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사랑, 그것이 삶” 국립극단 <가지>
게시일
2018.03.02.
조회수
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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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성은

“이것이 사랑, 그것이 삶” 국립극단 <가지>


한국계 미국인 줄리아 조가 각본을 쓴 ‘가지’는 2016년 미국에서 처음 공개돼 평단과 관객에게 큰 호평을 얻으며 윌 그릭맨 상까지 받은 바 있는 수작이다. 한국에는 2017년 국립극단에서 진행한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을 통해 소개되며 그 해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양국 모두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가지’가 다시금 한국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 2018년 국립극단의 두 번째 작품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2월 21일 초연을 시작으로 3월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가지’의 등장인물들

[▲ ‘가지’의 등장인물들 ⓒ국립극단]


이것이 사랑, 그래서 사랑했고


연극은 마리아의 독백과 함께 시작된다. 평생 동안 먹은 음식 중 파스트라미 샌드위치가 으뜸이라 고백하는 그녀는 그것과 얽힌 아버지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떠올리며 허기 대신 그리움을 띈 그녀의 얼굴은 그녀가 추억하는 것이 파스트라미 샌드위치의 맛이 아닌 아버지가 보여준 사랑임을 가늠케 한다.

 

 

위독한 아버지를 간호하는 레이

[▲ 위독한 아버지를 간호하는 레이 ⓒ국립극단]


한국계 미국인 레이의 가정은 여타 재미교포들과 다르지 않다. 멀리 타향으로 떠나왔음에도 가부장적 구습을 버리지 못하는 1세대의 아버지, 자신과도 너무나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아버지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만족시키려 노력하고 또 좌절하는 2세대의 아들. 평생 동안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두 사람에겐 이제 그것을 시도할 시간마저 얼마 남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온 레이는 그를 간호하기 시작한다. 그가 살아나길 염원해야 하는지, 고통 없이 편히 가시길 소망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뽕나무 열매와 함께 아버지를 추억하는 코넬리아  

[▲ 뽕나무 열매와 함께 아버지를 추억하는 코넬리아 ⓒ국립극단]


번뇌하는 레이에게 코넬리아는 요리를 해드릴 것을 권유한다. 레이의 절친한 벗이자 전 연인인 코넬리아는 일찍이 그가 자신에게 해준 요리에 크게 감화 받은 바 있는 까닭에서다. 그가 차려준 요리가 결코 눈부시게 화려하거나 특별하게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뽕나무 몇 알.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음식에서 코넬리아는 잊고 있던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새로이 피어오르는 레이의 사랑을 깨달았었다. 요리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행위가 아니다. 상대를 염려하고 애정하는 마음을 그대로 투영해 식탁을 차리는 사랑의 표현이다.


그것이 삶, 그래서 살아간다


용봉탕을 만들라는 숙부 

[▲ 용봉탕을 만들라는 숙부 ⓒ국립극단]


한국에서 날아온 숙부 역시 그에게 아버지를 위한 요리를 해달라며 자라를 건넨다. 숙부는 그의 형인 레이의 아버지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어머니의 요리를 맛보고 망설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 숙부는 저승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형을 붙잡자고 한다. 그를 붙잡기 위해, 가는 걸 다시금 망설이도록 하기 위해 숙부는 레이에게 보신음식으로 유명한 용봉탕을 만들라 설득한다. 그립던 형을 붙잡는 마음, 그리울 아버지를 보내는 마음. 사랑은 차리는 사람의 삶과 대접받는 사람의 삶이 결합되는 과정이다.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대접받는 마리아

[▲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대접받는 마리아 ⓒ국립극단]


한국계 미국인이 기획하고 미국에서 먼저 공연을 올린 ‘미국 연극’ <가지>는 영어 원제로 <aubergine>이다. 미국에선 가지를 흔히들 ‘eggplant’로 부르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 생소한 단어가 다소 의문스러울 것이다. 프랑스에서 가지를 지칭하는 단어 ‘aubergine’에서 파생된 영단어 ‘aubergine’은 우리에겐 ‘eggplant’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는 ‘aubergine’임을 상기시킨다. 마치 인간 개개의 사랑과 삶이 제각기의 모습으로 다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가지는 가지다. ‘aubergine’도 ‘eggplant’도 결국엔 가지인 것처럼, 언뜻 보기엔 달라 보이나 결국엔 같은, 우리네의 사랑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요리를 한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당신에게 나의 삶을 알려주기 위해서. 좀처럼 맞지 않던 음식을 새롭게 느낄 당신을 위해서. 그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가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사랑이 반짝였던 순간을 기억하는 여섯 사람의 이야기다.


국립극단 <가지>

-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 기간: 2018. 2. 21. (수) - 3. 18. (일)

- 시간: 평일 19:30, 주말 및 공휴일 15:00 화요일 휴무 (인터미션 10분 포함 135분)

- 관람등급: 14세 이상 관람가

- 가격: 전석 3만원

 

김정서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talephile@naver.com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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