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사
게시일
2008.02.29.
조회수
3764
담당부서
()
담당자
강정미

사랑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이제부터 같은 길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되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사실 광화문의 넓은 이 길은 저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비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주요시설을 지키는 전투경찰들과 걸음이 뒤섞이는 재미없는 거리였습니다. 그런 이 길이 오늘 저에게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무언가 기대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길은 인생과 참으로 많이 닮아서 너무나 다양한 얼굴과 표정으로 우리를 대하고 이어지고,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갑니다. 지난 여름 19박 20일 동안 우리 국토의 최남단 땅끝마을 해남에서부터 서울까지 675km를 걸으면서 만난 고비 고비 색다른 그 길 위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해남을 시작으로 지리산을 넘었고 경상도를 거쳐 다시 전라도로, 그리고 충청도를 지나 서울로 오는 길에서 저는 많은 사람과 이야기와 볼거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얼마나 많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원이 숨어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확인하였습니다. 해남은 땅끝이라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가득했고, 강진은 다산의 정신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보성의 녹차밭, 조정래 선생의 벌교, 지리산의 자연이 모두 아름다운 문화자원이었습니다. 월등복숭아의 맛을 보았고, 아홉 단계를 거쳐 질좋은 황토가 만들어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함안의 연꽃이 있는 공원도 잊을 수 없습니다. 영동 산속으로 걷는 50km의 험한 산길에서 만난 한 작은 폐교에서는 연극제가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기념관이나 문학관은 쇠와 유리, 시멘트로만 만들어진 딱딱한 건물이었습니다. 곳곳의 축제는 개성 없는 전형적인 장터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문화적인 토대위에서 살면서도 문화의 향기를 잃어버리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영동을 지나 서울에 가까워지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시골의 길과 도시의 길이 참으로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시는 시끄러웠고, 공기는 나쁘고, 무채색이었습니다. 그전에 걸어온 길에서 만난 자연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이었고 그 속에서 만난 사람은 작았지만 개성적이었던데 반해 도시사람은 무표정하고 감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도시의 길은 무척 걷기 힘들었고 발걸음은 한층 무거워졌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시에 문화가 흐르기를 바랍니다. 도시생활로 잃어버린 우리의 소중함을 되찾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걸으면서 우리 속에 숨어있는 문화요소를 찾아 문화지도를 만들 것입니다. 서울에 살았던 우리의 조상, 예술가들과 그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면서 그 과정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도를 들고 관광객들이 그곳을 찾아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지난 정초 서울 도성걷기였습니다. 문화지도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었으며, 마지막에 멈춘 숭례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서울에서 살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은 것은 처음이었고, 그것이 숭례문과의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길은 어떤 눈으로,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세상도 달라집니다. 이제 우리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의 생각이 바뀌길 바랍니다. 제가 바라는 모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지런하기를 바랍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움직이는 여러분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를 바랍니다. 국민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이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고 배려하는 모습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자신감을 갖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마음껏 한 일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인정주의에 끌리지 말고, 소신 있게 맡은 일을 추진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소통되기를 바랍니다. 대립을 부추기는 것들을 없애고 문화부내에서 만이라도 이념이 아닌 인간성에 근거한 문화로 소통되기를 바랍니다. 서로 도와주십시오. 먼저 이해해주십시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무원은 확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었으면 합니다. 부드럽고 여유롭고 열심히 사는 멋진 여러분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문화체육관광부 가족의 모습이 바로 우리 문화의 현주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변화된 모습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앞으로 60년은 우리 문화를 보이는 것으로, 들리는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60년은 그동안 사라져간 우리 문화를 다시 살리는 것이어야 하고 올해는 그 원년이 되어야 합니다. 그 기나긴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그만큼 늦어지는 것입니다. 그 혜택을 우리는 받을 수 없을지라도 60년이 지난 이후에 우리의 후손이 누리고 즐기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 먼저 전통문화는 철저하게 우리 손으로 보존하고 보호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놔두지 않고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세계와 만나겠습니다.


- 순수예술인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장을 펼치겠습니다. 경제적인 논리를 적용하지 않고 투자하여, 산업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만들겠습니다.


-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까지의 영역을 넘어 패션, 영상, 디자인, 음식으로 까지 확대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 어린이들이 마음껏 문화예술과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습니다. 어린이들이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으로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관광산업을 위해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수많은 축제를 정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 발굴이나 제도의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한류의 새로운 전환에 대해 모색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 체육분야에서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인재를 육성하여 스포츠 외교를 추진하는 것과 함께 클럽활동을 장려하는 전국규모의 행사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충실한 인식위에서 새 정부 5년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만들 것입니다.


이제 모든 사람이 꿈을 꾸고,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영웅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던 자존심을 갖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대대손손 이어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우리 문화가 대한민국을 자존심 있는 국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중심이 되고, 지금 서있는 이곳이 문화발신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걸어갈 그 길이 자유롭고 흥미롭고 품격있는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저의 든든한 길동무가 되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8년 2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 인 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