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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35대 장관 박양우

언론기고문

새로운 일상 속 더 건강하고 행복한 ‘연결사회’로
기고일
2020.06.24.
게시일
2020.06.24.
붙임파일
새로운 일상 속 더 건강하고 행복한 연결사회로


코로나19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간혹 회의가 없는 날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하는데, 그때 아파트 입구에 서 있는 노란 유치원 버스를 보게 된다. 작은 얼굴에 마스크를 쓴 어린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이 이렇게 눈물겹고 행복한 것인지 미처 몰랐다. 한때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지친 마음을 따뜻한 평화로 가득 채우는 풍경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은 우리의 관심을 소득이나 성장보다 안전과 건강, 그리고 여유로운 삶 쪽으로 옮겨놓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자 관계의 단절과 고립으로 인한 심리적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문화로 위로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치유의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먼저, 문화예술과 체육 활동을 통해 심리적 불안을 치유하고 문화적 돌봄으로 삶의 관계망을 회복시키는 문화사회 안전망을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2018년 영국 정부는 외로움을 건강과 복지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문화부 장관 겸임)을 임명해 외로움 해결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그 일환으로 사회적 연결 전문가 1000여명을 배치해 사회적 고립 상태의 주민을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체육 활동 등과 연결하는 사회적 처방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우리도 이같은 문화 돌봄 전문가 파견을 검토해볼 수 있겠다. 예술 치료나 치유 여행 같은 문화 활동은 심리적 불안과 육체적 피로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들의 고립감과 우울감을 감소시키고 문화예술 콘텐츠 생산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맞춰 온라인상에서 문화의 창작향유가 가능한 환경을 더 조성해 음악, 미술, 공연, 전시, 인문, 관광 등 다양한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는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1973)에서 산업혁명으로 생산 효율성이 큰 폭으로 높아졌지만, 자원을 대규모로 낭비하고 인간을 기계에 종속된 도구로 만들어버리는 폐해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인류에게는 최신의 앞선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류의 삶의 질과 복지를 고려하는 중간 기술 또한 필요하다. 디지털 문화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인장애인 등을 지원하는 기술, 제3세계를 돕기 위한 따뜻한 기술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을 제시하고, 기술에 대한 문화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서 사람을 위한 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장되게 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숨결이 배어 있는 기술을 통해 사람을 이어주고 함께 어울리게 하는 것이 문화의 힘일 것이다. 배려와 소통을 통한 공감 사회, 포용 국가가 코로나 이후 우리 삶의 지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따뜻한 연결사회가 코로나 이후 국가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