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주간, 내수 살릴 모멘텀으로
- 기고일
- 2016.10.26.
- 게시일
- 2016.10.28.
- 붙임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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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주간, 내수 살릴 모멘텀으로
향토 사학자가 무색할 정도로 역사 유적 답사를 좋아하셨던 친정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어릴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다. 대학 시절 동기생 두 명과 지리산 종주를 하겠다고 나설 때도 아버지는 "사람은 여행을 많이 해야 한다"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가을여행 주간이 시작되었다. 여행 하면 떠오르는 아련한 기억이 있다. 아버지와 함께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방문했던 고창, 그곳을 2007년 김병종 교수의 `화첩기행`을 들고 두 아이와 함께 또 찾았다. `화첩기행`은 곳곳의 예인들 흔적을 찾아 나선 기행문이다.
화첩기행 속 `서정주와 고창` 편에 실린 저자의 그림 `학의 다리를 무는 풍천장어`를 떠올리며 선운사 앞 장어 집 중 하나를 골라 들어가 진짜 복분자주와 장어의 풍미를 즐겼다. 그곳이 어디라도 나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저자의 화첩과 같은 풍광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곳이라면, 나는 어디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어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고창의 새로운 매력이 눈에 들어왔다. 선운사와 풍천장어뿐 아니라 `삼시세끼` 속 차승원유해진 배우도 반하게 만들었던 그곳. 봄이면 푸른 청보리가 나부끼고, 가을이면 흐드러지는 하얀 메밀꽃이 그득한 상하농원, 선운사, 고창전통시장, 고창읍성 등이 있는 그곳에 이번 가을, 추억으로 남을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를 떠올리며 여행을 떠나려 한다.
특히 이번 여행주간에는 주제에 맞게 정말 `숨겨진 대한민국`이 열린다. 오직 2주 동안만 특별히 개방을 하는 곳이 많다. 국내 여행이라면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호기롭게 자랑하는 사람조차 `전인미답`인, 그런 곳만 따져도 경북 영덕의 300년 고택이 즐비한 인량리 마을, 울진 금강송 보호구역, 북한초소가 그대로 보이는 고성 금강산 전망대 등 40여 곳에 이른다.
여행의 즐거움이 어찌 볼거리 하나만으로 채워지겠는가.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여행주(週)간을 여행주(酒)간으로 재미있게 바꿔 전국 전통 양조장 투어도 있다. 지역 대표 프로그램, 관광두레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국의 다양한 식음료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부산 어묵과 소주가 만나는 `어소옵쇼`, 밀양 세계 국수 페스티벌, 광주 남도 전통 음식체험, 군산 추억의 먹거리 등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여행이 침체된 지역경제에까지 도움을 준다면 일석이조다. 조선업 불황과 자연재해로 풍성한 가을을 한숨으로 보내는 사람들이 구김살을 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 가서 쓰는 돈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 10분의 1만이라도 여행주간에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찾아 즐기면서 쓴다면 그들의 한숨소리를 기쁨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40년 전, 모든 게 부족하고 배고팠던 시절에 제조업이 가장 앞장서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면, 고도 성장기에 접어든 이제는 우리나라도 문화와 관광을 창의적으로 산업과 결합시켜 새로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는 문화관광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재임 기간 그 첫걸음으로 나부터 가을 길을 나서려고 한다. 그리고 더욱 많은 국민께 지역 특색이 넘치는 관광지로 가을여행을 떠나라고 권하는 일부터 시작하려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도 찾지 않으면 관광자원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먼저 그곳의 역사와 전통을 만나고, 스토리를 입혀야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로 우뚝 설 수 있다.
지난날 내가 `화첩기행`을 손에 들고 길을 나섰던 것처럼, 한때는 사람들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손에 들고 여행길을 떠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술 담그는 이야기, 술 빚는 사람들, 고택 이야기, 풍경을 담은 그릇 등 아름다운 곳의 역사와 문화, 미술, 음악이 음식과 술과 어우러진 입체적인 여행이 바로 우리의 자산이다. 이 가을, 이러한 자산을 길잡이 삼아 과거와 현재를 함께 느끼며 오감을 동원한 입체적인 여행을 함께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