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증발

인간증발

저/역자
레나 모제, 스테판 르멜/이주영
출판사
책세상
출판일
2017.8.20.
총페이지
256쪽
추천자
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도서안내

두 명의 프랑스 이방인이 추적한 현대 일본의 불행관찰기. 그 결론은 인간증발이다. 매년 수천 명이 가출 후 되돌아오지 않는 기현상에 주목한다. 연 10만의 실종사례 중 상당수를 증발인간으로 본다. 죽었거나, 사라진 경우다. 잊히는 건 시간문제다. 의문스러운 건 자발적인 증발 의지로, 스스로를 지우고 사라진다. 제나라이건만 불법체류자처럼 과거와의 완벽한 단절 속에 고립된다. 인파를 피해 숨어들 곳은 많다. 도시든 시골이든 증발인간의 비밀공간은 많다. 컴백은 없다. 이름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 얼굴도 바뀐다. 도망이라 도전은 없다. 왕왕 규칙도 표준도 없이 갑자기 존재감을 확인시키기도 한다. 그러곤 다시 떠난다. 망각의 두려움과 기억에 대한 간절함 탓이다. 가족과의 재회는 생존확인에서 끝난다. 해피엔딩은 없다. 책은 그 원인을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 탓으로 돌린다. 압력솥처럼 변한 사회가 압력을 견디지 못한 사람을 수증기처럼 증발시킨다는 분석이다. 재도전을 불허하는 사회에서 몸부림쳐도 현실무게를 벗어나지 못하기에 이들은 잊혀진 존재의 삶을 택한다. 자살이든 증발이든 이는 사회적인 절망표현일 따름이다. 경쟁과 빈곤이 인간성의 상실로 귀결됐다. 수치심과 좌절감, 자괴감이 이들을 사회규범이 통하지 않는 신분세탁의 증발지대로 내몰았다. 도쿄 북부의 빈민굴 산야(山谷)처럼 지도에서 이름은 지워졌지만, 증발인간들은 실종자, 부랑자, 범죄자라는 동류의식 속에 서서히 자살해간다. 책은 사회문제를 다뤘지만, 소설처럼 쉽게 읽힌다. 직접적 문답질의와 간접적 상황묘사는 인간증발의 구조와 실태를 적절하게 표현한다. 관련사진을 그때그때 섞어내 문제의 심각성을 시각적으로 잘 묶어냈다. 현대사회가 던지는 압박과 치욕의 무게감이 구구절절 확인된다. 일본사례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한국사회의 제반현실과 판박이처럼 똑같다. 얼음장 같은 현실 속에서 증발카드를 선택한 일본의 슬픈 민낯은 곧 우리의 얘기일 수밖에 없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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