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인터뷰 1] 강봉석 예술국장
게시일
2007.04.20.
조회수
4990
담당부서
()
담당자
관리자

[문대기 연속인터뷰 1] 강봉석 예술국장

 

  가지런히 피어오른 꽃봉오리가 새로이 태양을 맞는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은 사계절이 무색하지만 해마다 기다리며 피는 꽃은 때마다 새롭다. 태양을 먹고사는 꽃, 그 꽃이 저를 닮은 태양을 처음 맞는다. 자상하면서도 강열함은 아직도 우리를 따뜻하게 감싼다.


따스한 봄 향기


  지난 2007년 3월 제2기 문화관광부 대학생 기자단(이하 문대기) 첫모임 이후 공식적인 취재 일정이 시작되었다. 취재요령, 유의사항 등 관련 교육을 단단히 받은 우리는 문대기 2기 중에서도 처음으로 인터뷰를 단행했다. 우리의 대상자는 27년간 외길을 걸어온 문화관광부 예술국의 수장 강봉석 예술국장이다. 긴장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진행하자는 우리의 결심은 예술국의 문턱에 걸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얼굴에 냉한 미소만 남았다.


  네모난 방에 둥근 탁자, 잘 그려진 수묵화와 막 피어난 꽃, 정리된 책과 뾰족한 연필 등을 보니 문턱에 걸려 사라진 우리의 결심이 여기 먼저 당도해 있다. 강봉석 국장은 어리둥절한 우리 마음을 감지했는지 편안한 질문을 던진다. 하긴 인터뷰에 왕초보인 우리가 베테랑을 만났으니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된 듯하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누는 이곳에서는 누가 손님이고 누가 주인이든 상관이 없다. 그저 열린 마음에 소통할 뿐이다.


예술인의 땀방울, 녹음의 여름처럼


  창가로 들이치는 싱그러운 햇살에 노란 주스가 더욱 새콤하다. 둥근 탁자에 않아 무언의 소통으로 합일한 우리는 준비한 딱딱한 인터뷰를 하기 싫은 눈치이다. 그는 눈가에 그윽한 미소를 머금더니 이내 우리를 문대기의 자리로 다시 옮겨 놓는다. 먼저 문화관광부 역사를 설명해 준다. 명칭, 위치, 업무내용 등 사전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너무도 좋은 정보이자 공부이다. 또 그는 문화예술인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남달랐다.


  ‘문화예술인들의 수입이 여전히 적다’는 말에 그는  “시장의 수요는 일부 스타에게 몰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문학이나 여타의 장르들은 실제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미흡합니다. 또 지금의 문제가 심해지면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되지는 않을까 우려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연구원이라든지 복지연구원,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관련 문제 논의를 위해 두 번의 모임을 갖기도 했습니다”라며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어 예술 진흥을 위한 정부지원과 각 문화예술 활동가들의 보다 나은 수입창출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물었다.


   “거의 모든 문화예술에 있어서 사실 재원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정된 국가 재원을 배분하는 것도 국가 정책의 한 틀입니다. 공적재원 중에서도 국고나 기금처럼 직접 지원하는 부분도 있고, 문화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으로 간접 지원하기도 합니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현재 공적재원 의존율은 높지만 민간재원을 확보가 매우 약하다는 것이죠.”


  또 그는 예술가와 기업가의 만남을 통해 재원확보를 구체화하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재원 다각화를 위한 메세나(Mecenat:예술지원 활동) 활성화를 위해 A&B(Arts & Business)라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술의 자생력 확보는 정말 중요합니다. 자생력이 확보되려면 스스로 수요 시장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술의 속성은 수요자를 위해서 창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어렵죠. 배고프면 밥 먹고, 추울 때 옷을 입는 것은 본능이지만 (웃음) 예술은 춥고 배고픈 본능 때문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예술인들을 위해서는 같이 호응하고 공감하는 관객들이 중요한데 요즘에 본 공연예술 작품이 있는지요?’라는 물음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웃으며 답한다.


