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왕자를 거느리다,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
게시일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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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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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하늘의 왕자를 거느리다 박용순 응사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유산 등재 대전시 무형문화재 8호 매사냥 기능보유자



1응 2마 3첩이란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예전 남성들의 ‘풍류 인기순위’를 일컫는 말인데요, 첫째가 매사냥, 둘째가 말타기, 셋째가 첩거느리기였다고 하네요. 풍류의 으뜸으로 손 뽑혔던 매사냥, 하지만 6·25 전쟁을 겪은 후 빠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매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우리나라 전통 매 사냥의 명맥을 이어가며 더 많은 이들에게 매 사냥을 알리고자 하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대전시 무형문화재 8호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매를 길들이거나 매 사냥을 하는 사람)입니다.



수천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매 사냥


Q. 오늘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시연한 매들을 소개해주시겠어요?

참매는 우리나라 전통 매 사냥에 주로 쓰이는 매고요. 황조롱이는 순수 우리말로 바람박이라고 해요. 공중에서 바람을 잘 탄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죠. 예쁘죠? 제일 말 잘 듣는 매는 해리스매인데 우리나라에선 60년대부터 매 사냥에 이용했어요. 외국에서 들어온 맨데 그룹사냥을 하는 매라 친화력이 좋고 영리합니다. 전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매라고 보면 됩니다. 송골매는 우리 표준도감에 그냥 매라고 표현되어 있는데요. 송골매는 몽골의 송코르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고 하고요. 방랑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시계방향으로 참매, 황조롱이, 해리스매, 송골매 ⓒ박미래


Q. 지금 응방에 몇 마리 새가 있나요?

일곱 마리 정도 있고요. 검독수리가 얼마 전에 들어왔는데, 훈련 중입니다.


Q. 사실 매 사냥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매 사냥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매 사냥은 매와 같은 맹금을 잡아 길들여 사냥에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렵문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Q. 한국에서의 매 사냥은 얼마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나요?

한국 전통 매 사냥은 역사가 오래 됐습니다. 학자들은 선사 시대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는데요. 고구려 고분 벽화에 말을 타고 매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죠. 또한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다양한 역사서에서 선조들이 매 사냥을 즐겨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매 사냥은 고려 때 상당히 활성화되었는데요. 고려시대 때 원나라 황제들이 우리나라 매를 선호했다고 전해집니다. 고려시대 권력층 역시 매 사냥을 즐겼다고 하는데요. 고려 충렬왕 때 최초로 응방이란 것을 만들었죠. 응방이란 매를 포획하고, 조련하고, 사냥하는 국가기관을 뜻합니다. 이 전통은 조선 숙종 때까지 이어졌다고 하고요.


Q. 매 사냥에 필요한 도구들을 소개해주세요.

매 사냥을 하는 데는 버렁, 먹이 주머니, 멍텅구(인조새), 절끈, 시침 등이 필요합니다.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시계 방향으로 버렁, 먹이 주머니, 멍텅구, 절끈, 시침 ⓒ한국 전통 매사냥 보전회


버렁은 매를 다룰 때 손을 보호하기 위해 끼는 장갑입니다. 과거 왕실이나 귀족층은 동물 가죽을 사용했으나 일반 서민들은 무명천을 여러 겹 겹쳐서 버렁을 만들었죠. 시침은 매의 주인을 표시하고, 사냥감을 쫓아간 매가 어디로 갔는지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있는 도구인데요. 매의 꼬리에 달아놓습니다. 그래서 옛날에 매 도둑들은 매를 훔칠 때 가장 먼저 시침을 떼었죠. 여기서 ‘시치미를 떼다’란 말의 어원이 시작된 거랍니다.


Q. 매를 길들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사람하고의 교감, 주변의 환경, 훈련, 먹이 양, 크기, 질, 공복감 정도가 매 사냥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신뢰를 쌓는 것이겠지요. 서로간의 믿음을 쌓은 뒤 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하죠.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매와의 관계도 철저히 ‘Give and Take’죠.



지속적인 훈련이 없다면 매 사냥은 불가능하다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Q. 훈련은 일주일에 몇 번 하나요?

훈련은 매일 나가야 합니다. 이건 야생이기 때문에 연속성이 끊기면 다시 야생의 것이 회복되기 때문에 꾸준하게 시켜야 합니다. 지능이 높은 개나 원숭이처럼 한번 훈련하면 계속 유지되는 게 아니라 매일 반복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 점이 매 사냥의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 처음 매가 새로 들어오면 얼마간은 숙식을 같이 하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집니다. 매를 훈련시킨다는 것은 사냥을 가르친다는 뜻이 아닙니다. 매는 선천적으로 사냥을 할 줄 알아요. 다만 훈련을 통해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거죠.


