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읽을 만한 책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재호)은 2014년도‘1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자연과학분야의 『첨단 기술로 본 3년 후에』(이준정/시간여행) 등 도서 10종과 ‘12월 청소년 권장도서’로 청소년 소설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박현숙/자음과모음) 등 도서 9종을 선정 발표했다. 진흥원은 좋은 신간도서에 대한 정보를 일반에 제공해 출판산업과 독서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좋은책선정위원회를 통해 문학예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유아아동 분야의 책을 매달‘이달의 읽을 만한 책’과‘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발표하고 있다. 2014년 12월에 선정된 도서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진흥원 홈페이지(www.kpipa.or.kr)에서 볼 수 있다.

총 10건 [1/1 쪽]

  • 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문학예술]

    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 저/역자: 로라 베이츠/박진재
    • 출판사: 덴스토리
    • 미국 대학의 교수들이 하는 자원봉사 중에 참으로 존경스러운 일이 교도소에 가서 죄수들에게 강의를 하는 일이다. 이 소설 (소설이라기보다는 기록이라고 해도 좋다)의 저자인 영문학교수 로라 베이츠는 교도소 수감자들 대상 셰익스피어 강의를 자원한다. 인디애나 주의 워배시밸리 교도소 측은 정책적으로 허가하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흉악범 격리 감방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서 로라는 매번 몇 중의 문을 하나하나 검문과 수색을 거쳐서 들어가서 황량한 복도에 앉아서, 수갑과 족쇄를 차고 한 사람씩 독방 안에 들어가서 족쇄를 찬 채로 바닥에 2시간 내내 꿇어앉아서 수갑 채우는 구멍을 통해 강의를 듣는 네 명의 ‘흉악범’들에게 셰익스피어를 강의한다. 래리 뉴턴은 학교를 다니다말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녔고 10세부터 소년원을 드나들었으며 17세에 살인을 저지르고 인디애나 주에서 가장 극형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 탈출시도와 폭력으로 감옥 속의 감옥인 경계강화 격리 수용동 독방에 10년째 갇혀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무엇 하는 사람인 줄도 모르던 래리의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반응은 일반인이 미처 생각 못한 새로운 시각과 정밀한 성찰을 담은 것이었다. 로라는 10년간, 50만 회나 경계강화 격리수용소의 문들을 통과하면서 1,000여 시간의 강의를 중죄인들에게 하고, 래리가 10년간 셰익스피어 수업을 들으며 순전히 손으로 써서 제출한 해석은 대학생들의 수업에서 참고서 및 토론 주제집으로 쓰인다. 셰익스피어로 인해 자신이 인간임을 자각하게 된 래리는 자살을 하거나 폭동을 일으키려 했던 생각을 버리고, 극도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빠진 범죄의 길이지만 결국 범죄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깨닫는다. 이와 함께 그를 떠나지 않던 자살과 폭동의 충동을 버리고 영혼의 자유를 얻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탄하고 전율하며 읽게 되는 이 실화는 최악의 흉악범이라도 누군가가 그를 포기하지 않으면 자신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며, 동물의 우리보다 못한 곳에서도 자유를 발견할 수 있는 인간 정신의 강인함을 깨우쳐 준다. 우리의 교정당국자들이 모두 읽어야 할 책이고 안전한 사회를 희구하는 모든 국민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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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칙한 현대 미술사

    [문학예술]

    발칙한 현대 미술사

    • 저/역자: 윌 곰퍼츠/김세진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현대미술, 특히 동시대 미술은 저자 자신이 말한 것처럼,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영국 테이트 갤러리의 관장 니컬러스 세로타 경조차도 가끔은 “어쩔 줄 모르겠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어렵다. 생경한 전시회에서 집어 든 안내문들은 “거만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절”들로 씌어 더러 관람객들로 하여금 현대미술에 평생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수많은 관람자들이 ‘발칙한’ 현대미술 앞에서 “What are you looking at?(이 책의 원제목이다)”이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애들 손장난 같은 걸 두고 아파트 몇 채 값 이상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두고 저자는 “우선 돈이 많이 풀려서”라 솔직히 밝히지만, 이 책은 현대미술의 허상에 대한 맹렬한 공격이 아니다. 그 보다는 작품을 가치로 판단하려 들기 전에 먼저 어떤 배경을 가지고 탄생했으며, 그것을 어떤 맥락 속에서 읽어내야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현대의 미술가들은 많은 경우 “예술을 예술가가 설정한 규칙에 따르는 심리게임”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단언, ‘규칙’을 알면 그만큼 그 이해와 애정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소위 모더니즘 미술의 시작이라고 알려진 19세기부터 최근까지, 약 150여 년간의 현대미술사를 넉살좋고, 위트있게 설명해 작품들의 탄생 배경을 파헤치고 있다. 본문에서 설명하는 작품들의 도판이 적절하게 제시되지 않아 자주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검색창을 이용해야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체로 현대 미술사를 이토록 알차게, 지적으로, 그리고 유머있게 설명해낸 책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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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궐: 그날의 역사

