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다는 2010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궁금하지 않나요?
게시일
2010.05.25.
조회수
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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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조수빈

  우리나라 군사 요충지는?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사회시간에 특별히 졸지 않은 이상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의정부’란 도시를 가장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미처 떠올리지 못한 독자들은 위에서 ‘의정부’란 도시의 이름을 보고 속으로 ‘아 맞다!’를 외쳤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외가는 양주이다. 서울에서부터 양주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면 꼭 의정부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면서 항상 광활한 황토색 빛 건물들의 낯선 풍경을 맞이한다. 바로 주한 미군부대이다. 그 인상이 너무 강렬한 탓인지, 아님 학창시절 벼락치기 사회시험공부를 너무 열정적으로 한 탓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의정부’란 도시를 떠올리면 가장먼저 ‘군사도시’란 것과 ‘미군부대’가 떠올라 생각만으로도 조금은 긴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5월의 어느 날. 젊은 예술의 열정이 넘쳐흐르는 대학로 거리 한복판에 ‘2010 의정부 국제음악극 축제 개막’이란 광고판을 달고 새파란 버스 한 대가 휙 달려오더니 정류장에 멈춰 섰다. 음악극 축제라. 여기 우리나라 공연예술인들의 아지트 대학로가 아니라 군사요충지에서 음악극 축제라니 새벽 아르바이트로 그저 지쳐있던 정신이 바짝 들도록 지극히 아이러니한 타이틀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축제이거니 했다. 그리고 졸린 눈을 비벼대며 아래에 작게 적혀있는 소제목을 무덤덤하게 읽어 내려갔다.


“문화체육관광부 축제평가 3년 연속 최우수 축제”


그리고 동시 다발적으로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죄 없는 아주머니께서 깜짝 놀라 소스라치실 정도로 크게 외쳤다.

“뭐! 문화체육관광부 평가 최우수 축제? 그것도 3년 연속이나!” 명색의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학생 기자로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웠다. 이런 소중한 축제를 아직도 잘 모르고 있었다니. 축제에 대한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 대중들에게 좋은 축제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른 수첩을 꺼내들어 필사적으로 개막일을 적었다. 그리곤 펜을 꽉 움켜 지며 무조건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2010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열리고 있는 의정부예술의전당의 로비

2010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열리고 있는 의정부예술의전당의 로비 ⓒ 정하늘


막연히 군사의 요충지라고 알고 있는 의정부에서 국제공연예술축제라. 매우 흥미롭지 않은가. 이름만 보면 마치 ‘버럭남’과 ‘순정녀’의 만남처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희한한 커플이다. 게다가 이 축제의 훈훈한 의의까지 알고 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아직 대중들이 현대의 음악극문화를 향유하고 즐기기 시작한 역사가 길지 않았기에 사실 그동안 브로드웨이식의 뮤지컬과 소수의 오페라 등의 장르에 편중되어 있던 우리나나 공연예술계의 불균형이 심각했다. 그래서 대중들은 점점 한정된 형태의 공연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반대편에서는 배고픔 속에서 힘겹게 공연예술가의 길을 가는 예술가들도 늘어가기 시작했다. 의정부국제음악극 축제는 이러한 악순환을 깨기를 소망했다. 따라서 극이 흘러가면서 음악이 중심이 될 수 있는 모든 복합되고 소외된 장르들을 탈장르화하여 통일성 있게 작품을 느껴보자는 취지하에 ‘음악극’이란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2002년 제 1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개최 이래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국내외 유수 단체의 실내극 및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거리극 등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음악극을 선보이며 매년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건강한 발전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외부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외부 ⓒ 정하늘


5월 10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제 9회 국제음악극 축제가 개막했다. 난생 처음 방문한 의정부 예술의 전당은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한적하면서도 여유가 흘러넘쳤다. 그래서 관람객이 없을까봐 매우 걱정을 하며 대공연장으로 들어갔지만 내부에서 매우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연극영화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나 연극인이 매우 꽤 많은 외국인들도 공연을 보러 왔다. 익살스럽게 생긴 마스코트 인형들과 사진을 찍는 사이에 야외에서 꽹가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의정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문예술단체와 아마추어 단체들이 마음껏 즐기는 피플 스테이지인 ‘프린지 프로그램’의 그 첫 번째 공연인 사물놀이가 시작되어 의정부국제음악극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야외로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중간 중간 박수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예술, 특히 음악극이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서로 흥에 겨워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기자도 이사람 저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축제에 서서히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정부는 더 이상 딱딱하고 폐쇄적인 군사요충지가 아니기 시작했다.



