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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부 제 1223대 장관 김종민

연설문

문화로 모시기, 문화 모시기
연설일
2008.01.18.
게시일
2008.01.21.
붙임파일
- 문화로 모시기 홍보컨설턴트 위촉식 인사말씀/ 2008.1.18(금) 16:00 동숭아트센터-


반갑습니다.

멀리 각 시도에서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동안 문화예술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고, 또 국민의 행복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난 10년간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이제 살 만큼 사는 초기 단계에 왔습니다. 한 2만 불정도 왔습니다. 이렇게 뛰어오를 때 기술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문화와 결합이 되어야 소득 4만 불 시대가 옵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중요합니다. 정부에서 열심히 하고 싶은 심정도 있지만 정부가 너무 개입하면 ‘문화예술에 대해 공권력이 개입한다. 손대지 마라’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돈을 대는 이상 어쩔 수 없이 간섭을 하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인데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적절한 방법이 정부는 정부대로 지원하고, 더 중요한 것은 사회 내부에서 스스로 알아서 문화예술이 지원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화관광부는 기업이 문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여러 개 운영해 왔습니다. 이 방식은 문화공급자를 기업이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아주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또 문화예술을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이 문화소비자를 도와 줘서 문화소비자가 공급자를 선택해서 키워 주는 다소 우회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큰 방법 중 후자는 대단히 의미가 있고, 오래갈 수 있고, 또 십시일반으로 뜻을 모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기업이 문화소비자에게 기회를 줘서 문화소비자가 공급자를 선택해 문화예술이 발전하도록 하는 방식, 이것이 바로 ‘문화 접대비 제도’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공연 관람권이나 스포츠 관람권, 책을 사서 소비자에게 줄 때 정부는 그 기업에게 손금 인정을 해 주고 감세 혜택을 주는 방식인 것입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단순할수록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복잡한 것에 항상 부가가치가 더 많은 법입니다. 문화접대비 제도는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의미가 있고,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문화접대비’ 하니까 듣기가 좀 그렇습니다. ‘문화관광부가 접대부냐?’ 하는 소리도 있고. 그래서 단어를 고르다 보니까 ‘문화로 모시기’로 이렇게 골랐습니다.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또 기업에서는 ‘로’ 자를 뺍니다. 그러면 ‘문화 모시기’가 되지요. 기업 입장에서는 문화로 모시고, 또 한 쪽에서는 소비자를 문화로 모시는 거고. 이런 의미가 붙으니 상당히 부드럽게 정착이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공급자, 문화소비자, 기업, 이 삼각관계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고 또 그렇게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제3자가 중매를 서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문화와 기업, 소비자 이 삼각관계 속에서 관계가 원만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십사 하는 의미에서 ‘홍보 컨설턴트’로 모셨습니다. 큰 비용은 못 드리지만 그러나 이 시기에서 우리 문화예술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책적 역할을 여러분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사명감을 가지고 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 패를 드리면서 몇 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작년 12월초나 11월쯤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또 ‘선거 앞두고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미뤘습니다. 새해로 미루고 보니까 ‘떠나갈 장관이 왜 저런 걸 하느냐’하는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2월 24일 떠납니다만은 이게 잘못하면 실종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치를 안 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1월에는 꼭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도 성심성의껏 여러분들을 모시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삼각관계를 원만하게 중재해 주시는 역할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받으신 패가 상당히 멋있죠? 솔직히 말해 보세요, 멋있죠? 여러분들을 위해서 특별히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자이너에게 의뢰에서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문화부에서 쓰는 감사패, 위촉패, 공로패는 저렇게 만들 겁니다. 여러분들이 첫 번째 디자인된 패를 받으시는 영광이 있습니다. 저희가 지원하는 게 부족하더라도 행정적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문화로 모시기’는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 줄 것이고 또 정부에서 손을 놓지 않으면 불길처럼 잘 퍼져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특히 희망을 갖는 것은 문화로 모시기 운동의 한 형태로 <수능 후 100일 문화대작전>이라는 행사를 수능 시험을 본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11월 중순에 시험을 보면 3월 초 진학하거나 사회로 갈 때까지 100일이 빕니다. 이 100일 동안 학생들이 할 일이 많겠지만 그래도 틈이 나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좋겠느냐, 그 시간을 문화로 보내게 하자, 해서 저희가 대학로로 부르기도 하고 공연을 만들어서 파견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 사연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정말 눈물겹다고나 할까요? 왜 내가 진작 안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아침에도 제가 편지를 하나 받았는데 천안에 사는 수능 시험을 본 학생인데 자기는 이 <수능 후 100일 대작전>으로 천안에서 대학로로 <염쟁이 유씨>라는 일인 모노드라마를 보러 왔다, 보고 나서 어린 나이지만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고 문화예술이 이렇게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느꼈다는 그런 요지의 편지글을 오늘 받았습니다. 이런 편지를 여러 통 받는데, 우리가 어디에 착안해서 어느 타이밍에 제공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폭발력이 있는 것이 ‘문화로 모시기’입니다. 여러분들이 지혜를 주시고 발품도 팔아 주셔서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민 사회의 힘으로 문화예술이 창단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