    [인문학]

    궁궐: 그날의 역사

    • 저/역자: 황인희 글, 윤상구 사진
    • 출판사: 기파랑
    • 이 책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서울 소재 5대 궁궐을 통해 소개하되, 단순히 눈에 보이는 궁궐의 양식이나 건축기법을 기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궁궐이라는 공간이 담고 있는 역사적 경험을 ‘스토리’로 만들어 흥미롭게 들려주는 교양서이다. 한국의 궁궐을 다룬 도서는 지금까지 적지 않지만, 전문 학자가 쓴 것은 일반 대중이 읽기에 다소 어려운 면이 있고, 비전문가가 쓴 것은 대체로 관광 안내 수준에 머무는 약점이 있다. 또한 같은 서울이라고 해도 서로 공간을 달리하여 존재한 다섯 개의 궁궐을 하나로 묶어 전체 그림을 보여주는 데에도 소홀한 면이 있다. 이에 비해, 이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 발품을 팔고 연구하여 서울의 궁궐을 총체적으로 엮음으로써 대중을 대상으로 한 궁궐 소개 책자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의의를 갖는다. 500년 조선 역사만큼이나 파란만장한 풍파를 겪은 현존하는 5대 궁궐은 각기 조선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수시로 목도했으며, 궁궐이라는 공간에서 오고간 수많은 함성과 눈물과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이 책을 한 번 잡으면, 조선시대의 역사를 궁궐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쉽고도 재미있게 습득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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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인문학]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 저/역자: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남경태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대인들은 권태와 우울을 꼬리처럼 달고 산다. 자극적인 일들이 너무 많거나 스트레스와 위험에 항상 노출된 탓도 있지만, 통과의례의 의미를 상실한 이 사회의 일상성에도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관례가 없어진 우리 사회에 진정한 어른은 없고 나이만 먹은 성인들이 넘쳐나는 것처럼, “꺾어지는” 시점에 대한 자각이 없는 삶은 밋밋하고 시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류의 거의 모든 역사에 있어 각종 통과의례들은 그냥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한 단계 달라진 새로운 삶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과 위치가 달라진 만큼 다른 자세와 관점으로 살아갈 준비를 시켜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현대인들은 가장 소중한 전통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로버트 스미스는 이 책에서 현대인들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과 사건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철학적 방법들을 시연하고 있다. 태어나는 것은 스포츠카를 받고 바로 열쇠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이 삶을 얻었지만 그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전거를 배우는 것은 그 자전거를 잡았던 아빠의 손에서 독립하는 과정으로, 운전면허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와 동시에 교통규칙을 지켜야 하는 통제를 받아들이는 의례로 설명된다. 이사는 바로 그날까지 남이 살던 낯선 곳에서 불안한 삶을 시작하는 것이고, 이혼은 더 나쁘고 사악해질 관계를 끝내는 정직한 수단이 된다. 은퇴는 더 이상 젊지는 않지만 아직 늙지도 않는 모호한 시기가 되었다는 것이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새로운 시작이다. 어떠한 내세관을 갖느냐에 따라 지금 살아가는 현재가 달라지고, 학교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타자로 느끼는 곳이다. 그 외에도 걸음마, 옹알이, 학교, 시험, 첫 키스, 순결의 상실, 첫 투표, 취직, 사랑, 결혼, 출산, 중년의 위기, 늙어감이라는 우리 인생의 굵직굵직한 통과의례에 대해서도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만들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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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모델

