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읽을 만한 책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재호)은 2015년도 ‘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문학예술 분야의 『기억의 집』(토니 주트/배현/열린책들) 등 도서 9종과 ‘3월 청소년 권장도서’로 인문학 분야의 『사람은 왜 알고 싶어 할까』(채운/낮은산) 등 도서 9종을 선정 발표했다. 진흥원은 좋은 신간도서에 대한 정보를 일반에 제공해 출판산업과 독서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좋은책선정위원회를 통해 문학예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유아아동 분야의 책을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과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발표하고 있다. 2015년 3월 추천도서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진흥원 홈페이지(www.kpipa.or.kr)에서 볼 수 있다.

총 9건 [1/1 쪽]

  • 기억의 집

    [문학예술]

    기억의 집

    • 저/역자: 토니 주트/배현
    • 출판사: 열린책들
    • 토니 주트는 고학으로 케임브릿지에서 수학해서 영미의 유수 명문대학에서 교수를 하며 여러 강력 매체에 기고, 출연하는 잘나가는 지식인이었는데 암 수술의 고비도 잘 넘기고 나서 60대에 루게릭병을 진단받는다. 온몸의 근육이 위축되고 무력해져서 손발부터 마비가 와서 나중에는 얼굴 근육도 움직이기 어렵고 음성도 거의 나오지 않게 되어 움직일 수 없는 몸에 갇힌 신세가 된다.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억’밖에 없다. 그런데 이 극한의 비참 속에서 건져 올린 주트의 기억은 감상적이거나 자기연민, 자기 변명적인 것이 아니고 2차 대전 후 구질서의 붕괴와 새로운 사상의 난립, 온갖 실험적 행위, 생활방식 속에서 그것에 직접 가담해서 맛보고 분석한 사람의 깨달음이다. 1948년에 런던의 빈곤지역에서 성격차가 심한 유태계 부모에게서 태어난 저자는 케임브릿지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미국 대학으로 적을 옮긴다. 주트는 중년에, 체코가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체코어를 배우고 체코의 지식인들과 교류하고 체코의 지적전통과 당시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대변하는 일을 자임함으로써 중년의 위기를 넘겼다고 술회한다. 이 책에는 죽음을 앞둔 한 지식인이 전혀 자기미화 없이 빈곤, 교육, 언어, 유럽의 지성적 풍토, 국제정치 등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담겨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떻게 이런 모양이 되었는가를 이해하게 해 주고, 지식인이 빠지기 쉬운 지적 오류를 평이한 서술 속에 설득력 있게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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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 수업

    [문학예술]

    예술 수업

    • 저/역자: 오종우
    • 출판사: 어크로스
    • 소위, 문학, 음악, 미술 등등을 업으로 삼는 이들, 혹은 그에 몰두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부정적이고도 삐딱한 질문 중 하나가, “예술이 밥 먹여주나?”일 것이다. 대체로 예술은 먹고 사는 문제와 아주 거리가 먼, 그러니까 실용적이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러나 저자는 정해진 규칙을 언제나 벗어나는, 따라서 ‘예측 가능’이라는 신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현실의 여러 문제들은 ‘주어진 규율과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다르게 바라보고, 새롭게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실천’하려는 태도를 익힌 사람들(예술가들)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 혹은 예술가들은 부단히 내 먹을 밥그릇을 뺏는 ‘당연한 말과 뻔한 생각’의 폭력에서 진실로 우리를 구원해줄, 가장 직접적인, 그리하여 실용적인 힘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기성과 타성에 젖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간 천재들의 작품들을 인용하거나 때론 QR코드를 이용, 직접 제시, 독자들로 하여금 현장감 넘치는 강의실로 인도한다. 타르콥스키의 저서 에서 말한 바처럼, 저자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예술이 무엇을 하는가”를 탐색토록 유도함으로써, 거창한 구호를 외치지 않고도 세계를 변화시키는 실천적 예술을, 그리고 로스코의 색면화처럼 삶에 스며드는 예술을 최고 강의상의 명성을 가능하게 한 내공으로 쉽고, 설득력 있게 소개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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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

