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두 개의 초록

마흔두 개의 초록

저/역자
마종기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5.05.26.
총페이지
163쪽
추천자
서지문(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도서안내

마종기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드문 예술적 명문가에서 태어나 약관 20세에 시인으로 등단해서 60년 가까이 의사로, 시인으로 매우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외국에서 거주했지만 한국문단에서 주는 중요 문학상들을 여럿 수상했고 그의 시집이 나올 때마다 충성스럽게 사 읽는 독자군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성공’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운명의 실험이나 심술은 성공한 사람이라고 비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시인은 남의 선망을 받을 만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불평할 일, 괴로운 일이 있더라도 나직이, 에둘러 읊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연륜은 이제 인생의 시련을 상처나 모욕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수용하며 성찰하게 해 주었다. 그것은 그가 인생에 대한 기대수치를 낮췄고, 보채는 자아를 내려놓을 줄 알게 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어느 날 자다가 불현듯 떠오른 멋진 시구를 어둠 속에서 급히 끄적거려놓고 다음날 깨어서 보니 말라버린 볼펜심이 지나간 연분홍 자국만 종이에 남아 있다. 시인에게는 그것이 자기의 살아 온 기록으로 보인다. “열심히 보면 피가 조금 밴 부끄러움의 색./ 내가 더 살기로 한 곳에서 맴돌고 있던 색./ 비굴한 계절이 말 걸어오면 주춤거리며/ 나도 모르게 중얼대다가 남아 있던 색./ 그 색깔 번져있는 온몸 투신의 시 한 줄./ 어딘지도 모르고 입술 터진 길을 헤맨다.”(서 있는 종이) “가난도 무질서도 싫었고 무리지어 고함치는 획일성도 싫어서 떠난 (헤밍웨이를 꿈꾸며) 조국에 대해 그는“ 조국이란 게 산도 들도 아니고/ 손 시린 사람들이란 것을/ 나는 너무 늦은 나이에 알게 되었어”라고 말한다 (손의 흔적). ‘희망’에 대해서는 “내가 처음 품었던 희망과 지금의 희망은 많이 달라졌다. 희망은 구름같이 변하는 것인가... 희망은 땅도 아니고 사람이다. 산천초목도 아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른 섞임이다”라고 술회한다 (희망에 대하여). 반세기의 모색이 도출한 울림 깊은 깨달음이다. 이제는 세상에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야 할 곳이 어딘지” 대강 눈치로 알게 되어서 상세한 지도가 필요 없게 된 시인의 원숙한 성찰들은 나이 들어가는 이들에게 좋은 길동무가 되어준다. 이 생명이 긴 시인이 아픔으로 감지하고 용서로 포용한 우리 삶의 무수한 색깔들을 오래 더 접할 수 있기 바란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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