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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13대 장관 김종덕

언론기고문

[나의애독서] 욕망에 흔들릴 때 새기는 충고…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기고일
2016.01.26.
게시일
2016.01.27.
붙임파일
[나의애독서] 욕망에 흔들릴 때 새기는 충고…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쓴 글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말이다. 이 말처럼 독서는 삶의 가치와 방향을 결정짓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이 바빠서’, ‘습관이 안 돼서’라는 이유로 독서할 틈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잠시 멈추고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책 읽기’야말로 삶의 귀중한 경험이자 휴식이 된다.

19세기 미국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작이자 불멸의 고전으로 꼽히는 ‘월든’은 내게 이런 선물을 준 책이다. 윌든에는 1845년에 소로가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자급자족으로 최소한의 소비와 소유로 살아낸 2년여의 경험이 담겨 있다. 자연 속에 살면서 소로가 깨달은 것은 ‘물질과 이기에 찌든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자연에 있다’는 것이었다.

월든의 자연은 생생하다. 계절 변화에 따른 월든 호수 및 주변 숲을 우리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펼쳐 보인다. 자연의 원시성과 자유, 공존의 아름다움을 만나면서 소로는 문명사회를 통렬히 비판하고, 모두가 하나의 길로 나아가려는 세속적 성공과 집착에 대해 회의한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鼓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자연은 자신의 호흡과 속도를 선택하고, 자신의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에 삶의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가르쳐 준다.

인생을 살면서 ‘왜 이제야 이것을 알게 되었을까’라고 아쉬워할 때가 종종 있다. 독서는 이 ‘깨달음의 순간’을 만나는 지름길이다. 한 권의 책이 나에게 바쁜 일상을 멈추고 자연으로 돌아가 오직 두 다리의 힘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하게 했고, 빈 몸으로 암벽을 오를 수 있게 했다. 지금도 세속적인 욕망들로 마음이 흔들릴 때 소로의 충고를 떠올린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그렇다.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게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