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차가운 화형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08.14.~2025.08.17.
- 시간
- 12:00-19:00
- 장소
- 서울 | 갤러리 지하
- 요금
- 무료
- 문의
- -
- 바로가기
- https://galleryjiha.com/exhibitions/?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7178691&t=board
전시소개
《차가운 화형》
갓 엮어낸 꽃다발을 안아들 때에는 싱그러운 향기와 화려한 색감에 시선이 사로잡히지만, 더러는 서서히 시들기 시작하는 것을 다듬고 솎아 내면서 비로소 가려져 있던 꽃송이 하나하나의 기이한 아름다움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화병 속 흐드러지게 핀 꽃들엔 가볍게 꺾어 드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독성이, 거세게 일어난 파도 아래는 미처 구하지 못한 어린 동생이, 눈 덮인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집을 떠나간 사랑하는 이들을 그리는 노래가 숨어 있습니다. 새하얀 케이크엔 촛불 대신 향이 꽂혔고, 거울 너머의 고요한 밤바다 위로 흐릿하게 불길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설경을 걷는 아이들, 노을 지는 바다, 가지런히 꽂힌 꽃 등 익숙한 소재의 조합임에도 그림이 어쩐지 현실에서 동떨어진 듯 보인다면 그건 다시금 가만히 들여다보았을 때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의 낮은 온도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가 눈으로 바라본 풍경 및 글과 소리의 형태로 받아들인 여러 화소가 한데 섞여 한 장으로 거듭난 그림은 어떠한 장면을 묘사할 뿐 이 다음이 어떻게 된다거나 하는 방향을 제시하지도,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요하지도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강렬한 색조 또한 관람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며 때로는 난해하고, 어둡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끝맺어지지 않은 이야기는 전시명인 차가운 화형(花形), 즉, 제멋대로 자라나며 틀어지고 열리는 꽃의 형태처럼 어떻게 뻗어나갈지 모르는 가능성과 미래를 제시합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밤의 어둠은 오랜 공포인 동시에 지친 얼굴을 감추고 몸을 누이는 안식처가 되는 것처럼요.
그런 이상한 그림들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