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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1267대 장관 유인촌

연설문

한글주간 선포문
연설일
2008.10.27.
게시일
2008.10.27.
붙임파일
모름지기 인간이 인간됨은 ‘말’의 사용에서 비롯되며, ‘말’이 있기에 생각이 있고 생각이 있기에 ‘글’이 있고 ‘글’이 있기에 또 ‘문명’이 있습니다.

무릇 말과 글은 인류에게는 정신의 텃밭이요, 민족에게는 그 경작할 씨앗입니다. 그 텃밭을 갈아 훌륭하게 꽃피우니 그 꽃이 바로 ‘문화’입니다.

일찍이 하늘이 처음 열리고 이 땅의 역사가 시작될 무렵, 한 소리가 있어 그가 하늘을 부르면 하늘이 되고, 구름을 부르면 구름이 되고, 사랑을 부르면 사랑이 되었으니 그가 곧 우리말 ‘한국어’입니다.

그로 하여 한 민족이 만들어졌고 한 문화를 이루었으니, 참으로 으뜸가는 보배입니다.

그러나 어린 백성이 그 보배를 우리글에 실어 전하지 못하였으니, ‘글’은 ‘말’의 육신이라 불구의 육신에 기대 살아온 세월이 그 얼마입니까. 옥이라면 진흙 밭에 던져둔 셈이요, 칼이라면 칼집에 버려둔 셈입니다.

그래도 하늘은 무심치 않으셨으니, 세종께서 한글을 창제하시어 ‘한글’로 ‘한국어’가 비로소 우리 문화의 주인이 되고, 우리 민족정신의 집이 되었습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을 모음으로 삼고, 혀와 입술의 모습으로 자음을 삼아 28자를 만드셨으니, 이는 세상과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우리 민족의 정신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나 어리석은 후손은 이렇듯 소중한 우리의 말과 글을 귀히 여기지 못하였습니다.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 우리 말과 글을 더욱 갈고 닦게 하소서.

이제 세종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하신 지 562년, 대한민국 건국 60년이 되는 올해 시월 사일에서 십일일을 택하여 ‘한글주간’을 선포하오니,

이 기간 이루어지는 한글날 큰 잔치를 통해 한글 창제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시고, 한글정신이 문화의 꽃으로 새롭게 피어나 아시아로,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기원하나이다.

한글이여, 피어나소서.

2008년 10월 4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