Q. 계절별로 훈련법이 다른가요?

훈련법에서는 별 다른 차이가 없고요. 겨울철에는 먹이를 줄 때 따뜻하게 해서 줍니다. 그렇다고 뜨겁게 해서 줘도 안 됩니다. 반대로 여름에는 먹이를 차게 해서 줘야겠죠? 참매는 열이 많은 새입니다. 그래서 더위엔 취약해 여름에는 훈련을 장시간 하지 않습니다. 이 매는 더울 때 개구호흡(입을 벌린 채 호흡)을 하는데 이럴 경우 기분이 안 좋다는 뜻이므로 훈련을 더 이상 하지 않죠.(웃음)


Q. 응사님이 생각하는 매 사냥의 매력을 꼽자면?

매 모습 자체도 군더더기 없이 몸매가 S라인이죠. 행동도 호쾌하죠. 매는 다른 새와는 다른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사람을 끌게 하는. 역대 영웅호걸이 다 매 사냥을 좋아했던 거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매가 한 없이 좋았어요. 매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쫓아가곤 했어요. 지금 제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지만 하늘의 왕자를 부리는 왕이기 때문에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응사다, 40년 넘게 매와 동거동락한 박용순 응사


Q. 어떻게 매 사냥을 하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산에 놀러 갔다가 새매 새끼를 주워왔던 게 인연이 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매의 매력에 빠졌는데 현재 50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의 매력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네요.(웃음)


Q. 새매는 어떤 매인가요?

참매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Q. 매 사냥을 하면서 있었던 잊지 못할 순간이 있나요?

2004년 겨울에 있었던 일인데요. 그 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훈련하러 나와서 매를 나무 위로 던졌어요. 한참 매가 꿩을 보고 신경을 세우고 있는 순간에 갑자기 뒤에서 트랙터 소리가 난 거예요. 그러자 그게 놀래서 굉장히 멀리 날아가 버렸어요. 아마도 서너 개의 산을 넘어 수 km 날아간 것 같아요. 겨울이니까 4, 5시만 되도 금방 하늘이 어둑어둑해지잖아요. 때 마침 다음날 동호회 모임이 있는데 그 때 당시 매가 한 마리밖에 없었거든요? 주인공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아닙니까?(웃음)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길들인 매는 멀리 안 날아가요. 그 근방에서 배고프면 바로 내려오는데, 아침에 늦게 오면 이게 먹잇감을 사냥해서 배부르게 되잖아요? 그럼 돌아오질 않아요. 하는 수 없이 아침에 일찍 올라와야겠구나 생각하는데 바람결에 방울 소리가 났어요. ‘내가 너무 집중해서 헛소리가 들리나 보다.’하는데 또 방울 소리가 나는 거죠. 한참을 소리를 따라 가다보니 산꼭대기에서 방울 소리가 딸랑딸랑하고 선명하게 나더라고요. 순식간에 절벽에 올라가서 달빛에 매를 찾아 데려왔던 추억이 있어요.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보통 일어나면 오전엔 공부를 합니다. 옛 문헌도 공부하고 자료도 뒤져 보고 그러죠. 오후엔 응방에서 훈련을 하죠. 오늘처럼 교육이나 시연회가 있으면 매들을 데리고 가고요.


Q. 현재 우리나라에 응사는 몇 분이 계시나요?

공인 응사는 2명뿐입니다. 저와 전북의 박정오 응사만이 전통 매사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죠.


Q. 응사님은 현재 ‘한국전통 매사냥 보전회’를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동호회 인원은 몇 명 정도 되나요?

회원 수는 700여명 되고요. 진짜로 현장에 와서 교육을 받고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은 열 명 남짓 합니다.


Q. 매 사냥은 저 같은 여자도 할 수 있나요? 매 사냥의 전통을 봐도 남자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무리는 없습니다. 매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애정과 부드러움으로 다뤄야 잘 따릅니다. 가까운 일본의 예만 들더라도 여성 매 사냥 동호인들이 많습니다. 실제 매를 부리는 사람도 많고요.


Q. 일반 대중에게 매 사냥이 익숙지 않지만, 전통문화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응사님이 생각하는 해결방법엔 뭐가 있을까요?

매가 지금 환경부 보호종이고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매 사육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 제도 안에선 매 사냥이 부활하기란 쉽지 않죠. 제가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자산으로 등재가 된 뒤에도 고작 3명의 이수자가 매 사육 허가를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이수자가 많이 배출될 수 있게 관계 기관에서 최대한 협조를 해줘야한다고 봅니다. 매 사냥 기능 보유자 혼자서 취미 생활로 매 사냥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같이 즐겨야겠죠. 그래야만 전통문화는 살아있는 것이고 오래갈 수 있습니다. 우선은 매 사냥을 교육할 수 있는 상설 체험장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

 

 

Q. 본인에게 있어 매 사냥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매 사냥은 남녀 간의 연애와도 같아요. 연애 초기에 남녀가 서로 관심을 갖게 되더라도 처음에는 마음을 안 주죠. 왜냐하면 서로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로 밀고 당기는 시간을 거쳐 서로 신뢰를 쌓게 됩니다. 야생에서 살던 놈이 마음은 청산에 있고 구름 위에 뜻이 있는데 사람 사는 환경에서 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겠죠.


매 사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고려응방 공식 홈페이지 https://www.kfa.ne.kr:44302



박용순 응사님과 하루를 함께 하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매를 좋아하고 아끼는구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의 상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매를 다루는 응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답니다. 매 사냥을 일반 대중들에게 더 알리고자 제주도라도 찾아갈 용의가 있다는 박용순 응사님. 하지만 박용순 응사님이 계신 대전 고려응방에 찾아간다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2월에 응방에서 큰 행사가 있다고 하니 한 번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문화체육관광부 박미래 대학생기자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mirae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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