    [사회과학]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모델

    • 저/역자: 니크 브란달 외/홍기빈
    • 출판사: 책세상
    • 한국 사회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스웨덴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들에게 지난 9월 스웨덴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의 좌파연합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그냥 넘겨 볼 일이 아니다. 북유럽 사민주의의 건재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민주주의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이른바 ‘북유럽 모델’의 기초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역사, 현재의 논쟁들, 미래의 도전을 엄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 환경 문제, 대중 정치의 쇠락 등 사민당이 직면한 도전과 과제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논의를 통해 저자들은 ‘좌파의 몰락’이라는 명제를 거부하고, 사민주의가 북유럽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뛰어넘어 보편성을 띨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조가 강력하고, 세금을 많이 거두며, 복지 지출이 많은 나라들이 어떻게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았을까?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이 책은 자유를 주목한다. 흔히 평등을 좌파 이데올로기의 핵심으로 간주하지만, 사회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는 자유라는 것이다. 아울러 자유, 평등, 연대라는 사회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해낸 실용주의적 지혜와 끈기에 높은 점수를 준다. 저자들은 사회민주주의가 ‘지금 여기 맥락에서 급진성’을 간직하고, 그 바탕 위에서 사회를 계속 쇄신해나가는 정치적 의지와 역동성을 주문한다. 한국사회에서 복지가 사회적 쟁점으로 급부상하면서 경제적 활력과 사회적 평등을 함께 추구하는 북유럽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은 한국 현실에 맞는 복지국가 담론을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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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사회과학]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 저/역자: 구본권
    • 출판사: 어크로스
    • 제목을 풀어쓰면, “당신에 관한 모든 정보가 의도치 않게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가 되지 않을까 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신체계와 규범 등에 기반을 둔 디지털 리터러시가 왜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지를 알려주기 위한 효과적인 화두가 아닐 수 없다(사람은 주로 자신에 관한 일에 주목한다). 스마트폰이나 SNS 등을 통해 모든 정보가 저장, 공유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과거 주류였던 망각이 이제는 비주류였던 기억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모양새다. 최근 여러 모양으로 문제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빙산의 일각처럼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프라이버시 이슈는, 망각되지 않고 온전히 기억되는 디지털 세상의 스마트함과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자각하지 못한 채 공유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대중을 향해 셀카 본능, 위치 정보 파악, 사회공학 해킹, 빅브라더 쇼, 신상 털기와 온라인 평판 관리 등의 다양한 이슈를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의 필요를 일깨운다. 더 나아가 디지털 세상이 공유를 통해 스스로를 공공재로 만들고, 검색을 통해 뉴 빅브라더 즉, 감시의 주체가 되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지털 문명은 과거 어떠한 문명보다도 단시간에 이룩되어왔고, 우리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해온 문명처럼, 그 구조와 속성을 인지하며, 그에 걸맞는 문법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책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명 속에 심지어 인식조차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즉, 디지털 세상 올바로 읽어내기와 디지털 세상 올바로 살아가기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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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자연과학]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 저/역자: 이준정
    • 출판사: 시간여행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허공에서 손을 움직여 자료를 검색하고, 자동차와 로봇이 알아서 움직이는 등의 놀라운 기술이 나온다. 이 영화 속의 시대는 2054년이었다. 영화감독은 여러 전문가들과 토의를 하여 그 미래 세계를 구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 우리의 기술은 시대를 훨씬 더 앞서고 있다. 그 영화 속의 첨단기술 중 상당수는 아직 40년이나 남았음에도, 이미 개발되어 있다. 수많은 과학기술자들, 아니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당분간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기술들이 벌써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긴 그런 첨단 기술들이 실제로는 아주 가까이 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먼 미래가 아니라 몇 년 앞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어떤 첨단 기술들이 나타날지,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다방면으로 살펴본다. 이 책에 실린 기술들 중 상당수는 우리가 각종 매체들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는 들어본 것들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 지능, 알아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동시통역을 하는 컴퓨터,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장기 이식 등등. 저자는 각 분야가 현재 얼마나 빨리 발전하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그런 기술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등장할 것이라고 설득력 있게 말한다. 이 기술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에 따라서 우리의 생활과 직업, 경제 등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저자는 이 변화를 제대로 인식해야 앞으로의 변화에 올바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기술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술술 읽다보면 현재 기술이 어떤 수준에 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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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하면 괴롭고 안 하면 외롭고

    [실용일반]

    결혼, 하면 괴롭고 안 하면 외롭고

    • 저/역자: 장경동 글, 홍전실 그림
    • 출판사: 아라크네
    • 결혼, 참 힘든 문제다. 책제목처럼 하면 괴롭고, 안 하면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선택지다.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청춘들의 고민이 그만큼 넓고 깊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이혼이 흔해진 주변실정을 보건대 더더욱 녹록찮은 선택압박이다. 일이야 정년제라지만 결혼은 시한조차 없다니 신중함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 저성장 속의 팍팍해진 돈벌이는 또 어떤가. 이혼사유 1위가 성격차이라지만 이조차 실은 호구지책의 경제(금전)문제가 그 불화씨앗일 확률이 높다. 알량한 돈 몇 푼이 살아온 정조차 사정없이 떼어버리며 싸움을 붙이기 일쑤다. 책은 딱 실용서다. 묵직하지 않을뿐더러 길지도 않아 가볍게 읽기 딱 좋다. 그렇다고 얻을 게 없지는 않다. 대단한 지식이나 새로운 이론은 딱히 없지만 저자 얼굴에서 확인되듯 굉장한 입담과 비유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다년간의 직업경험에서 축적된 대중 상대의 교감능력과 권선징악형 결론 도출은 배우자에 무심하거나 혹은 한창 연애 중인 이들에게 적잖은 반성의 기회도 안긴다. 짧은 에세이지만 공유되는 주장에선 고개도 끄덕여진다. 결혼해봤다면, 또 싸워봤다면 숱한 상담 결과를 보유한 저자의 조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터다. 결혼이 나날이 힘들어지는 추세다. 교육, 취직, 연애, 결혼, 출산의 연결고리가 단절된 결과다. 결혼이 신분을 가르는 중대잣대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떠돈다. 아무나 결혼을 못한다는 얘기다. 와중에 성징은 약화된다. 남성은 여성화, 여성은 남성화된다. 전통적인 성역할이 무의미해지면 결혼 갈등은 더 복잡·다난해진다. 그 탈출구가 가족 해체와 독거 추세다. 아무리 둘러봐도 현대사회의 결혼은 예전보다 더 깨지기 쉬운 유리공인 듯하다. 그렇기에 조언은 아무리 들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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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민 있으면 다 말해

