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지수보다 창조지수가 중요한 시대”
게시일
2008.07.02.
조회수
3225
담당부서
()
담당자
손혁기

“문화라는 나무, 뿌리 깊어야 잎도 무성” 
“부의 지수보다 창조지수가 중요한 시대”


국정운영 전반에 쇄신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정책방송원(KTV)과 함께 각 분야 전문가 15인의 릴레이 문화좌담회를 개최했다. 그 대단원의 마지막을 장식한 주자는 이어령 전 문화부 초대 장관과 유인촌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시작과 현재를 대변한다. 지난 6월 12일 방송인 한연수 씨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서는 새 정부 문화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부의 지수보다 창조지수가 중요한 시대

사회자: 두 분 안녕하세요. 유 장관님, 취임하신 지 이제 3개월이 지났는데 그간 어떠셨는지요.


유인촌 장관(이하 유): 아무래도 손발을 맞춰야 하고 정리할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문화에 대한 전체적인 면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이어령 교수(이하 이): 문화라는 것이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아주 작은 영역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순수문화였죠. 그러나 지금은 문화부가 할 일이 참 많아졌습니다. 또 문화부가 하는 일은 문화 하나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모든 정부 일 중 문화가 관련되어 있는 일을 모두 모아 다 해야 합니다. 중요한 부처이지요.

제가 장관일 때와 지금 시대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새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을 찾는 마케팅 기법) 분석에 따라 정책들을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모두 분석해 봐야 합니다. 지금의 약점이 나중에는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대가 문화를 만듭니다.


튼튼한 문화 인프라 구축이 중요


: 우리는 본래 굉장히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다 보니 좋은 문화들이 변질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경제를 끌어 올리려고 하다 보니 많은 부분을 잃었습니다. 경제, IT 등 모든 부분이 미래로 향하는데 정작 우리의 정신은 1950년대 수준입니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우리의 정신은 과거에 남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발전이 늦더라도 문화가 가진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나무를 심어서 큰 나무가 될 때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뿌리는 단단해질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정신, ‘신명’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그 신명이 각 분야를 북돋아 힘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 좋은 이야기입니다. 아일랜드형 발전모델을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데, 영국 식민지 생활을 오래 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자기 전통 문화를 되찾아 지금은 잘살고 있습니다. 그때 아일랜드 기질을 되찾도록 노력한 사람들이 바로 지식인층입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단 감정적 집단쏠림현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요. 요즘 IT(정보기술)·BT(바이오기술)다 해서 모든 정책들이 디지털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이 전부는 아닙니다. 햅틱 기술을 보면 시청각문화에 촉각문화를 살려준 것입니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도 아날로그는 살아 있습니다.


문화가 발전하려면 각 부처가 협력해야


사회자: 유 장관님은 배우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배우 활동 경험이 장관 역할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요.

 

부의 지수보다 창조지수가 중요한 시대

: 제가 배우일 때는 늘 수혜를 받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땐 늘 지원이 부족하다고 정부를 비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입니다. 지금은 ‘아, 그래서 그때 그랬구나’ 이해를 합니다. 저는 선지원과 사후지원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라는 게 원래 불확실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투자는 어렵습니다. 가능성 있는 사람을 선발해 처음에는 조금만 투자를 하고, 그 예술가가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좀 더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 그렇습니다. 문화정책에는 선지원과 후지원이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두 종류 중 활활 잘 타지 않고 있는 쪽을 불길이 더 잘 일어나도록 해주는 방향이 어울립니다. 그러나 도박을 하지 않으려면 리스크를 줄일 만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실패 원인을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한 방식을 통해 점차 안정을 찾으면 그때 기업도 함께 문화에 투자를 해나갈 것입니다.


: 그래서 문화가 발전하려면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 겁니다. 환경을 바꿔주면 사람들의 마음이 변합니다. 저는 문화발전이 잘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결정적으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입식 시스템 속에서는 우리가 문화나 체육 등을 아무리 강조해도 안 통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얼마 전에 어느 학교에 문화강사를 투입했더니 학부모들이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 공부는 언제 시키느냐’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환경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 실용적인 틀을 만들어주면 정신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건국 이래 독서 캠페인을 한 장관은 유 장관이 처음입니다.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누구나 다 책을 읽게 됩니다. 파주 ‘북시티’처럼 책 읽는 도시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국토해양부 소관인 아파트 건축 사업에 문화부가 구체적인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투입한다면 이게 바로 ‘북시티’ 아니겠습니까.


: 지금은 타 부서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입니다. 또 협력하면 둘 다 잘됩니다. 박경리문학관을 세우니까 근처 아파트 단지 분양이 잘되었다는 예도 있습니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까 말씀드렸듯이 문화가 스스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또 소설 ‘태백산맥’의 고향 벌교처럼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재창조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콘텐츠 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9위입니다. 저는 재임기간 동안 5위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문화도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빠르게 처리하진 않을 것입니다. 느린 것은 느린 대로 기본부터, 빠른 것은 빠른 대로 시대 변화에 맞춰 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중심 문화예술체육 교육 강화


사회자: 문화발전을 위해 앞으로 어떤 정책들을 펼쳐야 할까요.


: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체육 교육을 강화시키려 합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학교 수업 마치고 다 학원으로 향합니다. 예술 활동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포함, 누구나 학교에서 예술 교육을 받아볼 수 있도록 방과 후 학교 등을 늘릴 계획입니다.

 

부의 지수보다 창조지수가 중요한 시대


사회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책도 준비하고 계십니까.


: 다문화 가정이 참 많습니다. NGO나 여러 단체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의견을 접하고 있습니다. 소통이 중요합니다. 얼마 전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에 참석차 광주에 다녀왔는데 공사 현장에 보호 울타리가 아닌 아트펜스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모든 아시아권 시민들이 생각을 적을 수 있어 소통의 현장이 될 것입니다. 

 

: 이러한 실천 프로그램이 증가해야 합니다. 산업화 시대의 획일적인 문화에서 이제는 즐기는 문화이자 다문화 시대입니다. 실용주의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되, 창조적이어야 합니다. 부의 지수가 아닌 창조지수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크리에이티브한가’가 중요합니다.


: 예. 문화는 사람의 삶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정치적이지 않고 좀 더 따뜻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접근할 것입니다. 문화 혜택만큼은 격차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도시와 농촌의 문화적 격차도 줄여가겠습니다. 예술가들이 도시의 발달된 문화를 전달하러 농촌을 찾기도 하고, 반대로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들이 농촌의 전통을 느끼러 찾아가기도 하다 보면 차이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한류가 일어야 관광업계가 살아납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관광과 콘텐츠가 가장 큰 경쟁무기입니다. 우리의 의식주를 외국 사람들에게 알려서 호기심이 생기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제 문화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곧 현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요즘 시위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참에 시위문화까지도 창조적으로 바꿔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문화가 유별난 게 아닙니다. 활과 하프를 예로 들겠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활을 들면 사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활이 됩니다. 그러나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싶을 때에는 활에 실을 달아 하프로 사용하면 됩니다. 저는 유 장관이 활을 하프로 만드는 수장이 되어 문화부를 이끌어 가길 바랍니다.


: 문화로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출처 : 코리아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