1945 >의 첫 번째 핵심이다.

 

“그 여자가 그렇게 죄가 많은가요?” “살려고 한 게 죄야? 제발, 나두 좀 살자!”

 

<1945 >에서 만난 인물들은 그들이 짊어온 삶의 무게만큼이나 저마다의 복잡하고 무거운 사연들을 품고 있다. 내려놓을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그 사연들은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낸다. 뱃속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조선인들 사이에 숨어들어야 했던 일본인부터 조선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情)’에 매몰차게 등을 돌려버린 사람들도 있다.

 

<1945 > 공연사진_짐을 이고가는 사람들 

▲<1945 > 공연사진_짐을 이고가는 사람들 ⓒ국립극단

 

<1945> 공연사진_명숙과 박선녀 

▲<1945 > 공연사진_명숙과 박선녀 ⓒ국립극단

 

옹졸하고 비겁해보이기도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1945 >는 다양한 욕망이 공존했던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며, 선과 악에 대한 관객들의 이분법적인 판단에 제동을 건다. 관객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그들의 갈등이 두 번째 핵심이다.

 

“다들 험한 시절을 산거야.”

 

갈등과 욕망의 요동 속에서 거듭 들리는 대사가 있다. “다들 험한 시절을 산거야.” 비상식적이고 고달픈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는 어쩐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1945> 공연사진_함께 떡을 만드는 등장인물들 

▲<1945 > 공연사진_함께 떡을 만드는 등장인물들 ⓒ국립극단

 

험한 시절을 함께 견뎌오며 모두가 그리고 바랐던 단 하나의 목적지. 끝내 손에 쥐어진 ‘조선행 티켓’의 목적지는 조선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며 결국 ‘삶’이었다. 그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는 그들의 나지막한 읊조림이 이 연극의 마지막 핵심이다.

 

배삼식, 김정민, 이애린 <예술가와의 만남>

 

7월 9일 공연의 막을 내린 후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배삼식 작가와 명숙 역할의 김정민 배우, 미즈코 역할의 이애린 배우가 관객들을 맞이했다.

 

Q, 배삼식 작가님, 이번 작품의 의도를 설명해주세요!

A. 삶과 살아가는 인간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 대상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때로는 옳고 그름에 대해 따라 움직이겠죠. 하지만 그 기저에서 우리 삶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욕과 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쉽게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저는 작품을 쓰며 저의 분별심과 판단을 유보·정지시킨 상태에서 인물들의 인간 그대로의 삶을 그리고자 노력하였습니다.

 

<1945> 예술가와의 대화 

▲<1945 > 예술가와의 대화 ⓒ윤지연

 

Q. 배우님, 위안소를 탈출한 명숙과 미즈코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A. (이애린_미즈코 역)극에는 위안소에 대한 자료가 많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내면의 준비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참고하셨던 서적도 보고 다른 자료들도 찾아보며 역할에 임했습니다.

 

A. (김정민_명숙 역)역할을 경험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저 자신에게 자책하고 또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나 서적 그리고 여러 자료들을 접하며 제가 몰랐던 부분들을 조금씩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인물과 사실들을 상상하며 ‘명숙’이라는 역할을 준비했습니다.

 

Q, 배삼식 작가님, 이번 작품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이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말씀드리고 싶네요. 목적이나 주제의식을 떠나서 우리가 몰랐던 그 시절의 기억과 자료를 더듬으며,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려주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그려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료를 읽고 모으다 보니 우리 공동체에 대해 과거의 구체적인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느끼게 됐습니다. 그렇게 흩어져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살자. 그래도 살자”

연극 <1945 >에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던 사람들의 간절함이 담겨있다. 우리들도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목적지를 향해 살아간다. 가끔은 까닭 없이 서러운 날이나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찾아와 여러분을 주저앉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적지를 향한 간절함 혹은 그리움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가 되어줄 것이다. 오늘, 1945년의 그 어느 날의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 관람일정: 2017. 7. 5.(수) ~ 2017. 7. 30.(일)

- 공연일정 : 월·수·목·금 저녁 7:30 / 토·일·공휴일 오후 3:00 / 화요일 쉼

- 관람요금: R석 5만원, S석 3만원 5천원, A석 2만원, 신세계 푸른티켓(만 24세까지, 한정수량) 전석 1만원

- 관람연령: 17세(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 기타문의: 국립극단 1644-2003 www.ntck.or.kr

 

*원문 : 도란도란 문화놀이터(http://blog.naver.com/mcstkorea/221051189516)

 

윤지연 서울여자대학교/국어국문학과 jiyeon95iye@naver.com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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