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심옥경 할머니를 만나다
게시일
2015.03.26.
조회수
6282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3)
담당자
고금희

직접 유아들을 찾아가 전통 이야기로 사랑을 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심옥경 할머니를 만나다

 

“옛날 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작은 마을에 착한 오누이가⋯⋯.” 무더운 여름밤, 매미 소리가 들리는 초가집 평상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운 손주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런 광경들은 현대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전통문화가 단절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메마른 땅에 작은 봄비가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요 정책 중, 생생정책에 포함된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정책은 일정 자격을 갖춘 이야기할머니가 유아교육기관에 찾아가 전통 이야기, 문화를 전달하고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올해에도 700명의 이야기할머니를 선발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정책은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 유아들의 인성 함양, 전통문화 증대라는 세 가지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총 2,1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와 6,000여 곳의 유아교육기관이 참여하여 세대를 뛰어넘는 정서적 교감을 나눌 예정이다.

 

2014 신규교육을 받고 계신 이야기 할머니들

 ▲ 2014 신규교육을 받고 계신 이야기 할머니들 Ⓒ이야기할머니사업단

 

듣기만 해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들을수록 궁금해지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 본 기자 역시 그 기대와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3월 19일 송파구의 한 유치원으로 직접 취재를 다녀왔다.


“즐거운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 재미있어요. 생각을 키우는 옛날이야기. 할머니 이야기 잘 들었어요.” 심옥경 할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로 시작되는 수업은 10시부터 총 네 개의 반에서 실행되었다. 이야기할머니이신 심옥경 할머니는 고운 한복을 입고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기 시작하셨다.

 

국학진흥원 소속 연구원님이 할머님의 수업을 참관하고 계신다

▲ 국학진흥원 소속 연구원님이 할머님의 수업을 참관하고 계신다 Ⓒ 나애슬

 

저번 주 이야기를 잠깐 언급하신 할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속으로 출발”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번 주 이야기, ‘즐거운 모험’ 속으로 들어가셨다. 이야기가 시작되자 까불며 장난치는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업 중간중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바른 자세로 끝까지 앉아있을 수 있어요?”라는 등 이야기 전달뿐 아니라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에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이야기 속 등장하는 물레방아를 설명해주셨을 때 ‘진정한 전통문화의 전달이 이런 부분에서 일어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농경 기구가 낯선 손주에게 할머니가 “이건 이런 기능을 하는 거란다.” 라며 자세히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환하게 웃고 계시는 심옥경 할머니

 

 ▲ 환하게 웃고 계시는 심옥경 할머니 Ⓒ나애슬

 

인터뷰

총 4개 반의 수업이 끝나고 고운 한복 자태를 자랑하시는 심옥경 할머니를 뵐 수 있었다.

1. 안녕하세요. 심옥경 이야기 할머니, 먼저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에 대해 어떻게 아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재작년부터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했는데요. 그전에 제가 우리 동네인 ‘송파 문화원’ 안에 마을문고에서 봉사활동을 한참 했어요. 그러다 회장을 맡게 되었고 일을 마무리하게 될 즘 다문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활동에 관심이 가서 동화 구연을 배웠어요. 과정을 끝내고 자원봉사센터에 가서 봉사를 하려고 했는데 저희 지역에는 봉사를 받을 대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난감해하던 찰나에 도서관에서 봉사하던 친구가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을 소개해줬고 문화원 안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너무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어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2. 그렇다면 ‘이야기할머니’로 선정되고 파견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어떤 교육을 받으시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먼저 선정되는 것부터 말씀을 드리면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뽑힙니다. 저는 5월 달에 선발이 되었고 7월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오전에는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외운 것들을 실제로 발표해보는 연습을 해요. 그렇게 총 66시간의 교육시간을 이수 받고 나면 수료증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 해부터 활동을 하게 되었죠. 활동을 시작한 후에도 여름이 되면 심화교육이라고 해서 또 교육을 받아요. 겨울에도 마찬가지로 안동에 있는 국학진흥원에 가서 교육을 받고요. 교육받을 때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받고 나서는 굉장히 그 교육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3. 듣다 보니 그 교육에 어떤 과정들이 포함되었는지 궁금하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교육받으시는 건가요?

처음에는 기초적인 발음 교정에서부터 이야기 할머니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컴퓨터 다루는 법 등 직접적인 실무와 관계된 것들도 배우고 또 외적으로 기관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뤄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배워요. 여름, 겨울 교육에서 배운 대로 활동하면 무리가 없을 정도로 교육과정이 잘 되어 있습니다.


4. 혹시 프로그램 참여 전에 준비하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야기를 다 외워서 아이들에게 전달하시는 것을 보니 준비를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네 그렇고요. 교구 같은 경우도 제가 직접 만들어요. 국학진흥원에서 수업시간에 이용하라고 그림 자료를 카페에 올려줘요. 그대로 출력해서 가져가니 너무 작다고 아이들이 다 못 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림을 큰 사이즈로 뽑아서 스스로 교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교구도 가져가서 아이들에게 가르쳤는데요. 교구보다 이야기 전달이 중요함을 알게 되어서 이제는 교구를 안 쓰고 이야기 위주로 하고 있어요.


