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달빛기행 - 보름달이 뜨는 창덕궁의 밤,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게시일
20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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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창덕궁 달빛기행 보름달이 뜨는 창덕궁의 밤,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매서운 추위로 우리의 마음까지 꽁꽁 얼게 했던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이 다가왔습니다. 앙상했던 나무에는 푸른 녹음이 돋아나고 꽃들이 저마다의 잔치를 벌이는 터에 많은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낮에 즐기는 나들이는 사람도 많고 이미 갈 만한 곳은 다녀왔다’는 분들도 분명 계실 텐데요. 그렇다면 새로운 나들이를 원하는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보름달과 함께 하는 창덕궁 산책, 어떠세요?



<창덕궁 달빛기행>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창덕궁에 대해 알아야겠죠?

▲ <창덕궁 달빛기행>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창덕궁에 대해 알아야겠죠?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은 서울에 남아있는 조선시대 궁궐 중 하나로 왕과 신하들이 국사를 논하던 통치공간이자 왕실 가족의 생활공간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3번째 임금인 태종에 의해 지어진 창덕궁은 안타깝게도 임진왜란으로 인해 불에 타버렸지만 광해군에 의해 복원되었습니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야간에 창덕궁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행사로 2010년부터 시행되어 올해로 두 살이 되었습니다. <2011 창덕궁 달빛기행>은 4월 16일을 시작으로 4~6월, 9~10월에 진행됩니다. 한 달 내내 모두에게 개방되는 것이 아니라 보름달이 뜨는 날, 한정된 인원만 사전예약을 받아 진행하는 행사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 되겠죠? 자, 그럼 서둘러서 보름달이 뜨는 창덕궁의 밤을 보러 가볼까요.



하늘이 도왔다!


4월의 마지막 행사 날이었던 18일은 아침부터 비가 시원하게 내린 터라 조금 걱정되는 날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비 소식이 있다는 일기예보에 ‘보름달을 못 보면 어쩌나’ ‘날씨가 너무 추우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진행자들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적같이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8시부터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혀 보름달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의 표정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고 설렘과 기대가 묻어났습니다.


창덕궁 돈화문에서 기다리는 참가자들(좌)과 창덕궁의 길을 밝혀 줄 청사초롱(우)

▲ 창덕궁 돈화문에서 기다리는 참가자들(좌)과 창덕궁의 길을 밝혀 줄 청사초롱(우)


밝고 우렁찬 “어서 오세요!” 인사와 함께 진행요원들이 참가자를 맞이했습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에게 청사초롱을 하나씩 건네주었는데요. 청사초롱은 길을 밝히거나 손님을 맞이하고 안내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문화관광부에서 2001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지정하면서 “외국 손님을 기쁜 마음으로 친절히 모신다.” 는 의미로 청사초롱을 캐릭터화하여 마스코트로 지정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의 청사초롱의 궁극적인 역할은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길잡이였습니다. 강한 조명에 약한 꽃과 나무들을 위해 창덕궁에 최소한의 조명을 설치했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어두운 길을 걸어야하기 때문이지요.


매 회마다 100명의 참가하기 때문에 안전상 20명 정도씩 조를 나눠 안내 해설을 받게 되는데요. 예쁜 한복을 차려입은 안내해설자의 행사 소개를 간략하게 들은 후 창덕궁 안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창덕궁 인정전

▲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창덕궁 인정전



인정전부터 연경당까지


집결장소였던 창덕궁의 첫 관문 돈화문을 지나고 보물 813호인 인정문(仁政門)을 통해 들어가면 국보 225호로 지정된 인정전(仁政殿)이 나옵니다. 인정전은 창덕궁의 정전으로 임금의 즉위식이 거행된 장소였습니다. 그 외에도 신하들의 하려나 외국 사신의 접견 등 국가 주요 행사가 행해진 창덕궁의 대표적인 공간이지요. 물 고인 품계석에 인정전의 우아한 자태가 비쳐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냈습니다. 비 왔다고 걱정하던 사람이 누구였냐는 듯 참가자와 진행자 모두가 웅장한 인정전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답니다.


임금의 집무실이었던 선정전(宣政殿)과 임금의 침전이자 편전으로 사용된 희정당(熙政堂)으로 향했습니다. 밤이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선정전의 지붕은 다른 건물과 달리 푸른색 기와로 덮였는데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청기와를 쓴 건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희정당은 왕이 가장 많이 머물렀던 건물입니다. 원래 '숭문당'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연산군 때에 희정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해요. 안타깝게도 1917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는데 1920년에 복구하면서 경복궁에 있는 강녕전을 옮겨지었다고 합니다.


낙선재로 가는 길,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푸르른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 낙선재로 가는 길,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푸르른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희정당에서 조금 걸어가면 밤에도 아름답게 빛나는 벚꽃과 함께 낙선재(樂善齋)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 소실되어 빈터로 남아있던 자리에 1847년 헌종이 자신의 거처인 낙선재를 지었고, 이곳은 헌종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독서와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어진 개인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대궐 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치스러움을 절대 배제하여 기와에 장식을 그리는 단청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헌종의 소박함이 전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라고 볼 수 있겠지요.