  “나도 관객으로 봤으면 참 좋겠는데… (웃음) 일을 하면서 관객이 아니고, 제가 공연을 주관하는 입장에서 보게 되어 사실 공연을 보면 불안합니다. 예를 들면 이번 정초에 발레 공연을 보는데 무용수들이 넘어질까 어떡할까 앉아서 이걸 보고 있으니… (웃음) 전시회에 가서 저 작품이 떨어지면 어떡할까 그 걱정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관람이 되겠습니까?”


  그의 말과 쓴웃음에는 한국 문화예술계 일꾼으로써 속내가 조금이나마 드러나기도 했다.


강봉석 예술국장 


가을 나그네의 백년지대계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아버지인 그도 여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자녀 교육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2년 예체능 과목군의 높은 비중에 대비하여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의한 교육프로그램 구상,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700만 재외국민들에 대한 모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전통공연예술진흥법안’과 관련하여 전통음악의 진흥과 발전계획, 소외계층과 장애인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사업 등 그가 말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특히 그는 재외국민들에 대한 모국 문화예술교육지원과 관련해 “세계 각 국의 700만 재외국민들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재외대사관을 비롯한 문화원을 거점으로 모국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인력 및 교육자료/기자재를 지원하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2007년도 소외계층 및 장애인대상 문화예술교육 사업예산은 총 74억 원으로 전체 문화예술교육 사업예산인 317억 원의 23%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학교의 문화예술 교육정책과 학생들의 노력부족에도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필요로 하는 전문대학이나 예술아카데미를 찾습니다. 물론 대학이라는 곳이 지성을 추구하는 곳이기는 하나 학생들의 미래와 사회의 현실을 위해 현대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학생들 또한 타의적인 지식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개척해서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창의력을 쌓아야 합니다.”


  우리의 물밀듯한 질문공세와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그의 예술적 봄기운에는 당할 도리가 없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마지막 질문으로 지난 해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과정’의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들의 현장 활동상황에 대해 물었다.


  “2007년 3월 현재 파견된 전문 인력들은 박물관, 미술관, 문화의 집 등 전국의 문화기반시설에 배치되어 시설의 교육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내실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아직 파견되지 못한 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추후 우선권을 부여하여 재배치할 예정입니다.”




강봉석 예술국장 



매화의 속내처럼 따뜻한 겨울을 그리며


  ‘신선 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예상했던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어느새 인터뷰라는 강박관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리 문대기의 큰 웃음소리에 예술국장실은 흥이 넘실거렸다.


  “우리가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 음악시간에 여럿이 운동장에 둘러앉아서 손잡고 (웃음) 동요를 부르던 기억이 납니다. 풍금 한 대를 가지고, 이반 저반 돌아가면서 쓰던 기억도 나고… 선생님이 치던 풍금 앞에서 노래 부르라고 하면 서로 안 부르려고 하며 얼굴 빨개져서 서 있던 모습도 기억이 납니다. (웃음) 그렇게 세월을 머금은 풍금은 이리저리 다니다가 아래가 다 헐어 풍금흉내만 냈죠.”


  그의 어린시절 음악수업 회상담이다. 이어 그는 유아기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어려서부터 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관람할 기회를 가지면 청소년, 성년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것이 쌓이면 국가적인 문화발전과 예술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고 문화예술의 수요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그는 열심히 일하는 문화관광부 예술국 직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되었는데도 집에 가지 않고 밥도 먹지도 않고 내가 가만히 가보니 제 각기 업무에 열중이라 내가 퇴근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빨리 퇴근하라고, 밥 먹으러 가자고 요란을 피우기도 합니다.”


  그의 부하직원에 대한 칭찬에는 예술국의 수장으로서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따스한 봄 햇살을 기다리는 매화의 속내가 가득했다. 

이일빈(덕성여대 동양화)

김윤영(단국대 언론홍보)

김순호(고려대 대학원 문화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