5. 동화책 말고 혹시 할머니께서 개인적으로 알고 계시는 전래동화가 있으신가요? 저희에게 살짝 들려주신다면?

‘소금장수’라는 제목의 구전동화가 하나 있거든요. 짧게 들려드리면 성격이 괴팍한 소금장수와 성격 좋은 나무꾼이 장에서 장사를 했대요. 소금장수가 먼저 소금을 다 팔고 집에 가는데 고갯마루에서 무거운 맷돌을 짊어지고 가는 어떤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어요. 할머니가 “젊은 양반, 이 맷돌이 무거우니 좀 들어주면 안 되겠나?”라고 부탁을 했지만 소금장수는 힘들다고 화를 내며 단칼에 거절했어요. 후에 나무꾼이 똑같은 언덕을 오르면서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고 착한 나무꾼은 맷돌을 들어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무엇이든 말하면 나오는 요술 맷돌을 나무꾼에서 선물했고 맷돌 덕분에 나무꾼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걸 본 소금장수가 너무 샘이 나서 맷돌을 훔쳤는데 배를 타고 가면서 소금이 나오라고 계속 맷돌을 돌린 나머지 배가 가라앉아 바다로 빠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바닷물이 짠 게 아직도 소금장수가 바닷속에서 맷돌을 돌려서 그런다는 이야기도 있어요.(웃음) 어른 공경의 문화도 키울 수 있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교훈을 가벼운 이야기로 전해줄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아요.


6. 할머님께도 손주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아이들을 보고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주가 떠오르실 거 같은데 어떠세요?

네. 그런데 우리 아기는 이제 두 돌이에요. 한 번 내가 재우려고 이야기를 해줬더니 우리 아기는 내 이야기를 막더라고요. 아무래도 아직 이야기보다는 노래가 더 좋은 나이니까요.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아기들은 눈빛을 보면 우리 손주가 딱 오버랩 돼서 보일 때도 있어요. 또 제가 워낙 아기들을 좋아하다 보니 손주로 생각이 안 들어도 다 예뻐요. 저번에 정보보육센터에서 함께 했던 아이들을 교육이 끝났는데도 보고 싶어서 먹을 것을 싸서 찾아간 적이 있어요. 너무 예쁘더라고요.


7.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할머니’가 되고 싶으세요? ‘나는 00한 이야기할머니다.’라고 수식어를 붙인다면?

제가 마을문고에서 봉사할 때도 이 책을 애들이 읽고 이다음에 걔들이 컸을 때 “내가 어렸을 때 마을문고 가서 책을 봤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 책을 골라주고 싶었어요. 그림도 예쁜 걸로 골라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내가 유치원 다닐 때 이야기할머니가 해준 이야기가 참 생각이 나.”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어요. 저도 어렸을 때 이웃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말도 안 되는 옛날이야기 들었던 좋은 기억이 있으니 더 그렇게 기억되고 싶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할머니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8. ‘이야기할머니’를 하시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으시다면?

요새 유치원 문제 등 기관 사정이 있다 보니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 외에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부족한 거 같아요. 딱 수업 20분 이런 것보다 애들하고 끝나고도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 날은 이야기 대신 할머니하고 노는 날을 만들어 클레이 만들기, 종이접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 좋겠어요. 여기에 재주 있는 할머니 분들도 많거든요. 분명히 이 교육은 전문가분들이 더 잘하시겠지만 할머니들과 하는 건 또 다르잖아요.


9.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떠세요?

너무 좋아하죠. 우리 올케가 나하고 친해요. 그 친구가 “언니, 어머니 살아계셨으면 언니한테 맞는 거 딱 찾았다고 너무 좋아하실 거야.”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아들 역시 좋아해요. 대학 때 제가 동네 애들 데려다 코 닦아주고 뭐 사주고 그래서 제 별명이 팔이 언니였거든요. 올케들이 저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어서 항상 저에게 유치원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경영과는 무관한 사람이라 지금 이야기 할머니가 딱 좋다고 이야기를 해요. 애들한테 제가 받는 것도 많고요. 집에 가서 누구한테 애들 이야기하면 제 입꼬리가 올라간다고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기자가 대화를 나눈 심옥경 할머니는 그 어떤 분보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의 취지를 잘 살리고 계시는 분이셨고, 아이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시다 보니 활동을 하시면서 진심으로 행복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날 핵가족화로 인해 어르신들에게 배울 수 있는 문화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환경 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정책은 젊은이와 노년 인구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장이 되는 듯하다. 심옥경 할머니의 말씀처럼 이야기할머니와 함께 한 순간들이 아이들에게 훗날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은 향기를 내는 정책이 될 것이라 장담하며, 전국에 계신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께 큰 박수를 전해드리고 싶다.

 

 문화체육관광부 나애슬 대학생기자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queen25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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