낙선재 창살문의 다양한 문양들과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사랑채 입구(가운데)

▲ 낙선재 창살문의 다양한 문양들과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사랑채 입구(가운데)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한 낙선재를 빛내주는 두 번째 특징은 바로 ‘문양’입니다. 마루 밑과 창살문, 담벼락에는 다양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요, 마루 밑에는 ‘빙렬문양’이라고 해서 얼음이 깨진 듯한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불을 지필 때 불씨가 튀어 화재가 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또한 문에 장식된 여러 모양의 창살이 낙선재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더해줍니다. 바로 옆 보름달처럼 동그란 형태의 사랑채 입구를 보니 달의 정기를 온몸에 받았을 임금이 괜스레 부러워지기도 합니다.담장에는 거북이 등껍질 문양인 ‘귀갑문양’으로 장식해 장수를 기원했다고 하네요.


안내해설자분이 낙선재와 관련된 재미있는 비화를 알려주셨는데요. 그 당시 왕이나 세자가 자신의 배필을 얻을 때 직접 관여를 했을까요? 정답은 NO. 세자비나 중전 간택은 왕실의 여성들만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헌종은 ‘내 여자는 내 손으로 찾겠다!’ 라는 마음으로 배필을 직접 고르게 해달라고 대왕대비를 졸랐다고 하네요. 대비는 헌종의 요청을 승낙했고 헌종은 간택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동상이몽이었던 걸까요. 왕실의 어르신들이 점찍은 처자와 헌종이 마음에 담아 둔 정인이 달랐던 겁니다. 안타깝게도 간택의 결정권은 헌종에게 없었기 때문에, 결국 왕실 어른인 대왕대비가 눈여겨 본 명헌왕후 홍씨가 새 안주인이 됩니다. 하지만 헌종 임금은 그 때 자신이 마음에 두었던 여인 경빈 김씨를 잊지 못하고 3년 후 대왕대비의 허락을 받아 그녀를 후궁으로 맞아들입니다. 경빈 김씨는 비록 후궁의 신분이었지만 헌종의 지극한 사랑을 한 몸에 받았으며 왕비와 다름없는 대접을 받았습니다. 헌종과 경빈 김씨의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난 곳이 바로 낙선재입니다.


후원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 (좌)과 청사초롱과 함께 부용지로 향하는 많은 참가자들(우)

▲ 후원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 (좌)과 청사초롱과 함께 부용지로 향하는 많은 참가자들(우) 


낙선재의 로맨스를 듣고 아름다운 후원으로 향했습니다. 후원은 상시개방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안내해설사가 반드시 동행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게다가 밤에 후원을 들어갈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창덕궁 달빛기행>에서 밖에 없답니다.


창덕궁 달빛기행 창덕궁 후원

 

일반적인 궁의 정원과는 달리 창덕궁 후원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산책형 정원으로 지어졌습니다. 약간의 언덕을 지나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주합루(宙合樓)와 부용지가 보이는데요. 주합루는 왕실의 도서를 보관하는 규장각과 열람실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부용지는 연꽃을 뜻하는 '부용'에서 따온 네모난 연못으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라는 전통적 우주관을 뜻하고 가운데 둥근 섬은 하늘을 상징하고 있지요. 부용지에 비친 주합루의 모습은 마치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을 자아낼 만큼 신비로웠습니다.


산책형 정원 부용정

 

부용정은 십자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한쪽은 연못 위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정조가 걸터앉아 신하들과 낚시 내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기도 합니다. 부용정은 마치 두 다리를 물에 시원하게 담그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연상시키는데요. 정조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부용정을 통해 그대로 보이는 듯합니다.



연경당 달빛풍류


달빛과 함께한 창덕궁 기행이 종점에 다다르자 아쉬운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서운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려는 듯 국악공연이 연경당에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아버지인 순조를 위해 지은 건물로 조선시대의 사대부 살림집의 제도를 본떠 지은 가옥입니다. 따라서 단청을 하지 않았고 남녀의 공간을 사랑과 안채로 구분하고 있다고 해요.


연경당 실내에서 열린 전통예술공연 쉼숨소리

▲ 연경당 실내에서 열린 전통예술공연 ‘쉼숨소리’


중요무형문화재 제 17호 전수교육조교 박용호 선생님의 대금연주와 최초의 민간국악단체인 락음국악단의 전통 국악 공연이 연경당 실내에서 열렸습니다. 총 5개의 연주로 구성된 공연은 대금으로 연주하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O.S.T ‘천년학’부터 어린아이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경쾌한 선율의 ‘날으는 밤나무’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었습니다. 또한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를 재미나게 풀어나가 참가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두 시간정도의 긴 달빛기행으로 허기진 참가자들을 위해 다과와 따뜻한 둥글레차가 준비되어 공연을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문화유산은 외국인이나 관광객이 가는 곳’ 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창덕궁 달빛기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휘영청 밝은 보름달과 함께하는 창덕궁 저녁나들이로 소원도 빌고 가족 혹은 연인과의 추억도 남기실 수 있답니다. 문화유산과의 아름다운 만남, 지금 바로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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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달빛기행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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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이자은 대학생기자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piglj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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