    [인문학]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

    • 저/역자: 양태자
    • 출판사: 이랑
    • 이 책은 중세 유럽에서 장기간에 걸쳐 자행된 이른바 마녀사냥의 실상을 파헤친 역사교양서이다. 이 책의 특징은 마녀사냥이라는 특정 주제를 단순히 호기심 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그런 만행이 종교의 이름으로 장기간에 걸쳐 집단적으로 저질러진 시대적 배경과 복합적인 동인들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설명함으로써, 인간이 건설한 문명사회가 종교적 맹신과 배타적 선동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일반화하여 고발한 점이다.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는 중세 유럽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어떤 인물이나 특정 그룹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공격하는 현상을 일컫는 관용어이기도 하다. 역사상의 특정 사건을 가리키는 용어가 시공을 초월해 지금까지도 관용어로 널리 쓰이는 사실은 폭력을 수반한 사회적 ‘왕따’ 행위가 인류 문명사회에서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흔히 발생한 현상이었음을 시사해준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마녀사냥을 다룬 일부 도서는 폭력 자체만을 너무 상세히 묘사하거나, 중세 종교의 우매함을 강조하거나, 해당 주제를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설명한 면이 있다. 이에 비해, 유럽중세사를 전공한 전문 역사학자가 집필한 이 책은 마녀사냥을 가능케 한 사회적・시대적 배경에 대한 분석을 비롯하여, 배타적 종교나 흑백논리 식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공격하는 논리로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쉬우면서도 수준 높은 설명을 제공한다. 또한 마녀사냥과 유사한 집단적 만행이 합리적 이성을 추구한다는 근・현대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행간으로 전한다. 나와 ‘다른’ 것을 ‘다양한’ 것으로 인정하기보다는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마녀라는 낙인을 찍어) 무조건 적대시하는 풍조가 심각한 수준에 달한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을 돌아볼 때, 지각 있는 시민이라면 한 번쯤 읽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볼 가치가 있겠기에 이 도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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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인문학]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 저/역자: 토마스 휠란 에릭센/손화수
    • 출판사: 책읽는수요일
    • 얼마나 더 벌어야 행복할까? 얼마나 더 경제가 성장하고 복지가 실현되어야 “국민행복”이 달성될까? 경제적 풍요, 정치사회적 안정,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을 것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 노르웨이의 문화인류학자 토마스 에릭센은 우리의 행복 개념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선택의 과잉은 정체성·책임감의 상실과 혼란과 좌절을 안겨다 줄 뿐이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는 결국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선택의 패러독스로 설명한다. 경제적 풍요를 미끼로 우리에게 강요되는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것이다. 미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돈과 성장, 결과만을 추구하는 무한경쟁을 당장 그만두어야 하고 기대와 만족을 인내로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의 성장과 풍요를 위해 희생되는 미래의 행복 조건인 환경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그는 번영과 행복의 담론을 독점하는 경제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우리 모두가 스스로 표준적인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근거 없는 가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화적, 역사적 전통과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목표가 정해지기도 하고 정하기도 하기 때문에 행복의 전문가가 있다는 말도, 누구나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라는 말도 당치 않은 말이 된다. 이는 행복을 측정하려고 하는 벤담과 긍정심리학자들의 헛된 시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의 행복은 인간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며, 정부의 역할은 국민들이 제 나름대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할 뿐이다. 인간 각자의 행복은 심리학자나 경제학자 혹은 정부 관료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가치, 행위, 생활방식에 동일한 무게를 부여하고 등수를 매기는 것은 소마라는 알약으로 행복을 복용하는 “신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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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 투 원

    [사회과학]

    제로 투 원

    • 저/역자: 피터 틸, 블레이크 매스터스/이지연
    • 출판사: 한국경제신문
    • 모방을 통해 1에서 n으로 가는 수평적 진보에서 경쟁은 필연적이다. 경제학은 이러한 경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책은 창조를 통해 0에서 1로 가는 수직적 진보가 낳는 독점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Every moment in business happens only once).” 그 한 번을 창출해내는 사람 즉, 컴퓨터 운영체제의 빌 게이츠, 검색엔진의 래리 페이지, 소셜 네트워크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만이 창조적 독점의 아이콘이 된다. 저자인 피터 틸(공동 저자인 블레이크 매스터스는 창업자이자 수강생이었음)은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탈 투자자이다. 사실 저자가 바로 책이 이야기하는 창조적 독점의 성공모델이기도 하다. 많은 기업가의 책이 힘들었던 시절을 이겨내고, 결국에는 성공하고야 만 영웅적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이 책은 피터 틸의 성공 이면에 감춰진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과 분명한 논리, 그리고 무엇보다 남다른 통찰을 명료하고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벗어나야 하는 숙제를 지닌 기업, 아울러 비즈니스 외에 각자의 영역에서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까지 신선한 시각과 접근을 제공해준다. 또한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경제 및 기업의 미래에 대한 거시적인 메시지와 함께, 미시적이고 실제적인 제언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것의 창조뿐 아니라, 그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업을 만들고, 경영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물론 ‘어떻게’에 따라 독점은 분명한 폐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이야기하는 창조를 통한 독점은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건강하다. 책머리에 담긴 “제로(zero)들의 세상에 원(one)과 같은 책이다”라는 닐 스티븐슨의 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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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식의 빅퀘스천: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자연과학]

