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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4대 장관 김종덕

언론기고문

도서정가제와 ‘출판 한류’
기고일
2015.05.20.
게시일
2015.05.28.
붙임파일
도서정가제와 ‘출판 한류(韓流)’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6개월이 됐다. 발간 18개월 미만 도서(신간)의 정가대비 할인율 상한선을 19%에서 15%(가격할인 10% 이내)로 낮춘 것이 새 도서정가제의 핵심 내용인데, 시행과 함께 과거와 같은 광폭 할인판매는 거의 자취를 감춘 듯하다. 일시적 가격 상승이 예상됐던 도서 가격도 평균치는 오히려 조금 떨어졌으며, 문화사랑방 역할을 해오던 지역 서점의 매출도 소폭이지만 늘었다. 이제 남은 과제 중 하나는 ‘책값거품 소멸’을 위한 업계와 정부의 노력이다.
지난해 11월에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연착륙하고 있다는 신중한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소비자이자 독자인 국민의 성숙한 철학 덕분이기에 주무 부서 장관으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일부 출판인은 “책이 가격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바뀌는 첫 단추”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독자에게 저렴하고 다양한 도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업계와 정부의 숙제에,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입 예산도 늘려야 하고, 여전히 상황이 어려운 중소 출판사와 지역 서점에 대한 지원도 더욱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한 술 밥에 배부를 순 없다. 국민의 신뢰 위에서 정부와 출판·유통계가 중지를 모아 꾸준히 실천해야 할 과제들이다.
도서정가제는 도서 유통 질서를 바로잡아 출판 생태계에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지만, 취지가 거기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출판 한류(韓流), 즉 ‘케이북(K-BOOK)’ 확산이 그 다음 목표가 돼야 한다. 도서정가제로 더욱 다양하고 훌륭한 출판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면 이를 세계 시장에 내보내 문화 강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자는 말이다. 이는 문화 융성과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동안 노래,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한류의 길을 열었다면 이제는 그 길을 이 모든 것의 원천 콘텐츠인 책이 더욱 넓히고 키워야 한다. 책 속에 우리의 문화·철학·사상 등이 가장 완벽하고 체계적인 형태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 책을 통해 한국인의 철학과 가치를 세계화하여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하자.
다행하게도 이러한 맹아(萌芽)들이 도처에서 돋고 있다. ‘201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한국 작가 5명이 ‘그림책의 노벨상-라카지상’ 전 부문에서 입상한 것이 단적인 예다. 동화 ‘강아지똥’은 스위스, 폴란드, 중국, 일본에 이어 베트남 진출까지 확정됐다. 동화와 그림책뿐이겠는가? 한국의 창작물들이 아시아·미국·유럽 등 세계 각지로 나가고 있다. 전자출판에 이르면 활동 반경은 더욱 넓어진다. 전자도서 출판사 아이포트폴리오가 세계 최대 영어 교육 출판사 옥스퍼드대출판부에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을 수출한다. 젊고 꿈 많은 전자출판인들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뛰고 있다. 국제 도서전에 가면 한국 전자출판 전시관에 가장 많은 바이어와 관람객이 모인다.
이러한 사례는 세계 10대 출판 강국인 대한민국의 출판이 국내외의 한계적 상황을 극복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케이북(K-BOOK) 확산과 전자책·종이책 병진 발전을 핵심 과제로 삼고 적극 노력할 것이다. 민·관 협력을 통해 복잡다기한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새 도서정가제를 실현한 것은 두고두고 우리 출판계와 유통계의 자랑이 될 것이다. 이제 상생 정신을 바탕으로 중지를 모아 도서정가제의 보완이 필요한 점은 신속히 개선하는 한편, 국내 출판 시장 성장과 지구촌 출판 한류 확산을 향해 함께 갈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