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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2207대 장관 황희

연설문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 영결식
연설일
2022. 3. 2.
게시일
2022. 3. 8.
붙임파일
오늘 우리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죽음은 ‘애초에 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하셨던
장관님의 유지를 기리며 애써 슬픔을 달래보지만,
비통하고 황망한 마음 가눌 길이 없습니다.

지난해 2월, 제가 문체부 장관으로 부임한 첫날
가장 먼저 평창동을 찾아 이어령 장관님을
찾아뵌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확신에 찬 모습으로 저에게 들려주신
장관님의 생생한 가르침에 대한 제 수첩의 기록들은
오늘 장관님을 보내는 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융화와 훈련, 그리고 소통으로
온 국민이 우리의 문화를 누리도록 하는 생활문화정책,
그리고 코로나19 위기를 문화로 극복하는 과정을
우리의 기록으로 남기자는
장관님의 주옥같은 정책제안들은
지난 1년간 문체부의 핵심정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긴 투병 중에도 인간에 대한 믿음,
집필에 대한 열정과 첨예한 사유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장관님의 당시 모습을 저는 평생 기억할 것입니다.

누구나 생과 사의 길목을 지나야 하지만
이어령 장관님을 잃은 슬픔은 참으로 크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꺼져가는 잿더미의 불씨를 살리는,
시대의 부지깽이를 잃었습니다.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민중의 두레박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견고한 바위에
생명의 싹을 틔우는 이끼의 정신으로
이어령 전 장관님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더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이어령 장관님의 공을 기리고
애끓는 작별의 슬픔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고 이어령 장관님은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이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승이셨습니다.
문학평론가, 작가, 교수, 문화기획자로 다양한 영역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시며
우리 문화계에 큰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1990년, 아직 불모지였던 문화의 땅에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문화의 새시대를 열어주셨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설립하시어
문화예술인재 양성의 기반을 마련하셨습니다.
국립국어원 발족을 통해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일생에 걸쳐 우리 문화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고,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끌어안으며
미래에 대한 남다른 혜안을 제시해주셨던
고 이어령 장관님,
장관님이 계셨기에 오늘날 문화강국 대한민국이 가능했습니다.

그 숱한 업적들 속에서 우리의 기억 속에
가장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은
시대의 우울과 그늘을 걷어냈던 장관님의 말씀입니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깃든
장관님의 말씀은 밤하늘의 별처럼,
등불처럼 어두운 길을 밝혀주셨습니다.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는 그 말에 늦었지만,
같은 말로 화답 드리고 싶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까지 우리 시대의 옳은 목소리를 내어주신
장관님의 삶이 우리에겐 선물이자 희망이었습니다.

생전에 장관님은 ‘내 육체가 사라져도 내 말과 생각이 남아 있다면
나는 그만큼 더 오래 사는 셈’이라 하셨습니다.
그 말씀 그대로 장관님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계실 겁니다.

이 자리에서 감히 약속드립니다.
저를 비롯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모든 직원들이
장관님께서 남기신 뜻과 유산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두레박과 부지깽이가 되어 따르겠습니다.

저에게 주신 가르침대로,
남의 잘못이든 잘한 것이든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행동으로 말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되어,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 속에
이어령 장관님의 숨결을 이어가겠습니다.

누구보다 애통한 마음이실 강인숙 여사님과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슬픔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하겠습니다.
장관님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드릴 수 있도록,
장관님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습니다.

더는 마지막이란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태초의 자리로 돌아가는 이어령 장관님의 길에
함께해주신 문화예술계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슬픔을 딛고 추모의 뜻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과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장관님, 당신은 너무나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세상의 무거운 짐은 벗어버리고
이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자유로운 정신과 영혼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실
고 이어령 장관님의 평안과 안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