외부 무대에서 사물놀이패가 공연을 하고있는 모습

외부 무대에서 사물놀이패가 공연을 하고있는 모습 ⓒ 정하늘


드디어 개막작 ‘둘시네아’의 막이 올랐다. 캐나다 몬트리올 공연계의 대표적인 여배우 ‘둘시네아 랑펠더’가 시대를 초월하는 베스트셀러 [돈키호테]속의 여인인 ‘둘시네아’를 연기했다. 이 공연에서 여주인공 ‘둘시네아’를 이해하기 위해 돈키호테를 꼭 읽을 필요는 없었다. 극의 도입부에 공연을 이해하는데 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키호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지만 극에서 ‘둘시네아’는 결국 돈키호테와 같이 우유부단한 남성에게 서운함과 불만을 느끼는 평범한 여성들 중 한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극의 전개와 함께 국적을 초월한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관객과 무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또한 이제 캐나다 공연 예술의 상징이 된 ‘태양의 서커스’의 고향이기도 한 퀘벡에서 온 ‘둘시네아’의 영상미도 스토리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발산하는 화려한 볼거리와 배우들만의 독특한 무대언어는 공연 중간에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둘시네아 공연장면

둘시네아 공연장면 ⓒ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공식 홈페이지


애초에 ‘음악극’이란 장르와 전혀 친하지 않았을 뿐더러 외국공연이라 공연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공연장을 가득매운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약 5분간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배우들은 4번이나 나와 커튼콜을 전하게 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과의 대화’시간을 갖게 되었고 역시 많은 사람들이 남아 공연의 준비과정, 아이디어의 원천, 무대 언어 등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배우들은 질문자들이 원했던 대답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대답해 주며 그들의 열정까지 대화에 참여한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배우 ‘둘시네아’는 마돈나의 노래가사를 인용하여 마지막 질문에 대한 인상적인 대답이 해주었다.



관객과의 대화중인 둘시네아관계자들 (왼쪽 두번째 둘시네아, 세번째 연출가)

관객과의 대화중인 '둘시네아'관계자들 (왼쪽 두번째 둘시네아, 세번째 연출가) ⓒ 정하늘


- 둘시네아, 당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배우로서의 꿈 말이에요.

“(잠시 생각)저는 쓰이고 싶어요.(I want to be useful) 모든 면에서 유용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관객들에게 저의 열정이 전해지길 바라요.”


의정부 국제 음악극 축제의 개막 둘째 날 배우 둘시네아와 함께하는 무대언어 워크숍이 열렸다. 무대가 아닌 연습실에서 둘시네아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작품뿐만 아니라 생소했던 음악극이란 장르와 더욱 가까워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본 둘시네아는 무언가 친근하면서도 더욱 배우같이 느껴졌다. 시작 전에 워크숍 참가자들 중 박지현(26)씨는 “어제 보았던 ‘둘시네아’를 더욱 잘 이해하고 싶어서 신청했다. 평소에 거의 가질 수 없는 배우와 소통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 매우 호기심이 넘친다.”며 큰 기대를 표현했다.


가장 먼저, 배우 ‘둘시네아’와 좀 더 깊은 질문의 시간을 가졌다. 공연에 대한 질문부터 여배우로서, 그리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둘시네아’에 대한 질문이 이어져 무대언어를 배우기에 앞서 인간적으로 둘시네아와 친해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긴장된 기운이 풀린 후 무대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다소 엉뚱할 수 도 있는 동작이었다. 바로 ‘손을 펼치는 동작을 5분 동안 하기’였다. 보기엔 쉬워 보였지만 5분이 지난 후 참가자들의 손을 보니 다 제각각이었다. 벌써 손가락을 다 펴서 어쩔 줄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손이 움츠려져 있는 사람도 있었다. 둘시네아가 모든 동작을 끝내고 천천히 말했다.



