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절망 속에서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게시일
2017.06.09.
조회수
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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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깊은 절망 속에서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깊은 절망 속에서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2017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초청 기획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은 여러 경로를 통해 구입한 작품들을 공공기관이나 지역 문화예술기관, 기업 등에 대여하고 전시한다. ‘미술로의 접근성’을 높여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신장시키고 미술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것이 미술은행의 설립 목적이기 때문이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전시가 5월 17일부터 6월 30일까지 울산중구문화의 전당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역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으로, 보다 다양한 전시품들을 하나의 주제로 재조합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전시관 입구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전시관 입구 ⓒ윤지연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포스터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포스터 ⓒ윤지연

 

가상의 현재, 디스토피아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전은 전쟁으로 파괴된 후 기형적인 형태로 재건된 ‘디스토피아 세계’를 전시의 시대적 배경으로 가정한다.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무분별한 과학과 욕망의 세계 속에서, 예술가들은 그들만의 시각으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성찰한다. 전시는 인생의 허무함을 이야기하는 ‘바니타스’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메멘토 모리’, 두 가지 주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전의 동기가 된 사이언스 픽션『아키라』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전의 동기가 된 사이언스 픽션『아키라』ⓒ 오토모 카쓰히로(Otomo Katsuhiro) @ bandaivisual

 

인생의 허무함과 덧없음, 바니타스

 

덧없음과 무상함을 이야기하는 정물화를 ‘바니타스’라고 한다. 바니타스에는 허영심의 거울, 쾌락의 술잔과 함께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과 생명의 유한성을 의미하는 ‘촛불’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인간의 죽음에 비해, 지금 원하고 누리는 부귀영화가 모두 일시적이고 부질없음을 이야기한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바니타스관 입구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바니타스관 입구ⓒ윤지연

 

이번 전시에서는 이 ‘바니타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물질주의적인 세계와 그 속의 인간에 대해 그리고 그 허무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첫 번째 작품은 ‘반가감유상’이다.

 

<반가감유상>, 백민준

 

반가감유상의 주인공은 ‘백수 청년’이다. 익히 알려진 반가사유상의 부처와 얼핏 닮아있다. 하지만 그의 머리 위에 앉아있는 백조와 그의 손과 혀끝에 닿아있는 막대사탕 그리고 마지막으로 빨간 쫄바지는 그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는 무직의 청년임을 역력히 드러낸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반가감유상’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반가감유상’ (좌)ⓒ윤지연 (우)ⓒ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이 작품은 백수 청년을 부처로 신격화해 현대사회의 직업 귀천의식을 꼬집는다. ‘한 사람의 직업이 곧 그 사람의 신분’이 되는 요즘, ‘직업’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타인을 대할 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보다 중요한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도시풍경>, 혜자

 

전시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혜자의 <도시풍경>이다. 작품에는 에스컬레이터와 조명 그리고 백화점까지, 도시의 특징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작품의 뒤편에서는 시장의 거리와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도시풍경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도시풍경’ ⓒ윤지연

 

혜자는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해석해 그의 이면적인 느낌을 작품에 담아냈다. 생동감 넘치는 변화의 도시, 하지만 너무 화려한 인공조명과 여러 측면이 혼재된 그림의 구도는 어쩐지 불안하고 고독한 느낌을 준다. 작품을 들여다보고 그 속의 도시에 빠져들수록, 처음 마주했을 때 귓가에 맴돌던 웅성거리는 소리는 잦아들고 적적한 거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로마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장군이 행진을 할 때, 뒤를 따르는 노예들이 장군에게 외치던 말이다. ‘죽음을 기억하라’, 당신도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니 지금의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국민들의 충고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메멘토 모리관 입구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메멘토 모리관 입구ⓒ윤지연

 

‘메멘토 모리’에서는 죽음을 떠올리는 순간들과 함께 너무 익숙해서 혹은 일상에 지쳐 잊고 살았던 시간들을 재조명해 관객들에게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조각 아니겠는가>, 고영미

 

고요한 밤, 사막의 하늘에는 까마귀들이 위협적으로 날갯짓을 하고, 그 아래의 사막쥐들은 까마귀의 눈을 피해 살아남으려 여기저기에 몸을 숨기고 있다. 이렇듯 약육강식 그리고 그 속의 삶과 죽음은 자연의 섭리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삶과 죽음은 한조각 아니겠는가’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삶과 죽음은 한조각 아니겠는가’ ⓒ윤지연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사회구조 역시 약육강식의 세계다. 강한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큰 이익과 부를 취하는 이 관계 속에서 우리는 긴장하고 또 발버둥치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는 이 그림은 잔혹하기만 하다.

 

<경계(border)>, 안성규

 

좁은 공간에 빈틈없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건물들, 마치 서울의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극사실적인 묘사가 작품의 하단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그 위편에 자리 잡은 넓은 하늘은 추상적인 묘사와 광활한 배경으로 시선의 긴장을 해소시키고, 둘 사이의 경계는 더욱 뚜렷해진다.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경계’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경계’ ⓒ윤지연

 

가상의 현재, 기억의 저편

 

전시는 가장 비극적이고 참담한, 어쩌면 멀게만 느껴지는 가상의 현재 위에 건설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들을 이야기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에 귀 기울여보자. 기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나 잊지 못할 시간들 또는 더없이 일상적인 하루들이 누군가의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선명해지는 빛처럼, 이 가정된 세계 속에서 여러분이 지키고 싶은 가치는 더 밝게 빛날 것이 분명하다.

 

 

다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 - <풍경을 빌려오다>

- 기간: 2017. 6.1 - 7.16

- 장소: 장사도해상공원 옻칠미술관

- 시간: 오전 09:30 ~ 오후 5:50

- 입장료: 무료

 

윤지연  서울여자대학교/국어국문학과 jiyeon95iye@naver.com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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