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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2148대 장관 박양우

연설문

인류공동의 기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국제사회의 신뢰 국제토론회
연설일
2020.07.29.
게시일
2020.08.14.
붙임파일
안녕하십니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양우입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태평양 전쟁 당시 자행되었던 강제노동의 진실을 밝히고,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장을 마련해주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안병우 이사장님과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서 참석해주신
국내외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 여러분, 감사합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 간, 공동체 간, 개인 간 협력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저는 협력의 다른 말이 있다면,
그것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신뢰를 통해서만 진정한 연대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신뢰는 정직하고 진실한 태도에서 비롯합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과 한국은 가해국과 피해국의 관계였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피해를 당했습니다.
이는 역사에 기록된 명백한 사실입니다만,
과연 일본이 피해국들의 희생자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일본이 아시아 피해국들의 신뢰를 얻고,
그 국가들과 진정한 협력과 연대를 하기 위해서는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합니다.

2015년 일본은 메이지 근대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습니다.
해당 시설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조선인, 중국인, 연합군 전쟁포로, 일본인 노동자까지
강제노동을 시켰던 장소입니다.

특히 군함도는 수많은 조선인이
해저 1000m 아래의 탄광 갱도 안에서
적게는 하루 12시간, 많게는 16시간 동안
석탄을 채굴하던 곳입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상상할 수 없이 가혹하고 참혹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일본 스스로도 한국인을 비롯한 각국의 포로들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노역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메이지 산업혁명을 기념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전시물이 있을 뿐입니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위로하려는 노력은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한반도 출신자는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는
편향된 증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들에게
공개적으로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렸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희생자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은
인류 보편적 가치가 있는 유산을 보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인류가 반드시 보존해야할 가치는
눈에 보이는 유형의 유산에만 있지 않습니다.
유산 안에 깃들어있는 정신적 가치도 함께 지켜나가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지난 2001년 독일의 에센 시(市)에 있는 졸페라인 탄광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졸페라인 탄광 역시 군함도와 비슷한 역사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나치의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본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군함도 강제노역의 진실을 계속 감추려고 한다면,
이것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지정하는 정신과 취지를
본질적으로 부정하고 훼손하는 것입니다.

‘온전한 역사’는 정직한 태도에서 완성됩니다.
일본은 산업혁명의 긍정적 의미뿐만 아니라
희생자의 아픈 역사도 함께 보전해야 합니다.
한‧일 관계, 나아가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서
일본이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와 피해국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야만 가해국과 피해국이라는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협력과 연대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토론회는
일본이 유네스코 회원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태평양전쟁 당시 피해국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오늘 논의가 강제 노역한 희생자들의 아픔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지녀야 할 인류 보편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고,
희생자들의 삶을 기억하는 일에 앞장서주시는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