    [유아아동]

    고민 있으면 다 말해

    • 저/역자: 박서진 글, 최정인 그림
    • 출판사: 푸른책들
    • "요즘 아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든지, "너무 어린이답지 않아서 걱정”이라든지 하는 말들을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서는 그 말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며 사는 것 같다. "어린 것이 무슨 고민이야”라는 말로 어린이의 고민을 고민도 아니라는 투로 무시해버린 적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남몰래 좋아하는 아이 때문에, 공부 때문에, 친구 때문에, 잔소리 많은 부모님 때문에, 말 안 듣는 동생 때문에 우리도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우리 인간은 살아있기 때문에 고민하는 존재라는 평범한 사실을 잊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고민의 양이나 무게가 아니라 그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 여기 에 등장하는 초등학교 2학년생인 ‘남다른’은 문방구에 걸려 있는 멋진 부메랑을 사기 위해 ‘남다른 상담소’를 차린다. 다소 엉뚱한 것 같지만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이 주인공 이름 그래도 남다르지만 유쾌하다. 제목처럼 ‘고민 있으면 다 말해’라고 당당히 말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른인 나에게도 벌써 따뜻한 위로의 말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 우리는 누군가 나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말만 하려 하는 말의 홍수 시대에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 운동장 등나무 아래 상담소를 차려 놓고 아이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는 주인공이나, 저마다 남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슬기롭게 해결하며 커 가는 건강한 아이들의 모습이나,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들 모두 맑고 투명해서 깨끗한 물을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난 뒤의 상쾌한 느낌이 들게 하는 동화이다. 오늘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무슨 고민 있어? 고민 있으면 다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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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요정 초초

    [유아아동]

    책 요정 초초

    • 저/역자: 박혜상
    • 출판사: 사계절
    • 아주 재미난 그림책을 함께 읽고 난 어린 아이가 한숨을 쉬며‘책은 어디에서 왔어요?’라고 묻는다고 치자. 그럴 때‘아, 그건 말이지. 작가가 글을 쓰고, 화가가 그림을 그려서 공장의 인쇄기로 종이에 찍어 묶어낸 거란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아이의 기대를 무참히 배반하는 셈이 된다. 이 아이는 다름 아닌‘책’ 또는‘이야기’가 뿜어내는 마법적 광휘에 대해, 또는 자기를 그토록 매혹시킨 그 마법 세계에 이 다음에 또다시 초대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니 말이다. 는 이제 막 책세상의 열렬한 독자가 되려는 아이에게 그 마법 세계 한 자락을 슬쩍 들춰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책이라는 건 숲속에 사는 요정 초초가 만드는 거라고, 그 요정은 세상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이야기책이라면 뭐든지 다 만들어준다고, 엄청나게 커다란 책 창고에서 옛 책들을 찾아내어 새 이야기를 떠올리는 거라고, 그렇게 만든 새 이야기를 담기 위해 신비로운 종이를 잘라 묶고 꿰매는 거라고, 마법 글자 가루를 뿌려서 생생히 살아있는 책을 만드는 거라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호로로록 통키통키통키 땅!’주문과 함께 완성되는 거라고. 수제비 뜨는 어머니를 졸라 얻은 밀반죽으로 인형을 빚고 사금파리와 병뚜껑으로 온갖 기물을 만들어 놀던 어린 시절의 소꿉놀이를 재현하듯, 작가 박혜상은 소박한 재료로 더없이 아늑한 환상 세계를 건설했다. 점토의 일종인 스컬피(sculpey)로 빚은 초초는 책 요정답게 다정하고 진지하며, 나뭇가지와 나무껍질과 이끼며 흙으로 구현한 초초의 숲속 책공방은 온갖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살아나는 마법 공간답게 풍요롭다. 이 모든 공간과 상황을 비추고 지피는 불빛 또한‘책에 대한 책 이야기’를 감싸는 원시 에너지로서 모성적인 온기를 따사로이 뿜어낸다. 이제 책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아이에게 책 요정 초초를, 초초의 숲속 책 공방을 소개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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