    김대식의 빅퀘스천: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 저/역자: 김대식
    • 출판사: 동아시아
    • 과학 쪽으로 분류가 되어 있긴 하지만, 과학만을 다룬 책은 결코 아니다. 정확히 비율을 따져보진 않았지만, 아마 과학보다는 철학, 신화, 역사, 문학, 사회학, 경제학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저자의 전공이 뇌과학이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과학적 사유와 해석이 곳곳에 배경으로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류가 종종 떠올리곤 하는 원대한 의문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은 의미 있어야 하는가’, ‘진실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 ‘인간은 왜 필요한가’ 등등. 왠지 철학적인 질문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한 가지만 이야기하려고 해도 수많은 철학자들을 인용하고 수만 권의 책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책장을 넘기면 메소포타미아 신화, 플라톤 철학, 단테의 ,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 로마의 정치가, 공룡의 다리뼈, 아인슈타인 등 저자가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질문에 할애된 지면 분량을 생각하면 원대한 의문을 품을 때 문득문득 떠오르는 단상을 적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법 하지만, 읽다보면 내용의 폭과 깊이가 여간 아님이 드러난다. 그런 한편으로 굳이 깊이 따지고 싶지 않은 독자라면 가볍게 읽으면서도 그 질문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도록, 흥미롭게 내용이 짜여 있다. 물론 이 책이 31가지의 위대한 질문들에 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지식의 융합이 화두로 대두된 이 과학기술의 시대에 그 의문들을 이런 방식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과 유머까지 곁들인 르네상스적 사고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게다가 곳곳에 배치된 그림과 사진은 미술까지도 반찬으로 곁들여서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을 여유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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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말

    [실용일반]

    당신의 말

    • 저/역자: 김성태 외
    • 출판사: 넥서스BOOKS
    • 설화(舌禍)를 조심할지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예외가 없는 대명제다. 말 한마디의 힘은 넓고 크다. 다 된 밥에 재 빠트리는 것도, 천 냥 빚을 갚는 것도 실은 모두 말 때문이다. 살아보면 인생 성적표는 순전히 말로 결정됨을 알 수 있다. 더 보태면 말을 교환하는 상대, 즉 사람의 힘이다. 말이야말로 다른 이의 마음을 얻는 행위여서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말이 심장까지 가는 길이란다. 유구무언이다. 신중한 말은 그래서 결정적이다. 말은 기술보다 예술, 교언보다 진심이어야 한다. 책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말하는 법’이란 부제를 달았다. 8명의 이른바 ‘말짱’들이 상황별로 말 잘하는 법을 맡았다. 약력을 훑어보니 다들 검증받은(?) 면면들이다. 면접, 토론, 발표 등 일상생활의 순간순간에 응용할 말의 완성 비법을 엮어냈다. ‘말’없이 살 수 없다. ‘말’하지 않는데 챙겨줄 리 만무하다. 챙김이 사라진 지금, 개별욕구·수요는 더 정확하고 올바르게 표현될 필요가 있다. 달변까진 아닐지언정 눌변은 주홍글씨의 낙인변수다. 소통과 불통은 천지차이 아니던가. 영 새로운 주장과 비법은 아니지만 주제어 ‘말’ 하나로 다양하되 일관된 맥락을 유지해 술술 읽혀 내려간다. 저자들의 경험과 예시가 곳곳에 배치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약하면 ‘말 잘하는 이는 소통이 잘 되고, 그러니 마음이 끌리고 보고 싶어지며, 그 결과 사랑을 주고 싶은 사람’이다. 비법은 이 행간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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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국장, 똥국장

    [유아아동]

