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세희 자매의 ‘시름 뚫고 하이킥’
게시일
201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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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조수빈

‘승부 지상주의’와 ‘엘리트 선수 양성’에 골몰해왔던 학원체육이 바뀌고 있다. 운동에만 올인해왔던 학생선수들이 비로소 학습권을 되찾게 됐고, 돈이 없어 운동을 포기해야 했던 아이들이 공짜로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스포츠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스포츠 강사’도 등장했다. 지난 1~2년 새 벌어진 변화이다. 공감코리아 korea.kr은 우리 학원체육의 변화상을 총 6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박주희 양(오른쪽)과 세희 양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박주희 양(오른쪽)과 세희 양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에 소재한 영수태권도체육관.

“얍!”하는 기압과 동시에 강렬한 뛰어차기가 날아든다. 작은 체구의 여학생이지만, 남학생들 못지 않게 힘이 느껴졌다. 반대편에서 맞상대하던 또 한명의 귀여운 여학생이 그 뛰어차기를 빠른 동작으로 피한다. 청담중학교 2학년 박주희 양, 부용초등학교 4학년 박세희 양. 두 자매 모두 태권도를 배운 지 이제 1년 6개월, 작년 9월에 1품을 따고, 올 9월에 2품 심사에 도전하려 한다.

언니 주희 양은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꿈이 확고하다. 경찰관이 되는 것. 용감한 경찰이 되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간직하고 있었고, 태권도를 배우는 것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세희 양도 태권도를 좋아하지만, 힘들 때는 그만 두고도 싶고 아직 어려서인지 새침하다.

또래의 친구들처럼 주희와 세희도 소중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친구도 있고 꿈도 있고, 예쁜 곰 인형도 있다. 하지만 당연히 있어야 아빠와 엄마가 곁에 없다. IMF 금융위기로 아빠는 사업이 부도나 ‘돈 벌어 빚 갚는다’고 지방에 있고 엄마는 어려운 생활을 못이겨 가출했다.

“태권도 열심히 배워 경찰관 돼서 어려운 사람 돕겠다”


주희 양은 86세의 할머니를 모시고 여동생을 돌보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다른 어느 친구들보다 씩씩하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데 학업성적은 전교 25등을 할 정도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집안 일도 대부분 도맡아 한다. 하루하루가 고단한 삶이지만,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태권도 연습은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

             주희 양이 기압과 함께 송판깨기 연습을 하고 있다.
             
주희 양이 기압과 함께 송판깨기 연습을 하고 있다.
 

사실 정부보조금에 기대어 살아가는 주희 형편에 도장에 다닌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마을이장 박태병 관장이 주희의 사정을 알고 주희와 세희에게 공짜로 태권도 가르쳐 주겠다며 2008년 9월부터 자매가 도장에 다닐 수 있도록 해줬다. 체육복을 입고 운동을 할 수 없으니 도복도 무료로 지급해 줬다.

주희와 세희는 박 관장에게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 때문에 항상 불편함이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3월 읍사무소 직원이 ‘스포츠바우처 제도라는 것이 생겼는데, 주희 양처럼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박 관장은 “사실 스포츠바우처 제도가 없어도 주희와 세희에게 계속해서 무료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려 했다”며 “태권도 말고 합기도, 유도도 가르칠 생각인데, 이건 정부 지원금 없이 필요한 경비는 내가 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희 양은 경찰관의 꿈을 반드시 이뤄기 위해 공부와 운동에 전념할 생각이란다. 경찰관이 되면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아버지, 할머니, 동생과 함께 한 집에서 살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지난해 1만 여명의 ‘주희’에게 스포츠바우처 지원


스포츠바우처는 스포츠활동을 따로 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스포츠시설 이용료와 스포츠용품 구입비를 지원하는 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3월부터 저소득층 유소년 및 청소년들의 체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매월 1회 6만원 이내로 스포츠시설 이용료를 지원하며, 스포츠용품 구입비는 연간 1인 1회 6만5000원 이내로 지원한다. 지원금은 각각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50%, 지방자치단체가 50%를 맡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억원(지방비 포함 40억원)으로 시작했으나, 올해에는 30억원(지방비 포함 60억원)으로 늘려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의 만 7~19세 유소년 및 청소년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거주하고 있는 시군구청에 스포츠바우처 이용 신청을 하고, 해당 지자체로부터 회원등록 통보를 받으면 된다. 구비 서류는 필요 없고 시군구청에서 신청서를 받아 작성하면 끝이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일주일 이내에서 회원등록 통보를 받을 수 있다.

충남 천안시 백석동 청소년수련관은 스포츠바우처를 활용해 저소득층 자녀들이 스포츠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백석동 청소년수련관은 스포츠바우처를 활용해 저소득층 자녀들이 스포츠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사진=위클리공감>
 

 

지난해말 현재 스포츠바우처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꿈을 하나씩 키워나가는 또다른 ‘주희’는 모두 9400여명. 당초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올해에는 1만5000여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바우처를 통해 지원하는 스포츠종목은 태권도 외에도 다양하다. 축구, 수영, 골프, 헬스, 검도 등 20여개 종목에서 원하는 종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바우처는 희망쿠폰…현장반응 좋아 사업확대 기대


일선에서 스포츠바우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 스포츠마케팅과 송기범씨는 “스포츠바우처에 대한 호응이 매우 크다. 지원자가 몰려 당초 지원규모를 넘을 정도로 운동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했다”면서 “학교가 끝나면 갈 곳이 없던 학생들이 운동도 배우고 캠핑, 견학 등의 활동을 통해 방과후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고, 그것을 경험한 학부모들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올해 총 9200만원(기금 4100만원, 지자체 4100만원)을 들여 200여명을 대상으로 스포츠바우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호응도가 너무 좋아 이미 300여명이 넘었다. 스포츠바우처는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청소년의 건전한 여가활동 지원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희망쿠폰이자, 어려운 환경에서 삶을 버거워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새 돌파구가 되고 있어 청소년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참 체육관을 운영하는 이재영 관장은 “암에 걸린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학생이나 혈액투석 중인 할머니와 생활하는 등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체육관에 찾아와 모든 시름을 털어내고 운동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면 희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안산시 스포츠마케팅과 송기범씨는 “스포츠바우처는 기본적인 삶조차 꾸려나가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정말 좋은 제도”라며 “시범사업 기간인 2011년 이후에는 계속사업으로 확대 유지돼 제대로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바우처 규모를 총 80억원(공단 지원 40억원, 지자체 40억원)으로 늘려 더 많은 유소년들과 청소년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2011년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현재 사업의 장점과 개선방안을 파악한 후 사업을 확대하며 스포츠바우처를 소외계층의 생활체육 증진의 대표 사업으로 만들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 김영학 주무관은 “스포츠바우처 제도는 정책 수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현장의 반응도 매우 좋다”며 “예산부처나 국회에서도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잘 감안해 사업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