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노리단’의 희망메시지
게시일
20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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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조수빈

[문화의 달 기획 ‘문화의 재발견’ 기고] 김종휘 노리단 단장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노리단의 희망메시지 사회적기업 노리단은 2004년 6월 하자센터(www.haja.net)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노리단을 창업한 11명의 단원은 나이와 경력과 경험에서 단 한 사람도 같지 않았지요. 돌아보면 서로 너무 달라서 문제가 많았지만 바로 이 다름과 차이 때문에 상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 같네요. 상생할 때에만 발휘되는 창의적 파트너십(creative partnership)도 어렴풋이 몸으로 알게 된 것 같고요. 올해 5년째가 된 노리단은 창업단계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1차 성장단계로 나아가는 중인데요, 지금껏 지키려고 노력한 창업의 가치는 다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버려지는 것을 새롭게 살린다’는 가치입니다. 버려지는 것이 자연과 물건만이 아니지요. 우리 사람도 한 생애를 살면서 자신에게 잠재된 또 다른 쓸모, 능력, 가치를 까맣게 모르거나 알아도 써보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니까요. 노리단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 잠재력을 발휘하게 상호 촉진하는 조직의 모델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했습니다. 하여 어떤 분야의 프로페셔널도 노리단에 와서는 아마추어처럼 자신의 또다른 잠재력을 찾는 일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이렇게 내 몸, 문명, 자연의 두 번째 삶(the second life)을 재발견하는 실험에 집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노리단의 공연, 교육, 디자인 작업이 갖는 어떤 색깔이랄가 특징이 도출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하고 싶은 일로 사회를 바꾼다’는 가치인데요, 사회를 바꾼다니 지구를 구한다는 말처럼 거창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노리단에서 이 말은 작고 구체적인 행동을 뜻한답니다. 사회란 너와 내가 맺는 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사회를 바꾼다는 것도 너와 나의 관계를 바꾸는 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지요. 어떻게 바꾸느냐면 네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만나는 접점을 우선적으로 키우는 일부터, 이것이 어려우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도와서 잘 되게 한 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이어 잘 되게 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원들이 일하고 놀고 학습하는 것을 각각 따로 하지 않고 반드시 상호 연계해서 수행하게 하는 조직 문화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노리단을 창업했고 5년 세월이 흘렀네요. 올해 초 포스코의 TV CF에 나온 노리단을 보고서 ‘성공했다’는 말을 조금씩 듣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정작 노리단 내부에서는 ‘성공’이라는 말을 잘 안 씁니다. 그보다는 창업의 태도와 경험이 무엇인지를 강조하는데,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시도하자, 시도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실패를 줄이려고 하다가 시도 자체를 포기하지 말자, 실패할 것이므로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잡고 시도하자, 실패한 직후에 바로 그 실패담 안에서 성공의 씨앗을 찾자, 그럼 크게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시도를 지지하고 환영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려고 했는데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하자센터라고 하는 서울시 공공기관의 전폭적인 지원과 믿음이 매우 큰 보호목이 되었습니다.


그럼 노리단이 무엇을 시도했느냐. 돌아보니 이것(A)저것(B)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대부분이었지 싶네요. 사실 A 하나라도 B 하나라도 제대로 어떤 수준 이상으로 하는 것도 쉽지 않지요. 또 보면 이미 A와 B 각각에서 최고가 존재하고요. 노리단은 A+B를 시도한 셈인데, 결과가 AB로 나오면 실패한 것이고 C라는 또다른 것이 나오면 성공으로 설정했습니다. 방금 연계라는 말을 썼습니다만, 연계든 결합이든 통합이든 이 감성과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리단의 공연, 교육, 다자인이 외부에서 볼 때에는 다 별개의 사업일 수는 있지만 내부에서는 전부 연계된 것으로 느끼도록 그 감성과 감각을 유지하려고 부단히 애를 씁니다.


이 감성과 감각을 노리단식 창업의 경험으로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잘 한다는 사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내가 즉각 반응하는 감성과 감각을 기르는 것입니다. 노리단에 오면 나는 이것을 잘 하는 반면 저것은 저 사람이 더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때 내가 그와 단순비교의 감정에 빠지지 않고 곧장 저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내가 잘 하는 것을 그 이상의 잘하는 것으로 만들게 하는 겁니다. 이런 체험적 인식이 한두 번 생기면 나는 무엇을 하든 혼자 잘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이의 도움을 구하고 그와 협력하면서 항상 내 능력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일머리를 갖게 됩니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노리단의 희망메시지

 

이런 식의 창의적 관계들로 촘촘하게 구성된 조직이 계속 A+B=C의 시도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만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하여 노리단에서는 전문가주의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전문가주의는 있되 전문가가 다양한 비전문가들에 둘러싸여서 같이 일하도록 한다고 해야 맞겠네요. 또 하나 경계하는 것은 오래 같이 일하다보니 서로 비슷해지고 똑같아지는 것입니다. 어느 팀에서 뭐가 좀 된다 싶을 때면 그 핵심은 잘 유지하되 나와 다른 경험치나 시각을 가진 사람들로 팀 구성에 변화를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이런 시행착오의 경험을 통해서 현재의 노리단이 있습니다. 아직은 작은 규모이지만 합종연횡과 이종격투기 같은 새로운 경험을 거치면서 지금과 또 다른 모습의 노리단으로 성장해가는 내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런 창업의 태도를 활성화하면서 사회적 의미의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갖춰나가는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회적기업을 하거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예술의 자유분방한 속성과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사명을 DNA처럼 연계하는 일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겐 가슴 벅찬 말이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하여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기업을 조금 먼저 해본 선배로서 충언을 드리자면 다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비영리 단체의 상태에서 정부 지원을 통해 조직 형태를 좀 바꾸기만 하면 사회적기업이 된다는 발상으로 해서는 큰 곤란에 빠진다는 점이에요. 사회적기업을 할 요량이라면 거의 창업 수준에서 기존의 조직 체질을 바꾸는 노력이 선행되거나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문화예술의 기존 장르라고 하는 칸막이 안에서 ‘성공’하려는 노력보다는 이것저것 융합하면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회적 의미도 충족하기 좋고 경제적 성장도 용이합니다. 이게 아니라면 굳이 사회적 기업을 할 게 아니라 기업의 후원을 받는 비영리 예술단체로 있거나 상업적인 이윤을 우선 추구하는 일반 기업으로서 도전하는 게 맞으니까요.


해외를 봐도 사회적기업은 큰 흐름입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기업은 창조산업의 공공지대에서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청년, 청소년, 여성, 노인, 다문화 등 고용불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과 사회적기업이 어떻게 만나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들에게 단지 접근(access)하는 것인지, 그들에게 사용(use)하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과 같은 향유자(ownership)로서 문화예술과 일자리를 연계하여 나누려는 것인지에 따라 시민사회가, 기업이,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만나는 방식과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니까요. 문화예술로 사회적기업의 창업을 꿈꾸는 분들께 건투를 빕니다.



 | 김종휘 노리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