손가락 펴는 동작중인 워크숍 참가자들

손가락 펴는 동작중인 워크숍 참가자들 ⓒ 정하늘


“보기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동작인 것 같지만 근육의 긴장감을 완화시켜주는 동작이에요. 그리고 배우들이나 작가들, 또는 모든 자기 분야의 아티스트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요. 이 손을 펴는 동작은 결국 평소 작은 행동 하나에도 목적을 가지는 습관을 기르게 해줘요. 그리고 주먹을 펴는 동작을 잘 살펴보면 어떤 사람도 같은 방법으로 주먹을 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결국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단 하나의 방법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가지의 방법을 생각 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 작은 손안에 모든 복잡한 것들이 존재해요. 결국 어떤 것도 단순한 것은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둘시네아는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무대언어들을 중심으로 워크숍을 이어갔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지만 무대의 손짓, 동선 하나하나에는 각각의 철학과 의미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워크숍 참가자들 모두 배우 ‘둘시네아’부터 작품 ‘둘시네아’ 그리고 ‘음악극’이란 장르와 깊게 소통 할 수 있었다. 워크숍이 모두 끝나고 워크숍의 시작 바로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박지현(26)씨의 참가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이것저것 많이 이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어제 공연만 봤을 때에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오늘 둘시네아한테 직접 이야기도 듣고 사람들이랑 얘기하면서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제 다른 음악극들을 보아도 더 깊게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 단체로 포즈를 취한 참가자들

워크숍이 끝나고 단체로 포즈를 취한 참가자들 ⓒ 정하늘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축제에 참여한 모두가 함께 즐기고 화합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뉴아트스테이지’는 프린지프로그램의 일부로 클래식이나 레게음악 등 생소하며 새로운 장르를 야외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5월 16일 ‘바흐솔리스텐 서울’이란 클래식 공연그룹이 ‘5월과 푸르른 바로크의 만남’이란 주제로 실외공연장에서 진행된 공연에 참석했다. ‘클래식’이란 일상적으로 만나기 어려웠던 주제였기 때문에 공연을 관람하게 위해 객석에 찾아온 관객들이 처음엔 서로 어색해하던 눈치였다. 하지만 곡의 중간중간에 바흐솔리스텐 서울이 재미있는 설명 곁들이고 공연을 시작하자, 처음엔 매우 산만했던 아이들이 점차 넋을 놓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바흐솔리스텐 서울이 불러주는 노래는 400여년전의 노래였지만 곡의 주인공이었던 사랑을 잃은 여인의 탄식이 이곳까지 느껴져 바람마저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야외공연장에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은 편안하게 앉아서 긴장감 없이 새로운 장르를 접하기에 매우 좋은 요소였다. 프린지프로그램을 통해 ‘음악극’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들 또한 살갗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 방문객들은 꼭 놓치지 않길 바란다.



뉴아트스테이지 공연중인 바흐솔리스텐 서울

뉴아트스테이지 공연중인 바흐솔리스텐 서울 ⓒ 정하늘


우리나라 영화계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있다면 음악극계에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있다. 올해 5회째로 아직 태동의 단계에 있지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만의 뚜렷한 비전과 색깔을 가지고 매년 성장해 나갈 것임에 한 치의 의심이 없다. 결국 한국 대표의 축제 중 하나가 되어 세계음악극의 새 지평을 열어 가는데 기여하고 있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관객과 시민의 참여로 비로소 완성되는 이 축제는 관객과 배우 모두에게 소통하고 발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우리나라의 문화예술분야를 더욱 성숙시킬 것이다. 


춤, 노래, 음악, 영상, 대사 이 모든 다채로움을 한 그릇에 담아내는 살아있는 예술인 음악극의 열기 속에서 인간, 예술, 세계가 하나가 됨을 몸소 느껴보고 싶지 않은가.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5월 10일부터 5월 23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이제 서서히 봄을 떠나보내고 열정과 에너지 여름을 맞이하는 이 순간, 마찬가지로 에너지 넘치는 음악극과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 보는 건 어떨까. 특히 서문에 낸 문제를 맞힌 사람이라면 의정부에서 느껴지는 ‘의외의 매력’에 더욱 쏠쏠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0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면

http://www.umtf.or.kr/


글,사진/정하늘(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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