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장애는 중요하지 않아요” 휠체어 댄스 <둥글게 둥글게> 공연 현장
게시일
2011.04.04.
조회수
4706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2-3704-9044)
담당자
이유진

둥글게 둥글게 공연 현장


2007년 <스타킹>(SBS)에 우리나라 역도 국가대표 출신 이영호 씨가 출연한 적이 있다. 한국 최고 기록을 보유했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던 이영호. 무대에 등장한 그는 우리가 예상했던 역도복 대신 휠체어를 탄 채 화려한 무대의상 차림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되었던 것. 하지만 그 한계를 훌쩍 뛰어 넘어 멋진 라틴댄스 공연을 보여주었다.


지난 3월 26일 토요일 그날의 감동을 다시금 전해주는 공연이 있었다. 서울 광진구 소재의 나루아트센터에서 Fun & Art Company의 창단 기념공연이 바로 그 주인공. Fun & Art Company는 지난 2010년 11월 한국예술종합학교 KNUA홀에서 있었던 <무용과 음악 휠체어를 타고 날다>에서 수준 높은 무용 실력을 선보였던 국내 최초의 전문장애인무용공연단이다. 그들은 신체적 불편함이 있지만 춤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않다. 또한 오늘 공연의 취지는 장애인에 동정의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세상과 소통을 하려는데 있다. 현장을 찾은 많은 약 천여 명의 관객은 휠체어 댄스에 대한 호기심과 오늘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이날의 공연은 <둥글게 둥글게>라는 제목 아래 총 2부에 걸쳐 진행되었다.   


제 1부 “은혜와 음악친구들“


오늘 공연의 첫 순서는 서은혜 양과 우광혁 무대감독, 소프라노 허미경, 테너 김동현 씨의 아름다운 음악회였다. 첫 곡은 웨스트 라이프의 ‘you raise me up’으로 반주는 서은혜양이 노래는 성악가 김동현 씨가 맡았다.


you raise me up 가사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산에 우뚝 서 있을 수 있고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폭풍의 바다도 건널 수 있습니다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은혜와 음악친구들


아름다운 목소리로 울려 퍼진 ‘you raise me up’의 가사는 장애와 비장애인을 나누는 이분법적 정의에서 벗어나 ‘우리’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헤쳐 나갈 수 있음을 전달하는 듯 했다. 서은혜양은 앞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의 눈은 우리를 따뜻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고운 목소리는 우리에게 감성의 눈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느끼게 해줬다.


제 2부 “휠체어를 타고, 나에서 우리를 향해”


2부에서는 휠체어 댄스 공연이 이어졌다. 휠체어 댄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춤을 추는 것을 말한다. 몸이 불편한 핸디캡을 극복하고 과연 얼마나 춤을 잘 표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그들의 몸짓은 전문 무용수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힘 있는 기교와 감성의 섬세한 표현이 휠체어의 속도감과 함께 해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였다.


경희


휠체어를 타고, 나에서 우리를 향해


재활원 꽃길에서 처음 만났을 때 경희는 꽃을 들고 있었다. 경희는 꽃을 좋아하는 순수한 아이다. 하지만 그녀의 맑은 동심이 슬픔으로 다가와 눈물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이는 아마 내게도 가물거리는 어린 날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페르소나는 꿈꾸고 있는가?

 

당신의 페르소나는 꿈꾸고 있는가?


장애가 있단 이유로 그들은 현실에 소외 된 채 살아간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가면’ 이란 매개체 안에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지 않다는 거짓 된 최면을 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는 감춰지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가면을 벗고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하늘 빛 오렌지


하늘 빛 오렌지

 

2000년도에 첫 선을 보인 무대가 십 년이 지나 다시 무대에 오른다. 소년과 할머니, 기억 속의 연인, 도둑이라는 3가지 만남이 ‘오렌지’라는 오브제를 통해서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휠체어의 역동성을 살린 이 안무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더욱 빛났다.


