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행복에서 불행을 탐했노라”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게시일
201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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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나 행복에서 불행을 탐했노라”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나 행복에서 불행을 탐했노라 안나카레니나 

[ⓒ김정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소설 안나 카레니나」 中

 

위 문장은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으로, ‘안나 카레니나’의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묘사한 불후의 명문이라 평가받고 있다. 객관적으로 ‘행복하다’고 여겨지기 위해선 화목한 가정, 건실한 남편, 순종적인 아내, 사랑스러운 아이 등과 같은 상투적인 정형들이 요구되나, 주관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기 위해선 단 하나의 결핍만 있어도 가능하기 마련이다.

레프 톨스토이는 시험에 든 인간의 심리 변주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것을 장기삼아 대문호 반열에 올랐다. 그의 3대 걸작(「전쟁과 평화」, 「부활」, 「안나 카레니나」) 중 하나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에선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고도 불행이 예된 일탈을 선택하고 마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입구 앞에 세워진 문화올림픽 포토월 

[▲ 입구 앞에 세워진 문화올림픽 포토월 ⓒ김정서]

 

이미 다양한 형태로 수십 번의 2차 창작된 바 있는 ‘안나 카레니나’가 국립발레단에 의해 다시 한 번 새로이 무대에 오른다. 이제 100일 앞으로 다가온(11월 1일 기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공연은 11월 1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다.

 

평범하지만 평화로웠던 행복은...

 

균일한 행복의 일상을 나누고 있는 가정들 

[▲ 균일한 행복의 일상을 나누고 있는 가정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는 공연에 등장하는 모든 가정을 전면에 배치시킨 오프닝 시퀀스로 운을 뗀다. 제각기 위치에서 일관된 행동을 반복하는 각 가정들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한 가정’들을 표현한다. 그렇게 균일한 행복으로 평화롭던 가정들의 질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 처음은, ‘스티바’가 다른 여자와 저지른 부정에서부터였다.

 

안나에게 구애하는 브론스키 백작 

[▲ 안나에게 구애하는 브론스키 백작 ⓒ국립발레단]

 

위기에 봉착한 ‘스티바’ 부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나’는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가정이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닌 곳에서 ‘안나’는 ‘브론스키’ 백작과 만나게 되고, 우연했던 만남은 ‘브론스키’ 백작의 저돌적인 구애와 맞물려 운명으로 둔갑한다. 지루하지만 안전한 ‘행복’의 일상을 권태로 여기기 시작했던 ‘안나’는 ‘브론스키’ 백작이 제안하는 일탈을 거부하지 못한다. 그것이 ‘불행’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짐작했으나 피하지 않았던 불행으로 치닫다

 

브론스키 백작의 사고로 입방아에 오르는 안나 

[▲ 브론스키 백작의 사고로 입방아에 오르는 안나 ⓒ국립발레단]

 

정숙했던 ‘카레니나’ 부인이 백작과 정을 통했다는 사건은 사교계에 공공연히 알려지고, 그녀는 모든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잃게 된다. 위태로이 추락해가는 그녀의 서사에 집중하던 종래의 공연은 불현듯 ‘키티’에게 초점을 돌린다. 일찍이 ‘브론스키’ 백작을 흠모하며 그와의 미래를 꿈꿨던 ‘키티’는 일례의 스캔들에 가장 큰 심리적 상처를 입었던 인물이다.

 

레빈과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키티 

[▲ 레빈과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키티 ⓒ국립발레단]

 

실연의 생채기를 앓던 ‘키티’ 곁에 오랫동안 그녀를 연모해왔던 ‘레빈’이 다가온다. 그는 ‘브론스키’ 백작의 화려함이 아닌 스스로의 우직함으로 ‘키티’의 마음을 얻어낸다. 사랑도, 결혼도 갓 시작한 부부는 시종 조심스럽다. 이 관계의 영속이 시험받을까봐 두려운 까닭에서다. ‘키티’는 언제나의 일상, 그러니까 평범한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홀로 남아 스스로 선택한 불행과 마주하는 안나 

[▲ 홀로 남아 스스로 선택한 불행과 마주하는 안나 ⓒ국립발레단]

 

‘키티’와 비교되는 ‘안나’의 현실은 더욱 불행하다. 언젠가의 일탈을 위해 가정과 자식을 버렸다는 데에서 오는 부채의식, 그럼에도 버리지 못한 ‘브론스키’ 백작에 대한 집착은 그녀를 광기로 몰아넣는다.

1,600쪽이 훌쩍 넘는 ‘안나 카레니나’가 2차 창작을 위해 내용이 소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각색의 과정에서 대다수의 2차 저작물들은 ‘안나’와 ‘브론스키’ 백작이 보인 사랑에 방점을 두며 ‘안나 카레니나’를 ‘미친 사랑의 이야기’ 쯤으로 소비해왔다.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는 보편적이지 않은 전개를 선택한다. ‘안나’가 ‘브론스키’ 백작과 했던 사랑에서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치명적이었고 운명적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안나’가 이 모든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브론스키’ 백작을 만난 것도, 가족을 떠난 것도 그리고 스스로를 놓아버린 것도 모두 다 그녀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선택 앞에서 우리가 ‘행복’과 ‘불행’의 통상적인 정의를 들이댈 수 있을까.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는 이에 대해 반문을 던진다.

 

크리스티안 슈푹 감독 

[▲ 크리스티안 슈푹 감독 ⓒ국립발레단]

 

안무를 총괄·기획한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슈푹은 문학 작품을 발레화를 하는 것에 대한 남다른 신조를 드러냈다. 그는 발레 공연 속에 ‘명장면의 나열’이나 ‘피상적 줄거리 재현’이 아닌 ‘원작에 대한 폭 넓은 연구’를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미학적 관점’을 덧붙인다. 다소 자의적일 수 있는 이 각색의 과정은 오히려 원작의 본질에 접근하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원작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세밀한 모든 세부사항을 확인하고 싶다면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몇몇의 과감한 편집을 감수한 국립발레단의 공연은 여태껏 단순한 남녀상열지사 치정극으로 구현되곤 했던 ‘안나 카레니나’의 한계를 벗어난 작품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 ‘안나 카레니나’의 역경이 아닌 정말 ‘안나 카레니나’, 그녀의 삶 자체를 아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면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를 눈 여겨 보자.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기간: 2017. 11. 1.(수) - 11. 5.(일)

- 시간: 평일 저녁 7:30 토 오후 2:00 저녁 7:00 일 오후 2:00 (약 125분)

-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 가격: 1층석 5만원 / 1층 Box석 3만원 / 2층석 3만원 / 3층석 5천원

- 문의: 02-587-6181

 

김정서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talephile@naver.com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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