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冒頭말씀
연설일
2006.03.23.
게시일
2006.03.23.
담당부서
문화관광부()
담당자
관리자
붙임파일
나뭇가지에서, 물위에서, 뚝방 위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피어나는 봄의 길목에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존경하는 문화관광위원회 이미경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 여러분!

지난 며칠간 저는 봄을 처음 맞는 사람처럼 설레면서, 항상 봄의 마음으로 일해야겠다는 다짐도 많이 했지만, 한편으로 무거운 부담감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인사청문회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은 제가 걸어온 모든 길을 돌아보게 하는 아주 엄정한 자기 성찰을 시켜주었습니다.

잘 아시듯이, 저는 본디 배우, 연출가, 극작가를 본분으로 삼았던 사람입니다. 예술의 세계에서는 창작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우주요 세계인 듯이 이야기합니다.

많은 예술가들 속에서 마치 작품을 대하듯이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미래를 전망하고 또 비평을 하듯이 행정을 논하다가 제가 비로소 문화행정의 꿈과 현실의 어려움을 배우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국립극장의 극장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입니다.

그 6년 동안, 돌이켜보면 여기 계신 의원님들을 비롯한 각계의 지원과 협조가 얼마나 큰 공부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내걸었던 <국민속의 국립극장>, <세계속의 국립극장>, <정보화속의 국립극장>이라는 구호를 명실상부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국립극장 가족들과 함께 갖은 정성을 기울였지만 역시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예술의 현장으로 돌아가려는 저에게 문화관광부를 이끌 기회를 주신 것은 이러한 아쉬움을 우리 문화의 도약으로 보상하라는 무거운 기회로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

그 동안 우리 문화계는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영화 한편의 관객이 천만 명을 돌파하고, 욘사마에 일본 열도가 환호하며,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제 문화산업이 21세기 한국을 이끌 신(新)성장 동력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문화의 세기에도 여전히 연극, 무용, 문학, 미술, 음악 등 기초예술의 현장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배우들은 열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봄에 싹이 돋아날 때는 풀과 나무의 떡잎이 구별되지 않으며, 여름에는 한동안 풀이 무성하여 나무를 덮기도 하지만, 가을이 지나면 풀은 흔적도 없이 소멸되나 나무는 가지에 나이테를 남깁니다. 이 때문에 풀은 숲이 되지 못하지만 나무는 큰 숲을 이룹니다.

저는 우리 문화가 풀의 방식이 아니라 나무의 방식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토양을 가진 나무, 뿌리가 튼튼한 나무로서 기초가 제대로 되어 있는 문화가 있다면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꽃은 항상 만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문화예술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문화관광부가 좀 더 정진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문화적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 이유는 이제 문화가 더 이상 문화 분야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들, ‘새만금’을 비롯한 각종 개발의 갈등, 갖가지 참사, 이혼 급증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이주 노동자 차별, 장애인과 소외계층의 문제 등은 더 이상 경제적, 정치적 처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들이라 봅니다.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사회발전은 결국 삶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을 잃은 메마른 사회를 초래할 뿐입니다. 문화를 통한 소통과 상생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제기된 절실한 과제라고 보기 때문에 저는 이제 문화관광부가 문화적 관점에 의해 문화적 가치를 창조해내는 실로 문화적인 처방으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일에 앞장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화관광부가 추진하는 업무 하나 하나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핵심역할을 합니다. 종교, 미디어, 관광, 체육 등 문화관광부의 모든 영역이 한편으로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스란히 국익과 국가발전에 직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야말로 문화적 접근을 통해 종교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선한 사회를 위한 각각의 노력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할 것입니다.

미디어 분야 역시 최근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급격한 환경변화를 경험시키고 있습니다. 대안매체의 지속적 육성과 미디어의 건전한 사회적 역할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어 가고, 국민의 여가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관광산업, 레저스포츠 산업 등은 국민적 수요에 맞추어 한 단계 도약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러한 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고, 잘못된 규제를 찾아내어 개선하는 일이 시급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의 미래 산업인 문화산업, 미디어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 나가는 일도 정부의 몫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먼저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하고 전자정부를 실현하였지만, 아직도 소프트웨어는 빈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날로 중요성을 더해가는 콘텐츠 소프트웨어, 특히 문화콘테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미래형 국가기간산업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관광산업의 선진화에 최선을 다하여 우리나라가 21세기 아시아 관광 중심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광환경 개선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우리는 엘리트 체육의 성과를 생활체육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기초예술의 토대 없이 문화산업을 꽃피울 수 없듯이 생활체육의 기초가 튼실하지 않고는 엘리트 체육의 성과도 오래가지 못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이미경 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 !

제가 지난 시절 예술의 현장에서 좌절과 절망 속에서 고통을 경험하였을 때, 저를 일으킨 것은 그러한 고통이 저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될 것이라는 꿈과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이제 제가 문화관광부 장관직을 맡게 된다면, 수많은 명작들 속의 주인공들이 걸었던 우여곡절과 파란만장의 길을 생각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시련을 축복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동안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새로운 문화행정을 펼치는 도전과 기회로 삼을 것이며, 연출가답게 문화관광부 전 직원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여 주어진 시대적 소명과 임무를 다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언제나 고민하는 자세로, 그리고 주요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편으론 겸허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치열하게 다양한 의견을 수렴 하여 신명나는 문화행정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위원님들의 많은 정책조언과 격려, 그리고 애정 어린 비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