    청국장, 똥국장

    • 저/역자: 윤재중 글, 한주리 그림
    • 출판사: 소나무
    • 다른 감각과는 다르게 ‘냄새’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향’이나 ‘향기’라는 말은 ‘커피 향, 과일 향, 향수, 꽃향기’처럼 뭔가 기분 좋은 냄새를 나타낼 때 주로 쓰는 것 같다. 반면에 냄새라고 하면 ‘발 냄새, 땀 냄새, 방귀 냄새’처럼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을 나타낼 때 많이 쓴다. 하지만 향이나 향기는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꾸밈의 감각이라면, 냄새라는 말은 꾸밈없이 솔직한 우리네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느낌이 든다. 은 우리 주변의 꾸밈과 속임의 거짓 향기 속에서 진실한 삶의 냄새를 찾아가는 동화이다. 초등학생인 연화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난 뒤 할머니와 어머니가 청국장 식당을 차리게 되어 식당에서 생활한다. 그러다보니 청국장 냄새가 몸에 배어 별명이 ‘똥국장’이 된다. 친구들의 놀림 때문에 학교도 늦게 가고 자리도 혼자 앉아야 오히려 편한 연화가 부산에서 전학 온 민재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찾는다. 또한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사람의 수명을 관여한다는, 나이가 40,000살인 ‘사만이 아저씨’와의 만남을 통해 ‘사람의 미래는 그 사람이 만든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도 차츰 청국장의 구수한 냄새를 알아가고 연화를 놀린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는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윤재중 작가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같은 옷을 입고, 항상 몸에서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아이를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청국장이 급식으로 나온 날 청국장 냄새 속에서 다른 아이들이 보낸 그 따가운 시선을 그 아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 버린 그 아이에게 보낸 아이들의 눈빛이 진짜 ‘똥국장’이 아니었던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향해 던지는 말 한마디, 차가운 눈빛이 폭력이다. 그 사람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별명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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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 동안의 잠

    [유아아동]

    7년 동안의 잠

    • 저/역자: 박완서 글, 김세현 그림
    • 출판사: 어린이작가정신
    • ‘개미와 베짱이’우화의 근면 성실한 개미와 달리, 그림책 의 어린 일개미는 애써 일해도 먹이를 구하지 못한다. 대대로 살아 온 개미 마을에 흉년이 든 탓이다. 그런 어느 날 어린 일개미가 애써 발견한 ‘크고 싱싱한 먹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땅 속 세상 이야기는 뜻밖에도 새롭다. 틀림없이 글을 쓴 작가 박완서의 빼어난 입담 덕분일 테지만, 눈을 크게 뜬 채 장면, 장면 깊이 경탄하게 되는 이유는 화가 김세현이 선사한 질박하고도 세련된 미감 덕분이다. ‘크고 싱싱한 먹이’를 발견하고, 무리에게 알리고, 함께 검증하고 망설이고 옥신각신 갑론을박 갈등하고 논의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이어진다. 이야기를 듣는 어린 독자는 무엇보다 개미의 움직임과 숫자와 표정에 열광할 것이다. 화가가 오랜 동안 갈고 닦은 필획의 힘으로 하나하나 재치 있게 연출하고 그려낸 개미들을 들여다보며 어린 개미와 젊은 개미와 늙은 개미와 여왕개미를 낱낱이 탐색하고 구별하며 즐길 것이다. 개미 머리의 더듬이 두 개가 생생하게 표현하는 경이와 한탄과 절망, 동경과 기쁨에 동일시될 것이다. 이야기를 읽어주는 어른은 ‘대체 땅 속의 일을 어떻게 그려 보여줄까?’라는 의심과 기대를 너끈히 뛰어넘는 화면을 즐기며, 이미 감동한 적 있는 박완서 문학을 만난다. ‘크고 싱싱한 먹이’가 다름 아닌 살아있는 존재이며 매미가 될 애벌레라는 사실을 자각한 개미들이 매미의 노래를 떠올리는 장면의 대화는 시적이다. “… 매미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땅 위의 여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았어.” “… 언젠가 친구들하고 뙤약볕 아래에서 송충이 한 마리를 끄느라 애를 쓰고 있었는데, 매미 소리가 들리잖아? 여름의 산과 들이 햇빛에 빛나는 걸 정신없이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매미의 노래 때문이었어.” 황토색과 검정색의 바리에이션, 때로는 반(半)구상인 듯 때로는 반(半)추상인 듯 표현된 개미와 매미의 조화와 대비, 시(詩)서(書)화(畵) 전통을 되살린 문학성 구현과 여백 구성…. 이 그림책의 성공적인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곧 우리 그림책의 성공적인 도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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