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이해관계를 넘어 - 'UCC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가다.
게시일
2007. 3. 27.
조회수
3830
담당부서
()
담당자
관리자

 

글/문화관광부 대학생기자 전지은(성균관대 사학).


  지난 3월 21일 코엑스에서 “UCC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컨퍼런스”가 열렸는데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나 둘씩 모여든 사람들은 어느덧 컨퍼런스 센터를 가득 메웠습니다. 심지어 보조의자를 긴급 공수해서 앉아야 할 정도였지요. 문화관광부 박양우 차관도 “토론회라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놀랍다”고 인사말을 건넬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했는데요. “밖에 비가 오는데 우리도 그렇게 촉촉한 토론을 진행해보자”라는 사회자 정관용씨의 농담과 함께 컨퍼런스는 시작했습니다.


치열한 이해관계를 넘어 - UCC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가다


UCC(User Created Contents) Vs UGC(User Generated Contents)


  'UCC' 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화질의 화면에 이웃집가족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의 재주를 보여주는 동영상 정도가 생각날 것입니다. 이러한 동영상은 평범한 사람들, 즉 ‘User'(사용자)들이 거대 매체의 힘을 빌지 않고서도 자신의 끼를 여러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몇몇 언론사에서는 시민들의 제보를 UCC로 받는 등 이전에는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UCC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디어분야의 완전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도 모를 거대한 시작이 바로 ‘사용자’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에 비해 UCC는 저작권 침해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와 함께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인기 포털 사이트에는 글자하나만 입력해도 친절하게 검색어를 자동으로 완성해주고 동영상까지 찾아주고 있습니다. 이제 아르바이트 때문에 놓친‘개콘'과 '거침없이 하이킥'을 포탈사이트 동영상검색으로 ‘다시보기’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또한 영상물을 표절, 인용, 패러디하는 UCC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이해관계를 넘어 - UCC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발제를 맡은 성균관대 법학과 이대희 교수는 “단순히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하는 방식의 재생산은 의미가 없다. 타인의 저작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와 아무런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UCC라고 할 수도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UCC는 User Created Contents가 아닌 User Copied Contents가 되었으며 진정한 창작의 개념을 일컫는 단어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가 맞다는 것입니다.


  UCC가 ‘TV프로그램 다시보기’로 자주 사용되는 현상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곳은 바로 방송계일 것입니다. 이 날 토론자로 참석한 하동근 iMBC 대표는 ‘방송분야 불법 복제물 침해 사례발표’ 제목의 발표에서 전체 UCC의 84%가 저작권 침해물이라는 저작권보호센터의 조사를 언급하고 이 책임의 화살을 각 포탈사이와 동영상 사이트로 날렸습니다. “인기 포탈사이트들은 불법콘텐츠 이용 장소를 제공해준다”며 “검색어 입력 시 자동 인기검색어를 통해 불법 복제동영상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각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의 책임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또 하동근 대표는 “iMBC가 모 사이트에 ‘주몽’을 금칙어로 요구했더니 ‘몽주’라는 단어는 검색이 가능하게 만들어 놓아 불법을 조장하고 있었다”며 “‘주몽’을 금칙어로 할 수 있다면 ‘몽주’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고 포탈사이트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하 대표는 “iMBC가 직접 각 사이트에서 불법동영상을 적발하더라도 신고절차가 너무나 복잡하다”고 문제를 제기해 촉촉했던 토론장 분위기를 단숨에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방송계의 이 같은 견해에 대해 UCC 열풍의 선두주자인 판도라TV의 김경익 대표는 “산업적 가치로서의 UCC 가능성을 꺾을 수는 없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또한 “음악은  4마디가 표절의 기준이나 동영상은 아무런 기준이 없이 1초만 인용해도 불법으로 취급하니 안타깝다”며 “5분미만의 영상 편집물에 대해 인용권을 부여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합법적인 UCC시장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풍선효과로 인해 불법시장(P2P, 다운로드 사이트 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책임은 누구에게?