Interview

“신이 정해준 벽을 이겨내는 과정”


박미라, 이미경, 황성진 Interview

제2부의 두 번째 공연이었던, ‘당신의 페르소나는 꿈꾸고 있는가?’에 출연한 무용수 황성진(25) 씨, 박미라(30) 씨, 그리고 그들을 무대에 설 수 있게 도와준 안무가 이미경 씨를 만났다.


박미라, 이미경, 황성진

오늘 공연 너무 잘 봤습니다. 처음에 다들 어떻게 만나시게 된 건가요? 전문무용수와 안무가로 만나신 건가요?

이미경 : 아니요. 처음은 전문 무용수로서의 만남은 아니었어요. 장애인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간단한 무용교육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때 이 친구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성진 씨는 힙합을 좋아하였고, 미라 씨는 말하는 걸 좋아하는 밝은 숙녀였어요. 그러다 우연히 공연을 하게 될 기회가 있었고, 제가 이 친구들을 캐스팅하게 되었어요. 


오늘 두 번째 공연 제목이 ‘당신의 페르소나는 꿈꾸고 있는가?’ 입니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인데요. 간략하게 소개 좀 해주세요.

이미경 :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통해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 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었어요. 지휘하고 있던 사람이 하나님의 역할을 했는데요. 우리가 이렇게 된 것도 궁극적으로 신이라는 존재에 의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설정이에요. 그리고 신이 정해준 그 벽을 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 보여주며 이겨내려는 장애인들의 심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라 씨는 오늘 내레이션을 맡으셨는데요. “우리는 매일 이리저리 치인다. 그리고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듯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느낀다.”는 말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본인의 경험이 반영되었을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미라 : 저는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어요.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힐끔힐끔 쳐다본답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 얼굴 보듯 쳐다보는 것은 괜찮아요. 하지만 제가 그 사람을 지나갔는데도 고개를 돌리며 끝까지 쳐다보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끔 원숭이가 된 것 같아요. 관심은 좋으나 그냥 저를 단지 보통사람으로 봐주시면 더 감사할 거 같아요.


성진 씨의 연기 중에서 오늘 신과 다투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무언가 이겨내고픈 욕망을 느꼈는데요, 연기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황성진 : 춤의 기술적 표현을 통한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에 앞서 우리가 바라고 있는 마음, 감정을 관객들에게 솔직히 전달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특히 제가 휠체어에서 내려와 제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문제를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제 마음 그대로를 전하려 했기 때문이에요.


이미경 선생님 앞으로도 비슷한 공연이 계속 이어질 텐데요. 오늘 공연을 보러 온 관객 분들이나 앞으로 관람할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이미경 : 미술, 조형예술과 달리 공연예술의 맛을 결정짓는 것은 객석의 반응이에요. 저희는 일반 무용을 하시는 분들보다 두 배, 세배 더 많은 노력을 한답니다. 저희의 노력을 무대에 쏟아내는 만큼 여러분도 적극적인 환호와 함께 저희 공연을 즐겨주세요. 그리고 공연을 보고 나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바꾸셨으면 합니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시선으로요.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사는 방법. ‘둥글게 둥글게’ 


휠체어에는 동그란 바퀴 두 개가 있다. 바퀴를 둥글게 만든 이유는 휠체어가 잘 굴러가기 위함이다. 이는 우리가 소통하는 것과 일맥상통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네모나기만 하다. 너무나 각지고 굳어져있는 우리의 몹쓸 고정관념은 융통성이 없어 자꾸 장애인을 밀쳐내려고 한다. 우리가 항상 장애인과의 소통에서 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이유는 이 못된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장애인. 그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는 동정의 눈길이 아니길 바란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고 싶어 한다. 이제는 네모난 바퀴를 둥글게 펴야 할 때이다. ‘둥글게 둥글게’ 이 말은 그들이 바라는 세상,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주문이 아니었을까? 그 주문이 마법처럼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선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배려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정병화 대학생기자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agg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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