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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2050대 장관 도종환

연설문

미래비전 포럼
연설일
2019.02.20.
게시일
2019.03.12.
붙임파일
여러분, 반갑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종환입니다.
‘미래비전포럼’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아침 경제장관 회의가 있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대응, 5G 활성화 전략적 추진 계획 등이
주요 안건이었습니다.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등
DNA를 중심으로 촉발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속도(Speed), 연결(Connection), 융합(Convergence)입니다.

상상을 초월한 속도를 바탕으로 공간을 넘나드는 연결,
경계를 허무는 융합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다음달에 5G 스마트폰 출시를 통해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초고속, 저지연, 초연결의 5G는 3G, 4G 등
단순 통신기술의 진화가 아니라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예고합니다.

TV와 5G가 융합하면서 초고속으로 대용량 콘텐츠가 전송되고
VR, AR게임, 무선 홀로그램, 공연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변화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나라 콘텐츠 이용매체가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해오면서
유튜브, 넷플릭스, 아프리카 TV 등 온라인을 통해
시청 가능한 OTT 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 시장은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다양한 방송통신 서비스가 출연하면서
미디어 기업의 글로벌 경쟁시대가 찾아올 것입니다.

자동차와 5G의 저지연 초연결이 융합하면서
실시간 교통제어가 가능해지면
자율주행차 안에서 게임, 회의, 쇼핑, 영화, 교육이 이루어지는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5G 기반 융합시장은 1,440조원에 이를 것이고
국내의 경우 5G로 인해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는
2030년 연간 47,8조원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5G가 혁신 성장의 한 분야를 견인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문화’의 개념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화정체성’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문화사적 전환으로 진화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5년 일본에서는 수리가 불가능해진
로봇 강아지들을 위한 합동 장례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구글 자회사에서 올린 로봇 시연 동영상을 두고는
‘로봇 학대’ 논란이 제기된 바도 있습니다.

칸트를 비롯한 많은 근대인들이
‘동물은 아무런 도덕적 권리나 지위를 갖지 않는다.’고
단정한 과거와 비교해 본다면,
미래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인격적인 상대가 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미래의 문화정책은
그 지향점을 기계와 구별되는 인간으로서
‘사이보그 교양인’에 맞춰야 할지도 모릅니다.

미래가 아닌 지금도 인공지능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미국의 음악학 교수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는
음악프로그램인 EMI(Experiments in Musical Intelligence)를
7년에 걸쳐 개발하고서 하루 만에 바흐(Bach) 합창곡과
유사한 곡을 무려 5,000곡씩 작곡했다고 합니다.

이 곡들을 한 음악축제에서 연주했는데,
청중은 경이로운 연주에 열광하며
내면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 음악에 찬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 곡이 프로그램(EMI)에 의해 만들어진 사실을 알고는
어떤 사람들은 큰 실망감에 할 말을 잃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화를 냈다고 합니다.

코프는 한걸음 더 나아가 EMI를 더 발전시켜 애니(Annie)를 개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 학습하여 곡을 만들어냄으로써
코프 자신도 어떤 작품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까지 학습해서
2011년에는 [인간과 기계가 만든 2,000편의 하이쿠]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바쇼를 비롯한 하이쿠 창작자들은
초연결과 정반대인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였고
선승과 같은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그 고독한 여정 속에서 시를 창작했습니다.

바쇼의 하이쿠와 바흐의 음악은
우리에게 초고속이나 저지연이 아니라 느림의 철학,
기다림의 미학을 생각하게 합니다.
바흐의 음악도 미학적 사유와 고요한 시간 위에서
창작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데이비드 코프의 음악지능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앨범 <컴퓨터가 작곡한 고전음악> Classical Music Composed by Computer)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렸습니다.

비평가들은 EMI의 음악이 기술적으로는 빼어나지만
뭔가가 빠져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너무 정확하다, 깊이가 전혀 없다, 혼이 없다.
하지만 출처를 모르는 상태에서 EMI의 곡을 들은 사람들은
혼이 담겨 있고 정서적 공명을 일으킨다는 바로 그 이유로
그 곡들을 칭찬했습니다.

우리의 고민은 여기 이 지점에 있습니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사회에서도 여전히 느림의 철학,
기다림의 미학, 자발적 고독은 살아남을 것인가.

산업혁명과 함께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말의 역할이 사라지듯 썰물처럼 쓸려나갈 것인가?
여전히 예술적 존재 이유를 지니고 있을 것인가?
여전히 존재 이유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사유와 창조적 노력, 예술적 상상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여전히
문화로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면서
인간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나 가치,
문화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새로운 정립은
필연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 예술이 예술일 수 있는 이유를
더 깊이,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을 책임지면 신은 내일을 책임질 것이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신에게 내일을 맡기면 마음은 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내일이 편치 않을 것임을 예고합니다.

불확실성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속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에도 소중히 여기는 가치의 중심에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과제도 “인간의 행복”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호모데우스- 미래의 역사』를 집필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앞으로 인류의 주된 화두가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이유와, 행복 추구의 충동은
언제나 문화의 근본이 되어왔습니다.

그 어떤 기술 발전도 인간의 감성, 창의성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에는
다들 동감하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혁명, 미래 의식의 변화’를 주제로 진행되는
오늘 포럼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포럼을 통해 “사람 중심의 미래”에 대한 여러분들의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문체부도 여러분들과 함께
미래에 맞는 문화정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고민함으로써
“사람이 있는 문화, 함께 행복한 문화국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수많은 기억과 경험이 유산이 되어,
현재 당면한 문제해결 과정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그 선택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입니다.

결국 역사의 진전으로 다가올 미래 역시,
그 핵심에는 사람이 있고, 문화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포럼에서, 이러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뜻깊고 아름다운 방안들이 논의되길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