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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20대 장관 김종덕

언론기고문

나를 흔든 시 한 줄
기고일
2016.02.17.
게시일
2016.02.17.
붙임파일
나를 흔든 시 한 줄

젊어서 크던 희망이 줄어서
착실하게 작은 소망이 되는 것이
고이 늙는 법이에요

- 김광섭(1905∼77), ‘소망’ 중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 거리 좁히기
내려놓을수록 삶은 풍족해진다


누구든 젊은 날의 희망은 크다. 일제강점기부터 6·25 전쟁을 거쳐 파란만장한 역사를 살아온 시인 김광섭. 그가 자신과 조국의 안녕을 위해 품었던 젊은 날의 희망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삶이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는 것임을. 시인도 그랬던가 보다. 젊은 날에는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외칠 만큼 희망이 원대했지만, 고이 늙으면서 그것이 나와 내 가족의 편히 누울 잠자리 살피는 작지만 아름다운 소망이 된다. 그 현실과의 괴리감은 실망이나 절망감이 아니라, ‘바다(인생) 깊이를 아는 가슴’이 되는 것이다.

해를 보기 위해 비바람이 멎기를 기다리고, 푸른 하늘을 시로써 헤아리며, 심해만큼이나 깊은 밤하늘의 별을 가슴으로 헤는 것. 어찌 보면 참으로 소박한 소망이다. 시인은 자신에게, 우리에게 크고 원대한 소망이 세월을 지나 착실하게 작아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위로한다. 사람은 욕심대로만 살 수는 없다. 조금씩 내려놓을 때 삶은 오히려 더 풍요로워지며 충족감도 느낄 수 있다. 시인 역시 그러지 않았는가.

(시 전문)

소망 - 김광섭

비가 멎기를 기다려
바람이 지기를 기다려
해를 보는 거예요.

푸른 하늘이 얼마나 넓은가는
시로써 재며 사는 거예요.

밤에 뜨는 별은
바다 깊이를 아는 가슴으로 헤는 거예요.

젊어서 크던 희망이 줄어서
착실하게 작은 소망이 되는 것이
고이 늙는 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