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Flower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05.13.~2025.07.05.
- 시간
- -
- 장소
- 서울 | 필 갤러리
- 요금
- 무료
- 문의
- 02-795-0046
- 바로가기
- https://www.instagram.com/p/DJ_kUs0plWF/
전시소개
《Han Soo Jung Solo Exhibition_ Flower》
꽃은 회화에서 가장 진부한 소재 중 하나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수정 작가에게 꽃은 단순한 미의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저항하며 살아 있는 생명 그 자체다. 그는 우리가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지나쳐버리는 이 존재에 다시 눈을 돌리게 한다.
한수정 작가는 유화라는 전통적 매체 안에서 꽃을 과감히 확대하거나 색의 채도를 높이고, 때론 형태를 일그러뜨리거나 과장하는 방식으로 ‘낯선 꽃’을 제시한다. 그 꽃들은 마치 접사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마이크로 세계처럼 다가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도로 가까운 시선은 사실성과 멀어진다. 그 결과, 그의 꽃은 실제보다 더 생생하면서도 어딘가 초현실적이며, 차갑고도 무겁게 감각된다.
시간이 지나며 작가의 시선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작은 꽃잎 하나를 응시하던 집중의 거리는 점차 멀어졌고, 화면은 꽃밭처럼 다층적인 구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회화적 실험으로 이어졌다. 색의 수는 하나둘 늘어났고, 익숙했던 색채는 낯선 조합으로 대체되었으며, 배경은 점차 공간이 아닌 평면으로 다루어졌다. 작가는 점점 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그리기의 방식, 색과 면이 자유롭게 노는 회화적 장면을 만들어나간다.
한수정의 꽃은 ‘자연의 몸부림’이다. 멀리서 볼 때는 아름답기만 하던 꽃이,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는 생명의 초조함을 드러낸다. 그 낯선 얼굴은 수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가의 붓질은 그 주름을 따라 움직이며 생명의 미세한 진동을 재현한다.
이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꽃을 낯설게 다시 보게 한다. 그 낯섦 속에서, 우리는 생명의 긴장, 시간의 흔들림, 그리고 회화적 사유의 깊이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