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부산갤러리 기획전 '닭장 속 거울, 알을 깨다'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06.17.~2025.07.05.
- 시간
- 11:00 - 19:00(월요일 휴무)
- 장소
- 부산 | 부산문화재단
- 요금
- 무료
- 문의
- 0507-1325-1839
- 바로가기
- https://busandabom.net/play/view.nm?menuCd=8&lang=ko&url=play&prg_cd=140&res_no=2025060181&playoftoday=Y
전시소개
*작가노트*
20대 초반, 나는 한국적 무의식을 사진으로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했다.
과연 우리다운 것, 한 국적인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당시 절, 장승, 초가집, 한복과 같이 쉽게 눈에 띄는 것들보 다는 우리의 무의식 속 깊게 녹아있는 것들 중에서 나는 더 한국적인 것을 찾고 싶었다.
단청에서는 색을 보았다. 무덤, 왕릉, 무덤 앞 석상에서는 죽음을, 우리 땅의 풀 나무 잡초에 서는 끈질긴 생명력을 발견했다.
운명을 짚어보는 십이지신상에서는 정지된 시간을, 걸어다니 는 사람들에서는 동적인 현실이 보였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을 표현하는 방법에도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 사 진을 찍고 그 위에 또 다른 장면을 담는 이중촬영을 택했다. 필름 한 롤을 다 찍고 모아두었 다가 그 위에 다른 장면을 겹쳤다. 사진은 타 장르와는 달리 ‘우연’이 개입하는 특별한 분야이다.
찍은 사진에 시간의 갭을 두었다가 다른 장면을 겹치니 아주 새로운 사진이 나왔다. 그런 사진들은 내게 무의식을 더 잘 표현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과거 한국의 모습과 당시 사 람들의 모습이 겹쳐진 사진 속에는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면서 시간이 오버랩 되었다.
나는 필 름을 되감기 하면서 이전 찍은 사진과 후에 찍힐 사진 때문에 몹시 흥분했던 것 같다. 나는 내 무의식과 사진의 우연성만 믿었다.
내 안에서 일어난 표현방법은 빛을 만나 더 사진적인 장면들이 되어갔다. 나는 스트로보를 치 면서 피사체에 다가갔다.
이 실험은 점점 내가 나를 알아가고 내 사진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 는 사진적 방법이 되어 주었다. 20대 초반, 나는 한국적 무의식을 발견하려다 새로운 사진 방 법을 찾아냈다.
알을 깨고 나오는 방법은 우연 속에서 스스로 깨쳐야 하는가 보다. 지금, 나는 왜 50여 년 전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려는 것일까? 나는 늘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나의 과거는 스쳐지나갔고 나는 그것을 묵혀두고 살았다. 어느 날 문득 지나간 시간들을 꺼내 보고 싶어졌고 나를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내 무의식의 작용이 아니었 을까. 밤에 거울 앞에 섰다. 밤잠을 못자고 고민하다가 닭장 속 거울 앞에 섰다. 칠흙 같은 밤이라 내가 보이지 않았다. 거울 속에 나는 없고 어둠만 있었다.
빛이 없는 공간에서 동공이 커졌다. 그때 거울 속 어둠이 나를 보듬어 주었다. 나는 어두워 볼 수 없지만 어둠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침에 다시 서울 앞에 섰다. 빛과 더불어 내가 보였다.
이 전시는 사진으로 젊음을 발산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사진에 대해 궁금해 하며 고민 하던 지난날의 내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