  이 점에 대해서는 천호영 오마이뉴스 부사장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천호영 부사장은 “유튜브 같은 사이트를 강제로 폐쇄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으며 음성적인 형태든 아니든 여전히 수많은 불법 UCC들이 돌아다닐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네티즌들의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한 UCC 제작행위는 계속 확대, 발전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사례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모든 개별 UCC제작자들이 항상 규칙을 준수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제언했습니다. 또 “수많은 네티즌을 예비범죄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창작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천호영 부사장은 포탈사이트와 동영상 사이트들이 상업적 이유 때문에 가능한 역할조차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치열한 이해관계를 넘어 - UCC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가다


  이러한 “포털 및 동영상 사이트 책임론”은 다른 발표자들도 제기했는데요.


  와이더덴 닷컴의 금기훈 이사는 “지적재산권자의 재산권보호와 함께 선량한 일반 사용자 보호와 건전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요구해야 마땅하다”며 각 포탈과 동영상 사이트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검찰 첨단범죄수사부 김후곤 검사 역시 “UCC 제공사이트로 하여금 기술적으로 가능한 저작권 보호조치수단을 마련하도록 하고, 포탈 및 동영상 사이트의 저작권 위반자에 대한 통지의무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각 포탈 및 동영상 사이트의 책임과 의무를 높인다면 UCC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요?


  우리가 UCC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 해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날의 토론에서 UCC저작권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른 CCL(Creative Commons License: 저작물이용허락표시)방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CCL은 ‘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동일조건변경허락’ 4가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문화관광부 대학생 기자단 블로그 기사 오른쪽 하단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치열한 이해관계를 넘어 - UCC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가다


  이대희 교수는 “UCC를 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과정은 쉽지 않기 때문에 원 저작자들이 CCL을 부착하는 등 저작권자들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UCC 문제를 동영상서비스 사이트와 UCC제작자들의 문제에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 저작자의 참여까지 유도하는 획기적인 제안이었습니다.


  아마 UCC가 이렇게 가상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는 이유는 바로 UCC를 둘러싼 수익배분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윤종수 판사는 발표문에서 UCC서비스 제공자와 UCC제작자 사이의 수익배분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대부분의 포탈에서는 콘텐츠 저작권이 창작자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콘텐츠 저작물에 대한 이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표시를 하지 않거나 상당히 포괄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권한을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남형두 연세대 교수는 “허락, 대가없이 무분별하게 나오는 2차 저작물은 원 저작자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데, 2차적 저작물인 UCC가 원작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경우, 부당이득이 발생해 경제적 정의 측면에서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며 UCC를 둘러싼 이익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이와 함께 토론자로 참석한 한봉조 변호사는 “웹 2.0 환경 하에서는 콘텐츠 공유와 이용자에 의한 계속적인 수정, 변경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종래의 저작권보호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사용자(User)’에게로


  이 날 토론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UCC'에 대한 개념 정의가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토론을 힘들게 한 하나의 원인이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UCC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TV내용을 그대로 편집만 한 정도인가? 아니면 내용의 일부를 패러디 한 정도도 저작권 침해로 봐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 ’일부‘의 기준은 몇 분 몇 초 정도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히 답해 줄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토론자들이 각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UCC 저작권에 대한 개념정의를 공들여 설명하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 토론자들의 역량부족이라기보다는 아직은 낯선 신세계의 모습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지 모르는 우리 모두의 혼란에서 출발하는 것 같았습니다.


치열한 이해관계를 넘어 - UCC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가다


  하지만 이 날 토론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토론회가 ‘사용자(User)’인 누리꾼들이 없는 토론회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UCC를 언급할 때 생산자이자 곧 소비자인 ‘사용자(User)’는 바로 UCC관련 논쟁의 핵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날 토론회에서는 ‘사용자(User)’는 사라지고 ‘Contents’에 관한, 그리고 그 수익배분에 대한 이야기만이 오고 간 자리가 되어버린 점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사용자제작콘텐츠에 대한 토론회에서 주인인 사용자들이 없어 토론회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UCC의 경제적 가치를 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은 UCC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출발로 충분했습니다.


  작년 12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활동하는 누리꾼’인 YOU(당신)를 선정했습니다. 여기서 ‘당신’이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웹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능동적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인물을 뜻합니다. 이미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온 UCC 세상에서 이제 ‘당신’이 ‘User’입니다. UCC는 ‘당신’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시험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created contents'로 세상을 바꾸겠습니까? 아니면 ’copied contents'로 세상을 바꾸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