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시베리아와 4년간의 대화를 마무리 짓다.
게시일
2007.05.16.
조회수
4732
담당부서
국립민속박물관(02-3704-3204+)
담당자
이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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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트 샤머니즘 - 어둠속의 작은 등불 발간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한민족 문화의 형성과정과 정체성을 밝히고자 시베리아 제민족들의 삶과 문화를 연구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2006년 러시아연방 부랴트 민족들의 샤머니즘을 조사하여 도서와 동영상 DVD가 포함된 보고서 ‘부랴트 샤머니즘 - 어둠속의 작은 등불’을 발간하였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그동안 북방민족들의 샤머니즘을 소개한 ‘북방민족의 샤머니즘과 제사습속’(1998)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2003년도부터 직접 시베리아 지역을 조사하여 ‘뚜바인들의 삶과 문화’(2004), ‘알타이 샤머니즘’(2006) 등의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러한 보고서들을 통해 현대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현황 및 이를 토대로 우리 무속 등 한국 문화와의 역사적 연관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이 보고서들은 최근 갈수록 불거지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맞서 역사분야 뿐만 아니라 민속분야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자료적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보고서 발간에 멈추지 않고 그동안의 성과물을 보고하고 해외 샤머니즘 관련 석학들을 초청해 2007년 9월 샤머니즘 국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베리아의 샤머니즘이 어떻게 한국의 고유문화와 관련지어져 있는지 석학들의 연구를 통해 이번 기회에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자리에는 부랴트 샤먼들을 초청해 실제 접신의례도 보여 줄 예정이다.

샤머니즘, 시베리아인들의 고민해결사

살면서 걱정거리가 전혀 없이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결국 자식걱정으로 주먹질을 해대는 것이 바로 인간 아닌가.
짧지 않은 인류의 역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각종 걱정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면서 진화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종교와 그 관념들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고민 해결사라고 할 수 있다. 도저히 합리적·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처리해 주는 장치가 바로 종교인 것이다.
러시아연방 부랴트공화국에 살고 있는 부랴트인들도 많은 고민거리들을 안고 살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되면서 사회·경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부랴트인들은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은 혼란과 고민 속에 지쳐있다. 이러한 부랴트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다름 아닌 샤머니즘이다. 샤머니즘은 시베리아인들의 전통 종교관으로 샤먼을 사제로 한 철저한 자연중심적인 종교체계라고 할 수 있다. 샤먼들은 수 천년동안 시베리아인들의 정신적·육체적·물질적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온 해결사들인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부랴트 샤머니즘-어둠속의 작은 등불’은 시베리아인들의 샤머니즘, 특히 부랴트인들의 샤머니즘을 현지 조사한 보고서이다.

샤먼을 위한 의례가 아닌 일반 부랴트인들의 삶과 관련된 샤먼들의 의례를 담아

이번 보고서는 기존의 샤머니즘 보고서와는 구성 틀부터 다르다. 기존의 보고서들은 옛날 유럽인들이 조사하고 분류한 샤머니즘의 내용을 주로 문헌에서 발췌한 것들과 시간적으로 매우 짧은 현지조사결과를 버무려 소개한 것에 그쳤다. 또한 샤먼 중심의 세계관, 샤먼 중심의 의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어 실제 샤먼들과 일반인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좀처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부랴트 샤머니즘-어둠속의 작은 등불’에는 총 5주에 걸쳐 현지조사를 통해 부랴트인들 일상의 삶 속에서 샤먼들이 베푸는 의례들을 담아냄에 따라, 현재 전 세계에 소개된 시베리아 샤머니즘 관련한 간행물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의례를 보여주고 있다.
실례로 이번 보고서는 새 집을 사거나 새 차를 사고 샤먼을 불러 고사를 지내고, 가축들이 늑대에게 안 물려가게 하는 의례, 조상들을 위한 의례 등을 소개함으로써 얼마나 샤머니즘이 부랴트인들의 실생활과 가깝게 맞닿아 있는지 등을 보여준다. 또한 샤먼이 트랜스 상태에서 다른 세계의 신격들을 불러 그들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대목들은 학문적인 경험을 넘어 다소 으스스하기까지 하며, 의뢰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어느 샤먼의 모습은 그 순진한 거짓말들에 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부랴트인들의 삶과 문화를 생생한 동영상으로

이번 보고서는 기존의 보고서와 달리 좀 더 감각적인 즐거움도 제공을 한다.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한 훌륭한 사진들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담은 DVD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샤먼들이 어떻게 접신이 되는지, 샤먼이 내 뱉는 ‘귀신’들의 목소리, 의례가 진행되는 동안 부랴트인들의 표정 등 아직까지 국내외에 공개되지 않은 귀중한 장면들을 독자들의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동안 국립민속박물관 비교민속조사팀이 꾸준히 시도해온 ‘멀티미디어 콘텐츠 북’, 즉 문자만을 이용해 타민족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상, 소리가 한데 얽혀 좀더 생생한 현지의 장면을 보여주는 시도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다.

부랴트민족 그리고 부랴트공화국

부랴트인들은 몽골계 민족으로 현재 러시아연방 부랴트공화국 및 그 주변지역에 살고 있다. 부랴트족은 여러 부족으로 나누는데 그중 ‘호리(또는 고리) 부랴트’는 몇몇 역사학자들에 의해 우리 ‘고려’민족과 역사적으로 한 뿌리라고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부랴트공화국에는 우리의 중고미니버스가 주요 교통수단인데 그 차에 탄 사람들이 우리와 하도 닮아서 여기가 한국인지 부랴트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부랴트인들은 유목을 주로 했었으나 소련시대를 거치면서 정착생활을 하고 있고, 러시아 3대 항공기 공장 등이 있어 시베리아 지역 러시아 제조업의 주요 기지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에게 부랴트공화국은 바이칼호수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우리나라와 직항로가 개설되어 피서지로도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곳이다.
부랴트에 관한 정보 및 가는 방법 등도 ‘부랴트 샤머니즘-어둠속의 작은 등불’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이러한 비교민속조사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2007년부터는 중국에 사는 민족들의 삶과 문화를 조사할 것이며, 이러한 조사·연구사업들을 통해 세계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구체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