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로 루포 <인류세 人類世>

피에트로 루포 <인류세 人類世>

분야
전시
기간
2022. 12. 9.~2023. 2. 18.
시간
11:00~19:00
장소
서울 | 다울랭 갤러리
요금
무료
문의
02-797-2329
바로가기
http://daulangart.com/anthropocene/anthropocene/

전시소개


이탈리아 작가 피에트로 루포의 첫 한국 개인전 ‘Anthropocene’가 다울랭 갤러리에서 열린다. 1978년 로마 태생의 작가는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국제적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선보여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작가 피에트로 루포는 아랍의 봄 시점까지 20년 이상 지속된 이민자 문제부터 유럽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잔해, 오늘날 중동 지역의 민감한 정치적, 종교적 분쟁에 이르는 현시대의 가장 시급한 사회적 이슈들을 조명하는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이렇게 긴박한 사회 문제들은 항시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계몽사상의 시선을 통해 무한한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는 한 방법으로 간주된다. (작품 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잠자리는 ‘자유’를 상징한다.) 

건축가로서의 교육과 경험을 토대로, 작가는 이와 같은 정치적, 철학적 주제들을 그의 작업에서 면밀히 살펴본다. 강렬한 시각적 감성에 기반한 루포의 작업은 수채화에서부터 디지털 기술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를 아우른다. 특별히 드로잉과 컷아웃을 비롯하여 여러 출처에서 얻은 겹겹의 인쇄물 레이어(19세기 지구와 천체가 명확히 보이는 지도)를 사용해 오늘날 정치 및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서 예술의 소통 가능성과 미(美), 형상, 패턴, 대칭, 기하학, 고전 데생의 영원한 활력 대한 굳은 믿음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다울랭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 Anthropocene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인류와 자연계의 관계 및 인간의 산업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을 조명한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로 인해 빚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칭하는 용어로 인간이 초래한 환경적 변화가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압도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번 작업에 적극 반영된 인류세 개념에 대해 작가는 다소 회의적 시선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명이 시사하듯, 이번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류세의 의의와 더 나아가 인류세가 전제로 하는 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 인류세의 관점이 인간이 주도한 환경적 변화로 인한 전례에 없던 재앙을 의미하고, 또한 모더니즘의 선조들이 굳게 믿었던, 마치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초월적 지배자의 위치가 아니라 오히려 인류를 자연계에 절대적으로 내재하는 존재로 보는 한 작가에게 있어 인류세는 상당히 유용한 용어이다. 그러나 인류세라는 단어는 지구를 한결같이 ‘우리’ 지구라고 칭하며 바로 그 중심에 우리, 즉 인간을 둔 다분히 인간 중심적 경향의 어리석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마치, 지구상에서 인류의 짧은 시간이 실제 지질학적 시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인간의 시간이 지질학적 광대한 시간에 필적이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이기심은 자연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게 하였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지질 시대를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인류의 종말을 야기하지만, 결단코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작가에게 있어 인간 중심주의는 자만적 표현으로 그의 신작 시리즈에 선명하게 나타나는 해골 형상은 우연이 아니다. 해골의 두개골은 미술사에서 오래도록 바니타스(Vanitas)의 상징물로 사용되어 왔는데 지질학적 시간성과 기후 위기에 대한 작가의 관념적 문맥에서 추가적 의미를 갖게 된다. 루포의 작품 속 해골은 개인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상징물이자 이에 한걸음 더 나아가 인류의 최후 멸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루포의 <인류세> 작업은 직사각형 캔버스 위 놓인 종이에 복합적 이미지가 빼곡히 들어선 형태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추상적 이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의 굴곡진 역사가 눈에 띈다. 흡사 자연에 내재한 인류를 표현하는 듯 조밀하게 들어선 자연의 이미지에 해골 두개골이 한데 얽혀있는 것 같다. 낭만적인 산과 바다 풍경, 넝쿨 줄기와 정교하게 표현된 동•식물군, 이 모든 요소들이 낡은 세계지도와 유럽 건축 도면의 조각조각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전근대 거주 지역과 농경사회의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선사 시대 이후 식량, 보금자리, 생존을 위한 인간의 투쟁과 기후의 연관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재사용된 낡은 노랑, 갈색의 파편들이 강렬한 파랑과 그 위를 관통하는 선명한 보라색 줄기를 만나 인간의 개입으로 급변하는 자연계를 상징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루포의 작품은 구성적 통일을 보이며 이 모든 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작품 속 조각조각들은 종이 지지대에 세밀하게 고정되어 있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이 주도한 기후변화와 해체되고 무너질 것들의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곧 닥칠 혼란으로 바라본다. 이로써 루포의 화폭이 드러내고자 하는 조화가 있다면 이는 본질적으로 연약한 것임을 드러낸다. 루포의 <인류세> 작업은 지속적 변화를 자연의 진정한 영구적 속성이자 또한 이를 길들이고자 하는 우리 가상되고 헛된 노력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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