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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27대 장관 도종환

언론기고문

휴가와 여행, 새로운 상상력을 얻는 길
기고일
2017. 8. 10.
게시일
2017. 8. 21.
붙임파일
휴가와 여행, 새로운 상상력을 얻는 길


장황하거나 앞뒤 문맥이 잘 맞지 않는 문장을 만났을 때, 문장 중간에 쉼표를 찍고 다시 읽으면 그 뜻이 명확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쉼표 하나가 빠르게 내달리는 독서의 호흡을 가다듬게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쉼표는 휴식이자 생각의 여유다.

조직생활이나 개인의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운 문맥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일의 체계가 없이 얽힌 경우를 두고 난맥상이라고 하는데, 이 난맥상을 계속 방치하면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거나 대인관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쉼표처럼 휴식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때가 많다. 쉼표와 휴식은 멈추고 돌아보고 한걸음 떨어져서 생각하게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제공한다.

난맥상이 아니더라도 조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황이 있다. 피로가 누적된 직원들이 징검다리 휴일을 앞두고 눈치를 본다. 그때 관리자가 회의를 미루는 조직과 진행하는 조직을 떠올려보자. 어느 쪽이 더 발전한다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구성원이 불행한 조직은 미래가 밝을 수 없다.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충전해야만 효율성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무더위가 지속되는 8월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월 27일부터 국내 여행을 권하는 `여름철 국내 관광 활성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농어촌 국민들께 도움을 드리기 위해 여러 부처기관과 합동으로 `농산어촌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대국민 캠페인`도 함께 실시하는 중이다.

캠페인 슬로건 `파란 여름 속으로 탁 떠나는 거야`를 적극 알리고 다채로운 정보와 이벤트도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를 방문하면 휴가계획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여기저기 다녀본 나는 우리나라 산천이 여느 외국 관광지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익숙한 언어와 문화, 음식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여유는 국내 여행지를 따라올 곳이 없다. 제주도는 물론 우리의 섬들은 정말 아름답다.

강원도 산골과 전국 백대 명산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의 인심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서울 경기에도 곳곳에 숨은 명소가 많다.

현 정부는 국민들의 `쉼표가 있는 삶`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 대체휴일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 역시 국내 여행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취약계층을 위한 열린 관광지를 확대하고, 근로자 휴가 지원 및 생애주기별 여행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차를 다 쓸 계획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권리를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연일 화제가 되었다. 일상을 열심히 살고 있는 국민들 모두가 주어진 연차를 쓰고 여행을 떠나길 권한다.

여유와 쉼표는 문화예술에서 여백과도 같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비롯한 선조들의 뛰어난 한국화는 여백을 잘 살린 작품일수록 많은 감동을 준다. 시(詩) 역시 여백의 미(美)를 잘 살릴 때 비로소 독자들이 작품 속으로 들어와 오래 머물다 간다.

예술작품처럼 일상의 여백은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위로를 선사한다. 그리고 여백을 자주 찾는 개인과 조직은 뛰어난 원동력과 추진력뿐만 아니라 기발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모두가 여유와 여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즐기시길 바란다.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나의 졸시 `여백` 중에서)


무더위를 피해 여름 산천이 전해주는 초록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권한다.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나무들이 참 많다. 잘 자란 나무 그늘 아래 가만히 누워 눈동자 가득 파란 하늘을 담고, 차르르 잎들의 박수 소리를 듣고, 강을 따라 흘러가는 나뭇잎을 가만히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